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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심의·의결 국가예산, 대통령 말 한마디로 못 바꿔 한겨레 "수해와 보조금 아무 관련 없어… 국민 갈라칠 궁리만" 수해복구 추경 없다는 윤 정부, 상반기 '역대급 일시차입' 113조

수해복구도 카르텔 척결로 하겠다는 "전근대" 정부

2023. 07. 19 by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 복구와 피해 보전에 재정을 투입해야 합니다"-18일 윤석열 대통령 국무회의 모두발언 

윤 대통령이 수해 복구 재원과 민간단체 보조금 폐지를 연결짓자 '수해와 보조금이 무슨 관련성이 있냐'는 여야·언론·전문가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가 심의·의결한 예산 항목을 대통령 말 한마디로 바꿀 수 없으며 물폭탄 참사 앞에서 '국민 갈라치기'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탁견'이라고 옹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보조금을 폐지해 수해 복구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 (KTV 유튜브 화면 갈무리)

19일 한겨레는 사설 <‘카르텔’·‘4대강’, 최악 수해에도 국민 갈라칠 궁리만 하나>에서 "참으로 기발하다"며 "수해 복구 재원과 민간단체 보조금 폐지를 곧장 연관시킨 대통령의 발상과 발언은 너무나 조악하고 억지스럽다. 이번 수해와 보조금 지급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수해 복구에 필요한 재난 관련 재원 및 예비비와 민간단체 보조금은 근거 법령이나 계정 분류도 다르다"며 "굳이 민간단체 보조금까지 전부 가져다 수해 복구에 써야 할 형편이라면 왜 그런지 이유와 규모를 국민 앞에 상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도리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마치 이참에 '미운 놈 때려잡자'는 식으로 다짜고짜 '보조금 전부 폐지'를 선전포고하듯 선언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정부가 필요한 재원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니, 일석이조라는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평소 자신이 눈엣가시로 여겨온 민간단체 보조금 지급을 끊기 위해 수해라는 국민적 재난을 이용하려는 것처럼 비친다"며 "지난해 수해 때 그렇게 원성을 사고도 얻은 교훈이 전혀 없었단 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경향신문은 사설 <수해 복구·예방비 추경하고 농축산물값 폭등 대비해야>에서 "대통령은 구체적인 예산 확보 계획 없이 ‘카르텔 척결’을 통한 보조금 구조조정만 강조하고 있으니 답답하다"며 "보조금 폐지로 확보되는 예산은 일러야 내년 초 투입이 가능하다. 수해복구비는 신속한 집행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정부는 과거 대규모 수해에 여러 차례 추경을 편성해 대응했다"며 "재정 건전성을 신줏단지 모시듯 하는 윤 대통령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수해 복구를 위한 추경에 선을 그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호우로 인한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가지고 있는 재원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며 "재난으로 인한 추경은 지금껏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 2006년 태풍 에위니아 등 세 번뿐이었는데 당시와 비교했을 때 피해 규모가 크다고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해 복구를 위해 보조금을 끊겠다는 윤 대통령 발언과 상충하는 내용이다.  

시사저널은 18일 기사 <尹대통령 꽂힌 ‘이권 카르텔’ 척결…‘어떻게’가 안 보인다?>에서 "한시가 급한 '수해 복구'마저 '카르텔'과 연관 짓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최근 윤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 용어를 전방위에 적용하며 '전쟁'을 선포하고 있지만, 카르텔의 기준과 방향성이 모호하다는 물음표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시사저널에 "수해 복구 예산은 기본적으로 따로 마련돼 있고, 또 따로 마련해야 하는 게 맞다. 지도자로서 좀 더 책임있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윤 대통령이 말하는 카르텔 중 명확히 실체가 있는 것이 하나 없다며 "실체 분명한 카르텔은 딱 하나다. 법조카르텔"이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충남 공주시 탄천면 한우 축산농가를 찾아 피해 주민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충남 공주시 탄천면 한우 축산농가를 찾아 피해 주민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 대통령 지시를 "반민주도 아닌 전근대"라고 비판했다. 이 연구위원은 "보조금을 폐지하고 수해를 지원할 방법은 없다. 근대 국가의 시작은 국민의 대표인 의회가 정한 대로 세금을 걷고 예산을 지출하는 것"이라며 "의회가 여야 합의를 통해 어떤 보조사업에 10억 원을 지출하라고 땅땅땅 했는데 이를 대통령이 임의로 지출하지 않고 수해에 쓸 수는 없다"고 짚었다. 

이 연구위원은 "이건 '전용'조차 아니다. 전용이란 예산의 한 프로그램 내에서 집행부가 신축적으로 돈을 끌어쓰는 행위"라며 "프로그램을 넘나들면서 한쪽을 줄이고 한쪽을 늘리는 것은 '전용'조차 아니다. 이는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연구위원은 윤 대통령이 '보조금'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보조금은 국가가 제공해야 할 행정서비스를 대신 수행하는 대가로 지급되는 돈이란 얘기다. 이 연구위원은 "일을 시켰으면 돈은 줘야 한다"며 "정부가 수행해야 할 서비스를 더 효율적으로(싼가격에) 수행할 수 있는 민간단체가 있으면 공무원에 비싼 인건비를 주는 것보다 더 예산을 아낄 수 있다. 결국 민간이 수행하는 서비스를 위한 보조금을 끊으면 더 비싼 비용으로 동일한 행정서비스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여야에서도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18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 발언이 나온 직후 페이스북에 "이런 메시지를 낼 것을 대통령에게 조언한 참모는 당장 잘라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권 카르텔은 정치적 용어이고 수해복구는 절박한 현안이다. 이 두 가지를 엮는 게 첫 번째 오류"라고 했다. 

이어 이 전 대표는 "정확히 액수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보조금을 어떻게 산출할지가 불명확한데 그것을 재원으로 하는 게 두 번째 오류"라며 "대통령 발언이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닙니다. 도둑놈이 많은 겁니다'라는 정치적 구호를 '국민 1인당 월 150만원씩 배당'이라는 복지 정책의 재원으로 가볍게 언급하는 모 정치인의 공약처럼 비춰져서는 곤란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 발언을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의 주장에 빗댄 것이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염치가 있다면 수많은 생명을 잃은 이참에 또 카르텔을 들먹이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사과에 너무나 인색하고 남탓만 하는 대통령은 더 이상 보고싶지 않다"고 썼다. 유 전 의원은 "이번 수해로 인한 인명피해만 하더라도 지난해 수해때 대통령이 말한 대로 '다시는 인명피해가 없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졌더라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며 "지난 1년간 뭘 한 건가. 말만 떠들고 행동은 없는 NATO(No Action Talk Only)가 이 정부의 실체임이 드러나지 않았나"라고 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수해 복구 재원과 관련한 추경 편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권 카르텔 운운하며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되고, 현실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가 재정 사용은 법적 절차에 근거해야 한다는걸 모르는 국민은 없다. 오직 윤 대통령만 모르는 것 같다"며 "일의 순서도 법적 근거도 없이 자기 내키는 대로 예산을 쓰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너무나도 위험한 대통령 인식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김가영 정의당 부대변인은 "대통령이 언급한‘이권, 부패 카르텔’은 누구인가. 직접 한국 교육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킬러문항' 카르텔인가, 의견서 써주고 억대 수익을 받은 대법관 후보자가 있었던 법조계 카르텔인가"라며 "아니면 고속도로 종점에 얽힌 국책사업 카르텔인가"라고 비판했다. 김 부대변인은 "재원이 없어서 난 수해인가"라며 "국민 세금을 재난 대응을 위해 써야 하는 것은 백번 옳지만, 국가적 재난의 욕받이를 엉뚱한 곳에서 찾는 것은 진정 못된 심보"라고 했다.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폴란드·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준비한 수해 관련 자료를 살펴보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아시아투데이는 19일 사설 <이권카르텔 보조금의 수해복구 투입, 탁견이다>에서 "제대로 실천된다면, 이권 카르텔을 붕괴시키는 한편 수해 지원의 재원을 대폭 마련할 수 있다"며 "수해를 빌미로 한 야권의 추경 요구를 차단하면서 건전재정 기조 속에 예산의 효율적 집행으로 재난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권카르텔 보조금 폐지에 나서는 한편, 수해복구와 피해보전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고 썼다. 

매일신문은 사설 <독해지는 극한 기후, 수해 복구 재원 대책마저 지속가능성 고려해야>에서 "주목할 것은 복구 재원을 윤 대통령이 특정한 부분"이라며 "수해 복구에 대한 국가의 책임도 중대하지만 복구 재원과 관련, 향후 장기적 관점에서 건전 재정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결코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정부가 최근 3년간 국고보조금을 받은 민간단체 1만2천여 개에 대해 감사한 결과, 1조1천억 원 규모 사업에서 무려 1천865건의 부정·비리가 확인된 바 있다"고 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올해 상반기 약 114조 원을 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감세에 따른 세수 결손이 원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한국은행·기획재정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부가 올해 상반기 일시적으로 빌린 자금의 규모는 113조 7천억 원에 달했다. 지난 10년 평균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4월 말 기준 관리재정수지는 45조 4천억 원 적자다. 문재인 정부의 일시차입 규모는 연평균 55조 1천억 원 수준이었다. 문재인 정부 5년 4월 기준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은 평균 37조 5천 억원이었다. 

장 의원은 "건전재정 한다더니 실상은 세수펑크로 일시차입을 남발하는데 급급한 현실"이라며 "막대한 규모의 부자감세를 해놓고도 종부세와 양도세 등 추가 감세를 예고하며 재정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부자들을 위해 현재세대를 약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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