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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헌법적 '독재정권 공안통치' 중앙일보 "헌법, 집회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 못박아" 전문가들, '쿠데타·폭동'에 준하는 상황에서나 제한 가능

당정 '집회 허가제' 구상… 경향신문 "헌법 위에 섰다"

2023. 05. 25 by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당정이 헌법과 법률을 거스르고 집회·시위를 과도하게 제한하려 든다는 언론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다는 법률 조항 등을 근거 삼아 공안통치에 버금가는 '노동·집회 옥죄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수언론에서도 '헌법을 되새기라'고 하는 상황이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24일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가 집회 신고를 할 경우 ▲출퇴근 시간대 도로에서 열리는 집회·시위 ▲오전 0시~6시 집회 등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 2일 노숙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한 법집행'을 주문한 지 하루 만이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정은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5조(집회·시위의 금지), 제12조(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 등을 법적 근거로 들고 있다. 집시법은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시위', '도로의 교통 소통에 장애를 발생시켜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는 집회·시위' 등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정의 방침은 이 같은 집시법 규정과 헌법에 반한다. 24일 SBS '8뉴스'는 헌법전문가들에게 당정의 집회제한 방침에 대한 의견을 물어 보도했다. SBS는 "여러 헌법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더니 사실상 집회·시위 허가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고, 그럴 경우 위헌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SBS는 "정부·여당은 집시법 5조에 근거해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를 금지하겠다고 했지만, 이 조항은 쿠데타나 폭동에 준하는 상황을 가정한 거라는 게 헌법 전문가들의 설명"이라며 "또 집시법 12조에 따라 출퇴근 때 교통을 이유로 집회·시위를 제한하겠다는 방안도 과도할 경우에는 위헌 소지가 있을 거라고 봤다"고 전했다. SBS는 "최근 법원이 대통령 관저 인근의 집회를 허용하는 등 집회와 시위에 대한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는데, 이런 추세랑도 다소 거리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SBS '8뉴스' 5월 25일 보도화면 갈무리
SBS '8뉴스' 5월 25일 <제재 못하는 밤샘 집회…헌법 전문가들이 본 '집회 제한'> 보도화면 갈무리

25일 경향신문은 기사 <“불법 전력 땐 집회 금지” 헌법 위에 선 당정>에서 집시법 5조에 대해 "경찰은 과거 이 법조항을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해 집회 주최 단체가 과거 불법 집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집회 금지 통고를 남발했다. 하지만 경찰의 이 같은 주장은 법원에서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집회 금지 통고 사건에서 주최 측을 대리한 김소리 변호사(법률사무소 물결)는 경향신문에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집시법 제5조 1항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기사 <‘불법 전력 이유로 제한’ 법적 근거 없어…‘집회 자유’ 침해, 위헌·위법 논란 증폭>에서 "당정은 ‘집회가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쳐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집회는 ‘그 대상이 보고 들을 수 있는 범위’에서 개최돼야 하고 심각한 폭력의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제한할 수 있다는 게 베니스위원회 등이 제시한 국제사회의 기본 원칙"이라며 "헌재(헌법재판소)·법원의 입장도 마찬가지"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윤석열 정부가 또다시 '시행령 통치'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향신문에 "시행령은 그래도 기준이라는 게 있지만 경찰서장의 금지통고는 시행령보다 밑에 있는 일반 처분"이라며 "적나라 한 폭력 정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신고제 집회·시위를 허가하려는 정부, 공안통치 꿈꾸나>에서 "헌재는 집회의 자유에 집회의 시간·장소·방법·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포함된다고 적시했다. 심지어 미신고, 신고내용 위반 등이 있어도 평화로운 집회는 해산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례"라며 "정부의 '허가제 구상' 자체가 반헌법적·반민주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노동·집회 옥죄기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등 전임 정부 임명 기관장 면직 ▲국가정보원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압수수색 ▲여당·보수언론의 시민단체·노동자 악마화 ▲경찰의 시위 강제해산 훈련 재개 등의 사례를 나열하며 "과거 독재 정권이 정치적 반대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수사기관과 언론을 동원하고, 사회적으로 공포와 긴장을 조성한 공안통치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5월 25일 경향신문·중앙일보 기사·사설 제목 갈무리 (네이버뉴스)
5월 25일 경향신문·중앙일보 기사·사설 제목 갈무리 (네이버뉴스)

같은 날 중앙일보는 사설 <불법 행위 엄단하되 집회의 자유 침해 소지는 없어야>에서 "정부·여당이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신고를 제한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허가제’로 바꾸려 한다는 논란을 낳고 있다"며 "우리 헌법은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적시하면서 집회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못박고 있다. 당정은 타인의 권익이나 공공 안전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끼칠 게 명백한 경우 제한하겠다지만, 기준에 대한 시비가 일 수 있다"고 썼다. 사설 소제목은 '허가제 금한 헌법 취지 새기길'이다.

중앙일보는 "폭력을 동반하거나 신고사항을 지키지 않는 등 불법 행위에 엄정 대처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략)동시에 대책 마련 과정에서 표현과 집회의 자유가 훼손될 소지는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며 1984년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 전당대회장 밖에서 성조기가 불태워진 사건에 대해 주고등법원, 연방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린 사례를 제시했다. 

미 연방대법원은 "표현 행위를 제약하려면 불법행위를 즉시 선동할 경우여야지 잠재 가능성만으론 안 된다"고 판결했다. 중앙일보는 "그만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들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노조탄압 중단을 촉구하며 총파업 결의대회에 나선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용산 대통령집무실 방면으로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조탄압 중단을 촉구하며 총파업 결의대회에 나선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용산 대통령집무실 방면으로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조선일보, 서울신문 등은 노조의 집회·시위를 비판하는 사설을 썼다. 조선일보는 청소노동자들의 집회 소음 때문에 수업권이 침해됐다며 고소를 진행한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이동수 씨 사례를 이틀 째 조명했다. 

조선일보는 25일 사설 <‘집회 소음 막아 달라’던 학생들이 노조, 학교, 경찰에 당한 일>에서 "시위와 집회의 본질은 자신들 의견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데 있다. 그것이 정도를 넘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다른 이들의 업무를 심각하게 방해하는 수준이 돼선 안 된다"며 "시위 집회에 관대하고 그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사람의 고통은 외면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관행이 됐다. 이젠 학교에서 공부를 하게 해달라는 학생들 호소까지 부정당하는 지경에 와버렸다"고 썼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청소노동자들의 집회가 수업을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업무방해죄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고,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 취지로 사건을 넘겼다. 그러나 검찰이 재수사를 지시했고, 경찰 재검토 결과 집시법 위반 혐의도 무혐의로 처리됐다.

서울신문은 같은 날 사설 <불법폭력 시위의 공권력 유린, 이참에 끊어야>에서 "민주주의 핵심 가치인 집회와 표현 자유의 시민 기본권은 어떤 경우에도 훼손돼서는 안 된다.(중략)하지만 일부의 집회 자유가 다수 사회구성원들의 기본권을 무차별 침해해도 무한 보장될 수는 없다"며 "건설노조의 술판 집회는 그동안 불법집회를 막는 법제도가 명확히 정비되지 않은 탓도 크다"고 했다. 

지난 18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건설노조 집회에서는 폭력 행위 등이 없었다. 집시법 5조를 적용해 추가 집회를 제한할 근거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경찰은 1박2일 노숙 집회에서 기물을 파손하거나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법 위반 사항은 한건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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