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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뛰어가도 상황 못 바꿔"… 지자체는 서로 '네 탓' 공방 '견인차 길막' 원희룡, '골프' 홍준표, '지하차도 망언' 김의겸 동아일보 "'내 탓이오' 말하는 이 하나 없어"

'물폭탄 참사'도 책임회피·망언으로 일관한 정치

2023. 07. 18 by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기록적 폭우와 행정미비로 '물폭탄 참사' 상황을 맞은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에서 부적절한 발언·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이태원 참사를 겪고도 '국가는 왜 존재하나'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동아일보는 18일 사설 <“市에 알려” “도청 관할” “불가항력” “인력부족” “우리 일 아냐”>에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서 발생한 궁평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교통 통제만 제때 했어도 피할 수 있었던 참사였다며 "그런데 주민 보호 책임이 있는 행정 기관들이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를 찾아 산사태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를 찾아 산사태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 제공)

동아일보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바쁜 흥덕구청·청주시청·충북도청 ▲"인력부족"을 이유로 현장에 출동하지 않은 경찰 ▲"제방은 우리 일 아니다"라며 시에 상황 전달만 하고 떠난 소방서 ▲'대통령이 한국으로 뛰어가도 상황 못 바꾼다'는 대통령실 등을 지적했다. 

17일 윤석열 대통령은 산사태 피해지역인 경북 예천군 일대를 찾아 "해외에서 산사태 소식을 듣고 ‘그냥 주택 뒤에 있는 산들이 좀 무너져서 민가를 좀 덮친 모양’ 이렇게만 생각했다"며 "몇백 톤짜리 바위가 산에 굴러 내려올 정도로, 이런 건 저도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 봤다. 얼마나 놀라셨겠나"라고 말했다. 해외 순방 중인 윤 대통령이 국내 수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미비한 행정으로 14명이 숨졌는데 어떻게 '내 탓이오' 하는 이가 하나도 없나"라며 "공직 사회가 부서 간 칸막이를 쳐놓고 소극적 보신주의와 행정편의주의에 안주하다가는 예보된 날씨에도 행정 실패로 막대한 피해를 입는 ‘관재(官災)’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같은 날 한국일보는 사설 <구멍 숭숭 뚫렸는데... 재난 컨트롤타워는 어디에>에서 "행정수반인 대통령이 국내에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인식은 너무 아찔하다.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를 겪고도 어떻게 이런 메시지를 낼 수 있는가"라며 "이러니 재난 대응을 진두지휘해야 할 행안부 장관이 장기간 자리를 비우는 한이 있어도 그냥 물러나게 할 수는 없다고 버텨온 것 아니겠나"라고 썼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월 탄핵심판 개시로 직무가 정지됐지만 개각 명단에 없었다. 

한겨레는 사설 <“뛰어가도 상황 바꿀 수 없다”, 대통령실이 할 말인가>에서 "‘가도 할 일 없다’는 대통령실의 말에는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데 대한 최소한의 죄송함, 희생자들을 향한 아픔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한겨레는 "윤 대통령은 귀국 뒤 ‘집중호우 대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국민 안전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집중호우가 올 때 사무실에 앉아만 있지 말고 현장에 나가서 상황을 둘러보고 미리미리 대처하라'고 지시했다"며 "국정운영 최고 책임자인 윤 대통령 스스로에게 할 말"이라고 꼬집었다.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폴란드·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준비한 수해 관련 자료를 살펴보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폴란드·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준비한 수해 관련 자료를 살펴보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향신문은 사설 <재난 때마다 변명 늘어놓는 정부, 그럼 국가는 왜 존재하나>에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와 여러모로 닮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재난상황에서 대통령의 부재를 따지는 이유를 "지난해 수해와 이태원 참사를 겪은 뒤 대통령이 재발 방지를 위해 무얼 했는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비용과 효율을 중시하는 그의 철학이 공무원 사회에 미친 영향은 없었는지 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은 "고위직들이 참사 때마다 내놓은 말들은 일관된 함의를 갖는다. 대통령에게 어떠한 책임도 묻지 말라는 것"이라며 "매사 이렇게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시민들에게 각자도생을 권한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라고 했다. 

원희룡, 홍준표, 김의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6일 오후 궁평 지하차도 침수 사고 인근 도로에서 견인차량이 지나가는데도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위해 자리를 지켜 비판을 받고 있다. 원 장관 주변에서 '견인차가 들어가야 하니 비켜달라'는 요청이 이어졌으나 원 장관은 기자들을 향해 준비한 말들을 이어갔다. 

고위공직자와 언론이 사고현장을 배경으로 활용하는 브리핑을 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경영 KBS 기자는 18일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최강시사'에서 "고질적 관행이다. 미국·유럽 언론을 보면 사고 현장과 다른 곳에서 테이블을 가져다 놓고 정식으로 기자회견을 한다"며 "이미 짜여진 인터뷰를 사건 속으로 슥 넣어서 마치 이 사고에 관해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는 양 보이는 것 자체가 현실과 괴리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 기자는 "굳이 현장 모습까지 다 담아서, 사고현장을 마치 배경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의도가 언론과 국토부 홍보관계자 등에게 오랫동안 있는 것"이라며 "이번 정부만 그런 것이 아니고 계속 이래왔다. 정부도, 언론인들도 생각을 달리 해보길 바란다"고 했다.

(왼쪽부터)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은 17일 SNS에 올린 글에서 지난 주말 폭우 상황에서 골프를 치러 간 데 대해 사과하라는 비판에 대해 "주말에 테니스를 치면 되고 골프를 치면 안 된다는 그런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느냐"고 반발했다. 홍 시장은 "대구는 다행히 수해 피해가 없어 비교적 자유롭게 주말을 보내고 있다"면서 "그걸 두고 트집 잡아본들 나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대통령이라면 다르겠지만 그 외 공직자들 주말은 비상근무 외에는 자유"라고 주장했다. 

또 홍 시장은 "주말 개인 일정은 공개하지 않는다. 그것은 철저한 프라이버시"라고 했다. 홍 시장은 15일 오전 11시 20분경부터 팔공CC에서 골프를 치다 비가 많이 오자 1시간여 만에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홍 시장은 지난 2006년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 시절 3·1절에 골프를 쳤다는 이유로 이해찬 국무총리를 향해 사퇴를 촉구했다. 당시 홍 시장은 "고의든 과실이든 발생된 결과에 대해서는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라고 했다. 실제로 이해찬 전 총리는 3·1절 골프 파문으로 사퇴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홍 시장 폭우 골프 논란에 대한 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 우크라이나 방문을 비판하면서 "지금 중국과 러시아가 마치 범람하는 강과 같은데,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가서 한 행동과 말은 우리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궁평지하차도로 밀어 넣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본다"는 막말을 했다. 김 의원은 이날 SNS에 올린 글에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께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비판하며 부적절한 언급을 한 것은 제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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