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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에 '국민 뜻' 앞세워 "안 보는데 왜 내냐" 주장… 헌재 '특별부담금' 결정 잊었나 '조작 가능' 온라인 여론조사로 "공영방송 길들이기"

보수언론, '수신료 폐지'까지 거론

2023. 06. 07 by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통령실의 KBS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에 대해 '공영방송 길들이기'라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공영방송의 존립을 흔들 사안을 사회적 숙의과정도 없이 밀어붙이는 것은 반민주적·언론자유 훼손 행태라는 지적이다.

대통령실이 포문을 열자 보수·경제지들은 '국민 뜻'이라며 수신료 폐지까지 거론하고 있다. 수신료를 특별부담금으로 규정하고 현행 징수 방식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주장이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지난 5일 브리핑에서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수신료 분리징수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지난 3월 9일부터 한달 간 수신료 징수방식에 대한 국민참여 토론을 진행한 결과, 투표자 절대 다수가 수신료 분리징수에 찬성했다는 게 근거다.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정부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해 한국전력의 수신료 통합징수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법은 'KBS는 공사는 수상기의 생산자·판매인·수입판매인 또는 공사가 지정하는 자에게 수상기의 등록업무 및 수신료의 징수업무를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송법 시행령은 KBS 위탁을 받은 기관(현 한국전력)이 수신료를 징수할 때, 자기 업무와 관련한 고지행위와 결합해 수신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공영방송 돈줄을 옥죄 길들이려 한다는 언론비판이 나온다. 조작 가능성이 제기된 온라인 여론조사만으로 공영방송을 '상업화'하려는 이유가 공영방송 길들이기가 아니면 무엇이냐는 지적이다. 수신료는 KBS 전체 재원 중 45%를 차지한다. 수신료 분리징수가 이뤄지면 납부 회피가 늘어나고, 징수에 드는 비용은 늘어 KBS 공적 재원이 크게 흔들리게 된다. 

7일 한국일보는 사설 <공영방송 존립 흔들 'KBS 수신료 분리징수' 국민 숙의 필요>에서 "이 중대한 정책 결정을 대통령실이 온라인 여론조사로 밀어붙이는 것이어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중복참여도 막지 않고 표본추출도 하지 않은 허술한 여론조사만을 근거로, 전문가 공청회 등 어떤 형태의 숙의도 거치지 않고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통합 징수가 폐지되면 KBS 수입의 45%를 차지하는 수신료 수입이 크게 줄어들 텐데, 그 여파에 대해선 아무 대책도 없으니 정상이라고 할 수 있겠나"라며 "'수신료를 무기로 공영방송을 길들이겠다는 선포'(강선우 민주당 대변인)라는 시선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라고 썼다. 

한국일보는 "KBS에 대한 불만과 수신료 거부 여론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더 좋은 공영방송을 만드는 것으로 귀결되어야지 공영방송을 상업화하는 것으로 가서는 안 된다"며 "KBS도 공공성을 더 강화해 국민 여론을 제 편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제안심사위원회 개최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겨레는 같은 날 사설 <텔레비전 수신료 분리징수, 공영방송 길들이기 아닌가>에서 "애초 수신료 통합 징수 제도가 도입된 것은 공영방송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법적 의무인 수신료 납부의 공평성과 효율성을 기하려는 목적이 컸다"며 "그동안 여러차례 통합 징수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소송이 제기됐지만,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입법 목적의 정당성 등을 이유로 한국방송(KBS) 쪽의 손을 들어줬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수신료 수입이 줄면 한국방송은 자구책으로 상업광고 의존도를 높이거나 장애인 방송 등 공익성 높은 프로그램을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수신료를 볼모로 한국방송을 압박해 정권에 순치시키겠다는 속내를 모르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반민주적이고 치졸한 행태를 당장 그만두라"고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여론몰이식 KBS 수신료 분리징수, 공영방송 옥죄기인가>에서 "기울어진 여론조사로 분리징수를 강행하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여타의 세금·공과금 부과 방식도 ‘국민 여론’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실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결 내용을 온라인 여론조사에 제시하지도 않았다며 "사법부의 법적 판단이나 야당 반발을 우회해 방송법 개정보다 시행령 손질을 통해 분리징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다시 ‘시행령 통치’로 일방통행식으로 정책을 강행할 태세"라고 했다.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르면 수신료는 여권이 주장하는 '시청료' 개념이 아닌 공영방송 독립적 제도 운영을 위한 '특별부담금'이다. 헌재는 지난 1999년 수신료 부과에 대한 위헌소원 판결에서 "수신료는 시청 여부 또는 어느 방송을 시청하는가와 관계없이 납부해야 하는 것"이라며 수신료를 특별부담금으로 규정했다. 헌재는 2008년에도 수신료가 특별부담금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대법원은 2016년 현행 수신료 징수 방식이 적법하다고 결론냈다.

경향신문은 "분리징수가 시행되면 KBS 예산의 45%를 차지하는 수신료 재원이 절반 이하로 줄게 된다. 재난·해외송출 방송이나 공익성 높은 프로그램이 축소·폐지돼 공영방송 기능이 위축되고, 상업광고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이런 퇴행적 과제들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우선되어야 한다.(중략)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면직에 이어지는 공영방송 조기 장악 의도가 아니라면 대통령실은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썼다.

반면 보수언론은 '국민의 뜻'이라며 수신료 폐지까지 거론하고 있다. 'KBS를 보지도 않는데 수신료를 왜 내야 하느냐'는 보수언론의 주장은 헌재와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사설 <구시대 유물 된 KBS 수신료, 왜 국민이 강제로 내야 하나>에서 "‘KBS를 보지도 않는데 왜 돈을 내야 하느냐’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며 "국민 입장에선 전기료와 같이 징수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일단 내지만, 나중에 수신료 환불을 요청한 건수가 2016년 1만5746건에서 2021년 4만5266건으로 급증했다"고 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일본 NHK는 징수원이 가정을 일일이 방문해 수신료를 받아간다. NHK뿐 아니라 영국 BBC, 프랑스 FTV 등 각국이 수신료를 폐지 또는 인하하는 추세"라며 "그런데 KBS는 도리어 수신료를 현재 2500원에서 3840원으로 올려 달라고 한다. 염치가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수신료 분리 징수든 폐지든 법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NHK, BBC 등 세계 주요 공영방송의 월 수신료는 1만 5천원~2만원 선이다. 유럽 방송연합(EBU, European Broadcasting Union)에 가입된 56개국 중 다수 국가의 공공서비스미디어가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2021년 기준 EBU 지역 공공서비스미디어는 재원의 77%가 공적재원이다. EBU는 수신료를 포함한 공적기금 조달 원칙으로 ▲독립성 ▲안정성과 적절성 ▲공정성과 정당성 ▲투명성과 책임성 등을 내세우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전체 수신료 액수와 동일한 예산 규모를 부가가치세를 통해 조성한 정부 예산으로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소요 예산은 연간 37억 유로, 한화로 5조원에 달한다. 독일과 스위스는 TV 수상기 보유 여부에 따라 수신료를 부과하는 방식에서 TV 수상기 보유 여부와 무관하게 가구당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공영방송사의 재원 모델을 목적세 형태로 전환했다.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경제는 사설 <국민이 원하는 TV수신료 분리징수가 '방송 길들이기'라는 억지>에서 "노조가 장악한 ‘노영(勞營)방송’ MBC는 말할 것도 없고, KBS도 좌파에 경도된 채 편향성을 지적받아온 지 오래"라며 "그래 놓고 새삼 공영방송 타령인가"라고 주장했다. 한국경제는 "수신료 분리 징수는 압도적 국민 여론, 그간 KBS의 편향적 행태와 방만 경영, 미디어 환경 변화, 외국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불가피한 변화"라며 "국민 뜻이 우선 아닌가"라고 했다.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 '국민참여 토론'은 조작이 가능한 시스템을 통해 진행됐다. 한 사람이 한 계정으로 토론 댓글을 계속 남길 수 있고, 여러 계정을 만들어 중복투표를 할 수 있다. 여기에 극우유튜버들을 중심으로 국민참여 토론 투표 독려가 진행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매일신문은 사설 <공영방송 TV 수신료, 분리 징수 아닌 폐지가 답이다>에서 "KBS가 수신료를 받고 싶다면 그 방송을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을 모집해 수신료를 받으면 된다. 공영방송 TV 수신료는 분리 징수를 넘어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보지도 않는데, 수신료를 왜 내야 하는가"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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