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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국희 시찰단장 외 명단·일정·동선 비공개 항공편 따로 끊어 일본 입국…기자들과 추격전까지 시찰단 환대하는 일본 정부, 수산물 수입제한 해제 기대

언론 따돌리기에 여념 없는 오염수 시찰단

2023. 05. 24 by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이 국내 언론과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점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이유로 비밀리에 움직이고 있는 오염수 시찰단은 기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비행기 노선을 달리하고, 버스를 바꿔 타는 행태를 보였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등 정부기관은 시찰단 명단을 제출하라는 국회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정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시찰단은 유국희 원안위원장을 단장으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전문가 19명,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1명 등 총 21명으로 구성됐다. 21일부터 5박 6일 일정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시찰을 진행하고 있다. 민간전문가는 배제됐고, 시찰단 명단은 비공개 처리됐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23일 오후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 시찰을 마치고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도쿄전력 폐로자료관에 돌아와 취재진에 점검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BS·MBC·SBS·한국일보 보도 등을 종합하면 시찰단의 기자 따돌리기는 출국 전 날인 20일부터 시작됐다. 시찰단은 기자들에게 '출국 직전 인천공항에서 브리핑 하겠다'고 공지했지만 출국 당일인 21일 인천공항에 나타난 인물은 유 단장이 유일했다. 유 단장은 '인천-나리타공항', 시찰단원들은 '김포-하네다공항' 편을 이용해 일본에 입국했다.

신수아 MBC 기자는 2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통화에서 "취재진은 비행편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걸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한국에서 따라간 기자, 일본 공항에서 기다리던 특파원들 전부, 단원들 얼굴을 아예 못 봤다"고 전했다. 

22일 박상진 SBS 특파원은 "나리타 공항에는 유 단장 혼자 들어왔다. 나머지 단원은 취재진들을 피해 다른 공항으로 입국한 걸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일정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물론, 당일 시찰 결과 또한 취재진에게 밤 9시쯤 이메일로만 보내겠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에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하겠다는 우리 시찰단이 정작, 자신들이 어디서 뭘 했는지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22일 공식 일정에 돌입한 시찰단은 일본 외무성에서 기술회의를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기자들은 시찰단이 언제 외무성에 도착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외무성 출입구 곳곳에서 이른바 '뻗치기'를 했다. 이때 버스 한 대가 나타났는데, 외무성 경비가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국 시찰단이 탄 버스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버스에는 커튼이 쳐져 있었다. 지종익 KBS 특파원은 "시찰 일정을 묻기 위해 취재진이 접근했지만 버스는 정차와 이동을 반복하며 취재진을 피한다"며 "외무성 울타리 바깥을 5분 이상 돌더니 결국  일정을 시작한다. 방금 기자들과 한바탕 추격전을 벌인 뒤 시찰단을 태운 버스가 외무성 안으로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지 특파원은 "시찰단장은 이미 공개된 일정에 대해서도 최대한 말을 아꼈다"고 전했다. 다음 날 몇 시부터 일정을 시작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유 단장은 "일정 자체가 지금 제가 1분 1초로 머릿속에 들어있지는 않다"고 말을 돌렸다. 신 기자에 따르면 시찰단은 원전을 들어갈 때 다른 버스로 갈아탔다.

5월 22일 KBS '뉴스9' 
5월 22일 KBS '뉴스9' <‘오염수 시찰단’ 공식 일정 돌입…활동 노출 극도로 꺼려> 보도화면 갈무리

신 기자는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겠냐'가 기자들이 계속 질문하는 내용인데 정부 관계자들이 '함구령이 내려졌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더라"라며 "'시찰단 합의부터 파견까지 속도가 났지만 민감한 현안이라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이게 정부관계자들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전했다. 

신 기자는 '유 단장이 기자들에게 설명은 제대로 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시청자들이 보도로 보는 브리핑이 제가 유 단장에게 받는 정보의 전부"라며 "유 단장이 그것 외에는 기자들에게 확인을 해준다거나, '맞습니다' '아닙니다' 이런 정도의 단답 확인도 해주지 않는다. 유 단장에게 명함을 받고 문자했는데 한 번도 답을 받은 적이 없어서 원안위에 진짜 이 번호가 맞긴 하냐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 기자는 '그렇게 다 막혀있으면 일본에서 뭘 어떻게 취재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쪽대본처럼 움직인다"고 했다. 시찰단의 일정과 동선을 사전에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취재진들은 실시간으로 관련 소식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24일 한국일보는 기사 <일본에서 환대받는 후쿠시마 시찰단, 한국 기자들은 피해 다닌다?>에서 "일본의 반대로 민간 전문가마저 동행하지 못해 결과의 신뢰도에 대한 의구심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의 취재까지 따돌린 것"이라며 "외교부는 이후 22일 일본 외무성, 도쿄전력 관계자들과 기술회의를 하는 시찰 단원들의 뒷모습이 나온 사진만 언론에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반면 일본 정부는 한국의 후쿠시마 시찰을 반색하는 분위기다.(중략)오염수 방류에 대한 이웃 나라들의 부정적인 입장에 부담을 느끼던 일본 정부는 이번 시찰을 계기로 한국 내 부정적인 기류가 달라지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게다가 수산물 수입을 재개해 달라는 언급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23일 NHK에 따르면 일본 노무라 데쓰로 농림수산상은 "한국은 후쿠시마, 미야기 등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중단하고 있다"며 "이번 시찰은 처리수(오염수) 조사가 중심인 것으로 들었는데, 거기에 더해 수입 제한 해제에 대해서도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5월 24일 기사 갈무리 

시찰단의 언론 따돌리기는 예견된 결과다. 지난 19일 박구연 국무조정실 제1차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지난번 실무협의 때 우리가 취재진 동행도 요청한다고 했는데 요청을 했는지, 결국 불발된 건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실무적으로 논의했었지만 가는 시설이 굉장히 위험 시설"이라며 "협의 결과 국내 언론이 일본을 가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실제 시찰 활동의 현장에 들어가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박 차장은 "대신 현장에서 도쿄전력이라든지 관계자가 사진이나 필요하다면 동영상 자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협의됐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국회의 시찰단 명단 제출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24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간사 조승래 의원은 "시찰단원이 누구인지, 세부 일정은 무엇인지 전혀 공개가 안 되고 있다. 저희가 원안위, KINS 등에 관련 자료제출을 요청한 바 있다"며 "정보공개청구와 국회 상임위의 자료제출 요청은 완전히 다른 차원인데 도대체 자료제출을 안 하는 이유가 뭔가. 거부를 하려면 국가안보에 미치는 심각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과방위원장이 과방위 차원에서 자료제출을 거듭 요청하자 임승철 원안위 사무처장은 "시찰단은 범정부 국무조정실 TF에서 구성해 파견된 상황"이라며 "전문가들이 점검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조성이 필요한 상황이라 명단공개를 하지 않은 상황이다. 원안위가 시찰단을 구성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희가 자료제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임 사무처장은 "시찰 내용은 단장이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상세히 해드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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