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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한성윤 KBS 기자

정확히 알아야 이긴다! 스포츠 기자가 전하는 ‘한일’ 문화 이야기

2023. 05. 04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흔히 한국과 일본의 경기를 ‘한일전’이라고 부른다. 숙명의 라이벌, 스포츠에서 한-일 대결구도가 만들어지면 종목을 불문하고 전 국민의 뜨거운 관심사가 된다.

스포츠 전문기자로 활동하는 한성윤 KBS 기자가 지난 4월 『가슴에 새긴 태극마크, 등에 짊어진 일장기』를 출간했다. ‘스포츠로 보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야기’란 부제가 달린 이 책엔 한 기자가 20년이 훌쩍 넘는 동안 스포츠 현장에서 직접 뛰며 얻은 다양한 정보와 흥미진진한 뒷이야기가 담겼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 문화, 전통, 사회, 국민성, 가치관 등이 스포츠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42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통찰력 있게 풀어냈다.

지난 4월 26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가슴에 새긴 태극마크, 등에 짊어진 일장기』의 저자인 한성윤 KBS 기자를 만나 출간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한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가슴에 새긴 태극마크, 등에 짊어진 일장기』 출간한 한성윤 KBS 기자 (사진=이영광 기자)
『가슴에 새긴 태극마크, 등에 짊어진 일장기』 출간한 한성윤 KBS 기자 (사진=이영광 기자)

먼저 『가슴에 새긴 태극마크, 등에 짊어진 일장기』 출간 소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 책인데, 출간하고 나서 ‘내가 할 일을 했구나’ 싶었습니다. 제가 스포츠 기자로서 27년간 일해오면서 평소 가져왔던 ‘일본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기사로는 많이 써왔어요. 이번 책 『가슴에 새긴 태극마크, 등에 짊어진 일장기』란 제목처럼 양국의 문화적 차이를 줄기로 짚어보면서, KBS 기자로서 27년간 경험했던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굉장히 뿌듯한 마음 갖고 있습니다.”

‘스포츠’를 매개로 문화를 분석하신 이유는?

“대체로 스포츠 전문가들은 스포츠만 보려고 하고, 문화 전문가들은 스포츠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두 가지는 밀접하게 결합돼 있거든요. 왜냐하면 스포츠를 보는 사람들은 결국 그 사회의 특징을 그대로 대변할 수밖에 없어요. 그 사회가 가진 문화의 특성이 스포츠를 통해 나타나기 때문에, 이번 책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공통점 그리고 차이점을 스포츠로 밝혀내고 싶었습니다. 스포츠와 문화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결국 같이 엮어서 봐야 정확히 볼 수 있다는 생각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중국도 있고 미국도 있는데 왜 ‘일본’일까요?

“스포츠 영역에서 봤을 때 미국은 우리와 문화적인 배경이 완전히 다릅니다. 인종적인 차이점도 굉장히 많아요. 일본은 한국인과 체격, 언어 같은 것들이 가장 비슷한데 스포츠 문화가 중국과는 또 다릅니다. 중국 같은 경우 체격은 비슷하고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이긴 합니다만, 프로스포츠가 발달한 나라는 아니거든요. 공교롭게도 야구는 중국에서 안 하는 종목이라고 봐도 되는데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모두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죠. 그러다 보니 프로스포츠가 발달한 일본을 좀 더 탐구하게 됐습니다.”

일본이란 나라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어릴 땐 일본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했는데, 특히 권투 할 때 너무 긴장됐어요. 권투 볼 때 내가 직접 경기하는 것처럼 일본 선수에게 지면 너무 분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합니다. 스포츠에서 제일 재밌는 게 한일전이더라고요. 일본을 잘 알아야만 일본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포츠 기자로서 일본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한일 친선 경기를 하루 앞둔 24일 오후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닛산 스타디움에 태극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게양돼 있다. 2021.3.24 [대한축구협회 제공=연합뉴스]
한일 친선 경기를 하루 앞둔 24일 오후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닛산 스타디움에 태극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게양돼 있다. 2021.3.24 [대한축구협회 제공=연합뉴스]

왜 한일전이 그렇게 재미있을까요?

“아무래도 식민지 지배 36년간의 경험 때문에 일본만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죠. 스포츠는 상대적으로 일본과 대결에서 우리가 대등한 실력을 갖추기 쉬운 분야라서 많은 한국인들이 스포츠 경기에서 일본을 이기면 굉장히 기뻐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 축구와 일본 야구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나옵니다. 왜 그럴까요?

“냉정히 따지면 한국 축구와 일본 야구의 접점은 없죠. 그런데 정말 공교롭게도 여러 가지 면에서 공통점을 갖게 된 걸 제가 찾아낸 건데요. 한국에서 야구가 축구보다 먼저 프로로 됐고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한국은 ‘국가대표’라면 축구를 떠올리게 되고, 일본에선 야구예요. 그리고 한국에서 손흥민이라는 세계적인 선수가 나왔고 일본에서는 오타니가 탄생했어요. 아시아에서 한국 축구가 제일 강하죠. 야구는 일본이 강하고요. 공교롭게 우리나라 프로축구가 12개 팀이고 일본 프로야구도 12개 팀이에요. 이런 부분들은 뭔가 운명과도 같은 공통점 아닌가란 생각이 드는데, 무엇보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도 그렇죠.”

한국에서 축구보다 야구가 더 인기 종목 아닌가요?

“결국 국가대표 팀 간 경기에서는 축구죠. 그러니까 월드컵 인기를 이길 수가 없잖아요. 월드컵은 결국 K리그가 뿌리가 되고, K리그 없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존재할 수 없죠. 책에도 썼지만, 일본에서는 생활체육도 야구가 많은데 우리는 조기축구 문화가 굉장히 발달했고 이런 것들이 ‘한국 축구-일본 야구’가 연결되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한국 축구와 일본 야구 ‘응원’ 문화도 비슷하다면서요?

“맞습니다. 우리나라 야구는 모두가 다 즐기는 분위기거든요. 조금 전에 일반인들에게 축구가 인기 없다고 하셨잖아요? 그 이유 중 하나일 듯한데, 축구는 서포터스들이 서포터스석에서 노래를 많이 부르면서 응원하죠. 일반 관중은 서포터스석이 아니라 관중석에서 박수 치는 건데 일본 프로야구장의 모습이 똑같아요.”

『가슴에 새긴 태극마크, 등에 짊어진 일장기 - 스포츠로 보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야기』 한성윤/ 싱긋 (표지 이미지)
『가슴에 새긴 태극마크, 등에 짊어진 일장기 - 스포츠로 보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야기』 한성윤/ 싱긋 (표지 이미지)

왜 그런 차이가 있을까요?

“사실 한국의 야구 문화는 미국과도 다르고 일본과도 다릅니다. 야구 프로리그 있는 나라가 한국‧미국‧일본 세 나라인데, 미국은 핫도그 먹으면서 즐기는 분위기예요. 근데 일본 같은 경우 서포터스와 관중이 있는 거고 우리나라는 상당히 진지합니다. 즐긴다기보다 좋아하는 팀이 이기고 지는 데 굉장히 관심이 높은 분위기지요. 축구는 유럽 축구가 아무래도 인기가 있다 보니 유럽 축구의 응원 스타일을 따르는 경향이 있고 일본과 우리나라, 유럽이 모두 좀 비슷한 축구 문화를 갖게 됐고 닮아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구장 가면 파도타기 응원하잖아요. 일본에선 안 하나요?

“일본은 금지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 관람을 방해한다는 거죠. 우리는 ‘파도타기 하네, 재밌다! 가자’라면서 참여하잖아요? 그런데 파도타기를 하느라 내가 일어나면 뒤에 있는 사람들도 일어나야 하는데, 일본 같은 경우 그랬을 때 뒤에 있는 사람의 관람에 방해가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폐 끼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가 반영이 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럴 거면 집에서 TV로 중계방송 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죠. 그리고 일본 사람들이 조용하게 박수만 치는 건 아니에요. 일반 관중석에 있는 분들은 응원가 나왔을 때 박수 치면서 따라 부르는 거고, 서포터 석에 있는 친구들은 일어나서 풀피리 불면서 미친 듯이 응원하는 거고요.”

한국에선 왜 그렇게 다들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문화가 됐을까요?

“흔히 다이나믹 코리아라고 하잖아요. 야구장 풍경에 있어서도 한국인들의 이런 역동성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응원 문화에서 한국이 옳고 일본이 틀리다, 일본이 옳고 한국이 틀리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고요. 이게 다 문화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각기 장단점이 있는 거죠.”

토트넘 훗스퍼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EPL 100호 골을 기록한 손흥민을 축하했다. [토트넘 훗스퍼 인스타그램 캡처], 2023 WBC 우승 트로피 들고 감격한 오타니 (마이애미 EPA=연합뉴스)
토트넘 훗스퍼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EPL 100호 골을 기록한 손흥민을 축하했다. [토트넘 훗스퍼 인스타그램 캡처], 2023 WBC 우승 트로피 들고 감격한 오타니 (마이애미 EPA=연합뉴스)

손흥민 선수와 오타니 쇼헤이 선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둘을 비교하신 이유는?

“실제 국내 스포츠 팬들이 이 선수를 굉장히 많이 비교합니다. 그리고 제가 책에 썼듯이, 결론이 똑같아요. 야구는 미국 일본 한국만 하는 종목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위상에서는 당연히 손흥민 선수가 위죠. 그런데 종목에서의 위상만 놓고 봤을 때 오타니 선수가 레전드에요. 축구로 따지면 공격수 하다가 골키퍼까지 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한국 팬들도 오타니 선수를 많이들 인정하죠. 이치로 선수 같은 경우 야구는 잘하는데 얄밉죠. 하지만 오타니 선수는 품성도 정말 훌륭하고 야구도 너무 잘해요. 손흥민과 오타니는 한국과 일본에서 굉장히 보기 드물게 서로 칭찬해주는 선수가 됐는데, 한국 축구에서 손흥민이 나오고 일본 야구에서 오타니가 나온 건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죠.”

스포츠 지도자도 감독이라고 부르고 영화 제작진도 감독이라고 부르는 게 재밌는 것 같아요.

“한국과 일본만 공유하는 거거든요. 한국 일본에선 감독의 위상이 굉장히 높은데 미국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야구를 봤을 때, 미국 같은 경우는 단장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상대적으로 감독은 고용인의 느낌이에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감독이 주는 어감은 영어 문화권에서는 없는 위상을 보여주고, 한국 일본에서는 감독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일 야구의 이색 ‘저주 문화’에 대해 담으셨잖아요. 저주 문화가 야구에만 있을까요?

“재미있는 것이 뭐냐면 야구는 얘깃거리가 많단 점이에요. 경기를 매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야구는 여러 가지 기사들이 많이 나오는데, 특히 메이저리그나 일본이 언론 플레이에 굉장히 능하고 언론과 서로 발전해 왔거든요. 저주 문화 같은 게 있으면 재밌고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힘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염소의 저주’ 같은 것들이 화제가 되면서 야구 인기가 늘어났고, 일본은 미국의 영향을 받다 보니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이 만들어지고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근데 유럽 축구는 저주 문화가 없어요. 이건 미국과 일본 미디어가 만들어 낸 측면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스포츠가 배울 것 중 하나로 일본 선수들이 청소하는 걸 꼽으셨던데, 우리 붉은악마도 거리응원하고 청소해서 화제가 되었어요.

“근데 붉은악마들은 일반 관중이잖아요. 제가 꼽은 건 선수들 얘기이고요. 붉은악마의 마무리는 당연히 박수 받을 일이고 외국에서도 칭찬하죠. 일본 선수들이 청소하는 것도 그렇고 서로 다 칭찬받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가 열리는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붉은악마와 시민들이 거리응원을 하고 있다. 2022.12.6. (서울=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가 열리는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붉은악마와 시민들이 거리응원을 하고 있다. 2022.12.6. (서울=연합뉴스)

성지 관련 이야기도 하셨는데, 동대문운동장 철거는 정말 아쉬운 일이에요.

“굉장히 아쉽죠. 동대문운동장에 우리 고교야구의 역사가 살아있는 건데, 철거에 대해 많은 야구팬이 똑같이 생각할 것 같아요. 이게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습니다.”

개발 논리가 우세하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맞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하고요. 미국 보스턴 야구장이 100년 됐고 일본도 100년 된 야구장 있거든요. 근데 우리나라는 조금만 지나면 철거해 버리죠. 저는 동대문운동장 철거한다고 했을 때 굉장히 분노했어요. 야구의 유산이고 많은 사람의 추억이 담겨 있는 공간인데 그 추억을 빼앗긴 듯한 느낌이 들어서요. 왜 미국 일본은 100년 된 야구장을 철거하지 않고 계속 쓰는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엔 없는 한일의 ‘예의문화’가 나오고 다음이 반말 관련 이야기잖아요. 이 내용을 붙인 이유는?

“개인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예의문화를 높게 평가하거든요. 그런데 미국처럼 서로 반말하는 사회가 더 옳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제 생각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고 두 가지를 다 제시해 준 다음에 읽는 사람이 판단할 영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책 쓰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책을 쓰면서 오히려 많이 배웠어요. 저는 일본 스포츠에 대해 전문가라고 자부해왔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책을 쓰는 행위를 통해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으로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결국 일본을 정확히 알자는 것입니다. 극일을 위해서든 다른 목적을 위해서든 일본의 스포츠를 정확히 알아야 하거든요. 그래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싶었어요. 국내에는 이런 정보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저는 정보를 제공하되 판단은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독자들이 일본 스포츠와 문화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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