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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MBC 취재 배제 논란 한겨레 "일본도 '전용기 탑승배제' 잘 알아… 괜찮다고 생각했을 것" 국민의힘·보수단체 토론회 "한겨레는 괴담 스피커" 팩트체크 해보면

도쿄전력 '오염수 취재 갈라치기'가 소환한 윤 대통령 언론관

2023. 07. 21 by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앞두고 외신에게 현장 취재를 제안하면서 한겨레와 MBC를 배제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판 언론을 대해 온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바이든-날리면' MBC 기자 전용기 탑승배제, 기자회견 기피 등을 잘 알고 있는 일본이 '비판 언론은 배제해도 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1일 한겨레 김소연 도쿄특파원은 <'오염수 취재' 도쿄전력의 한국 언론 갈라치기>에서 도쿄전력이 이달 초 외신들의 취재를 지원하는 일본포린프레스센터(FPCJ)를 통해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 취재 신청을 받으면서 한국 언론 중 한겨레와 MBC만 제외했다며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도쿄전력은 오늘(21일) 한국 등 외신 기자들에게 오염수 방류 설비 등을 공개하고 설명할 계획이다. 

7월 21일 한겨레   갈무리
7월 21일 한겨레  갈무리

김 특파원은 "외신을 상대로 한 후쿠시마 원전 취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지난해 11월, 올 2월에도 포린프레스센터를 통해 진행된 바 있다"며 "당시는 한국 언론사 중 1곳만 선정됐기 때문에 결과에 수긍했다.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고 전했다. 

김 특파원은 "한겨레와 문화방송(MBC)의 공통점이라면 다른 언론사에 견줘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를 담은 기사를 많이 보도했다는 것일 테다. 비판 기사를 많이 썼다는 이유로 한국을 대표해 취재하고 있는 언론사를 배제한 것이라면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라며 "주일 한국대사관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일본 외무성과 도쿄전력에 우려를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특파원은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에서 외국 언론사를 상대로 이렇게 노골적으로 갈라치기를 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며 그 배경에 비판언론을 대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김 특파원은 "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아마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대통령을 비판했다고 국외순방 취재 때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거나, 대통령이 공식 기자회견을 뒷전으로 한 채 입맛에 맞는 언론사 기자만 따로 불러 만나는 한국 상황을 일본도 잘 알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김 특파원은 "지난 7일 방한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일본에서와 달리 한국에선 언론사 몇몇을 선별해 인터뷰를 진행했다"며 "민주주의의 중요한 축인 언론(취재)의 자유가 곳곳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썼다.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지난 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지난 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은 지난해 11월 9일 "이번 순방에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대통령 전용기 탑승은 외교·안보 이슈와 관련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던 것으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 편파 보도가 반복돼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정부여당이 '이XX' '바이든' 보도를 "악의적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난 이후 벌어진 일이다. 

당시 순방에서 윤 대통령은 전용기로 이동 중 채널A·CBS 기자 2명을 따로 불러내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채널A 기자와 CBS 기자는 평소 윤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BS기자의 배우자는 법무부 형사사법공통시스템운영단에서 근무하고 있는 검사이고, 채널A 기자는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윤 대통령과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전용기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며 대통령비서실 소유물이 아니다.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는 취재진은 민항기 기준에 맞춰 탑승 비용을 지불하며 경비도 부담한다. MBC는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배제가 언론자유의 핵심인 취재·보도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고,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저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국내 언론 인터뷰는 조선일보 [단독] 인터뷰가 유일하다. 윤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 취임 1주년 기지회견 등을 건너 뛰었다. 윤 대통령은 대신 외신 인터뷰와 국무회의 모두발언 등을 통해 메시지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7일 한국을 방문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연합뉴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SBS 등 일부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

김 특파원은 도쿄전력에 대한 자유로운 취재가 필요한 이유로 "불투명하고 무능한 대응"을 꼽았다. 김 특파원은 도쿄전력이 원전 오염수의 안정성을 판단하기 위한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검증을 별다른 설명도 없이 거부하고 있으며, 원전 인근에서 잡히는 '세슘 범벅' 물고기에 대해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료 채취를 독점하고 있다. 

김 특파원은 "원전 폭발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된 지 12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도쿄전력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원전 인근 바다와 해저 토양은 도대체 어떤 상태인가"라며 "이런 상황에서 오염수를 30~40년 동안 바다로 내보내겠다고 하니, 주변국이 불안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지난 18일 한국언론을 상대로 실시한 온라인 설명회에서도 일방적인 홍보전에 집중하며 언론자유를 제약하는 태도를 보였다. 노컷뉴스, 한국일보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한국 기자의 '오염수' 용어 사용에 정색을 하는가 하면, 온라인 설명회는 '비공식'이라며 보도목적의 촬영과 녹음을 금지했다. 일본 측 관계자는 "한국에도 '처리수'라는 용어가 침투돼야만 (해양 방류의) 정당성에 대한 이해도 넓어진다"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출입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지난 19일 국민의힘이 보수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와 개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긴급토론회'에서 발제자가 한겨레를 '괴담 스피커'라고 비난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발제자인 허엽 바른언론시민행동 이사는 “3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에 민주당이 (괴담을) 제기했고, 궤를 같이하는 한겨레·경향신문이 그런 괴담을 확대재생산, 스피커 역할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21일 기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한겨레가 ‘괴담 스피커’라고?>에서 "이 주장은 이소영 의원의 발언과 한겨레 보도가 같은 내용이라는 대목부터 사실과 다르다"고 비판했다. 

허 이사는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알프스 성능 검증은 빠져 있다'고 주장하자 일주일 뒤 한겨레가 'IAEA 알프스 성능검증 한 번도 안 했다'는 기사를 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소영 의원의 비판은 지난 4일 최종발표된 IAEA 오염수 방류계획 안전성 검토 결과에 대한 것이고, 한겨레 보도는 IAEA가 2020년 발표한 일본 알프스 소위원회 보고서 검토 결과에 대한 것이다.

한겨레가 2020년 검토보고서를 검증한 이유는 윤석열 정부가 "알프스에 대한 검증은 이미 끝난 상태"라며 해당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이 보고서를 찾아, 알프스 성능 검증 보고서가 아님을 확인했다. 또 원자력기구가 2013년 3월 이후 다섯 차례 수행한 또 다른 검토에서도 알프스 성능 검증은 검토 범위가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해 보도했다"고 했다. 

허엽 이사는 SBS팩트체크 '사실은'팀의 검증보도를 근거로 이소영 의원의 주장은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정났다고 했다. 하지만 SBS '사실은'팀의 보도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술돼 있다. 

"IAEA가 ALPS 검증을 전혀 안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국가 간 교차 검증은 6차 보고서가 유일했고요, 이 역시 IAEA 주관하에 일본이 제출한 샘플로 한 조사였습니다. IAEA 보고서에는 일본에서 데이터를 제공했다, 제출받았다 이런 표현이 참 많습니다. 샘플 분석이 다 끝난 것도 아니었습니다.

최종 보고서를 보니까, 앞서 6차 보고서에 있다고 말씀드린 균질화까지 완료된 방류 직전 탱크 말고, ALPS 장비는 거쳤지만 균질화는 안 된 다른 탱크에서 뜬 샘플이 더 있는데 그 분석 결과는 올해 하반기에 발표한다고 합니다. 과학도 과학이지만, 지금은 신뢰를 얻는 것이 관건일 텐데, 모든 샘플 분석이 다 끝나기도 전에 IAEA가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면서 논란을 자초한 측면도 있습니다."

한겨레는 "SBS가 '원자력기구가 알프스 검증을 전혀 안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단 한 차례의 오염수 시료 분석 결과"라며 "그러나 이 결과를 담은 보고서 어디에도 ‘알프스 성능 검증’이란 말이 없다. 분석 목적이 도쿄전력 분석값의 신뢰성 확인이었지 알프스 검증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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