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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폭주 안 막으면 직무유기" 노란봉투법·방송법 거부권 시사 중앙일보가 전한 거부권 기준 위헌·재정낭비·국민갈등조장 당정 '집회·시위 제한' 입법 추진, 위헌 논란 한창

노란봉투법·방송법이 위헌이면 집회·시위 제한은 뭐지

2023. 05. 26 by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중앙일보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기준을 전했다. 위헌, 국가재정 낭비, 국민갈등 조장 입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법이 해당 기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당정은 집회·시위 제한 입법 추진으로 '헌법 위에 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물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 국면에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없는 게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 거부권 행사를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 거부권 행사를 의결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중앙일보 기사 <대통령실 “야당 입법폭주, 막지 않는 게 대통령 직무유기”>에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4일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의 재의 요구(거부권 행사)는 야당의 입법 폭주를 막기 위한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헌법적 책무"라며 "오히려 행사하지 않는 것이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야당의 비난은 협치를 빙자한 '할리우드 액션 협치'"라며 "겉으로는 협치를 요구하며 거부권 행사를 비난하지만, 실제로는 갈등 당사자 간 갈라치기 입법을 통해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1년이 지나는 동안 야당 대표·원내대표와 단 한 차례도 만난 적 없는 최초의 대통령이다.

중앙일보는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수적 우위를 가지고 입법권을 남용해 ▶헌법 위배의 입법을 하거나 ▶국가 재정 낭비 등 국민경제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치거나 ▶국민 갈등을 조장하는 법안을 추진할 경우, 헌법적 책무에 따라 재의 요구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거야의 입법 강행·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라는 악순환 구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노란봉투법에 이어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야당은 강행 처리를 예고하는 반면에 여권은 공영방송을 영구 장악하기 위한 악법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한 참모는 중앙일보에 "거대 야당은 입법권을 휘두르고, 여당은 타협과 조율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여야 간 극한 대립이 총선을 앞두고 더 깊어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이 수요량이나 예상 생산량보다 3~5% 이상 더 생산되거나 가격이 5~8%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 전량을 사들이도록 하는 내용이다. 거부권 행사 당시 윤 대통령은 쌀값 폭락에 대한 대책도 없이 양곡관리법을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규정했다. 국민의힘은 '밥 한 공기 비우기'를 대안으로 내놓아 빈축을 샀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에는 증가한 쌀 재배면적의 초과 생산량에 대해서는 법이 적용되지 않고, 재배면적이 증가한 지방자치단체에 패널티를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개정안 수정 과정에서 정부의 쌀 초과 생산량 매입 요건이 강화된 결과다. 이를 두고 농민단체들은 '농민의 삶을 지켜줄 수 없는 누더기 법안'이라고 반발했지만 그마저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물거품이 됐다.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공약위키'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공약위키'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간호법 제정을 약속하고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 대선에서 원희룡 선거대책위 정책본부장은 간호협회와 만나 “우리 국민의힘은 누구 못지않게 앞장서서 조속히 입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윤석열 대통령) 후보께서 직접 약속을 하셨다. 정책본부장으로서 공식발언"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의사협회 눈치만 보며 '입법독주' 정치공세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거부권 직전에 등장한 여당의 수정안에서 간호계 요구는 모두 빠져 있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대선 기간 간호법 제정 약속을 '가짜뉴스'로 주장하고 있다. 

간호법은 의료법상 간호사에 대한 규정을 떼어 별도의 법으로 제정하는 법을 말한다. 간호사 한 명이 환자 13명을 돌봐야 하는 현실에서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취지로 발의됐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 권리와 책무, 인권침해 방지, 처우 개선을 위한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제정안 조항은 대체로 추상적이다. 때문에 제정안 통과로 당장 현장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여당에서조차 "간호법은 사실상 직역 간의 싸움이어서 당이나 정부가 충분히 중재했다면 해결이 됐을 일"이라며 "이를 손놓고 있다가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까지 고민하게 만든 점이 문제"라는 말이 나왔다. (중앙일보 4월 28일<"나도 최연숙처럼 찬성 던지고 싶었다"…간호법 때린 與 속내>)

노란봉투법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고, 노동자 쟁의행위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보수진영과 재계는 노란봉투법을 '불법파업 조장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현대제철 하청노동자 직접고용 판결 ▲국가인권위 노란봉투법 처리 의견 ▲쌍용차 파업정당성 인정 판결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원청 소속 인정 판결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원청 인정 판결 등의 사례를 외면하고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실은 '노조가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한다'는 법안 조문에 없는 이유를 들어 거부권 행사를 예고하고 있다. 여권은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정권교체 이후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 관행을 유지하자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 수를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주체를 ▲국회 5명 ▲공영방송 시청자위원회 4명 ▲지역방송을 포함한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6명 ▲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각 2인씩 총 6명 등으로 다양화하는 내용으로 '노조 추천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노조가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보수언론의 보도는 반론·정정보도로 바로잡혔다. (관련기사▶대통령실에 일독 권하는 언론노조 방송장악 정정보도)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당정은 헌법과 법률을 거스르는 집회·시위 제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24일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가 집회 신고를 할 경우 ▲출퇴근 시간대 도로에서 열리는 집회·시위 ▲오전 0시~6시 집회 등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윤 대통령이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 2일 노숙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한 법집행'을 주문한 지 하루 만이다. 

당정이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다는 법률 조항 등을 근거 삼아 공안통치에 버금가는 '노동·집회 옥죄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정은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5조(집회·시위의 금지), 제12조(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 등을 법적 근거로 들고 있다. 집시법은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시위', '도로의 교통 소통에 장애를 발생시켜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는 집회·시위' 등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집회·시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판례도 쌓여있다. (관련기사▶당정 '집회 허가제' 구상… 경향신문 "헌법 위에 섰다")

한편, 민주당·정의당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안없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 선담은 기자는 26일 <[슬기로운 기자생활] 노란봉투법의 운명>에서 "100% 거부권 행사할 걸 너도 알고 나도 아는데, 이건 야당이 알리바이를 만드는 거죠"라는 한 노동계 인사 발언을 전했다. 

선 기자는 "지금 시점에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건 민주당과 정의당의 행보"라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명백한 상황이라면, 두 정당은 노란봉투법 입법이 불발됐을 때 어떤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짚었다. 선 기자는 "1㎥ 쇠우리에 자신의 몸을 가두는 ‘합법 파업’을 하고도 원청으로부터 400억원 넘는 손배 소송을 당한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 손에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면 이건 너무 무책임한 정치가 아닐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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