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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가해 기록, 대입·취업 반영 "엄벌주의, 가시적 성과에 급급한 땜질 처방" 급선무는 피해자 보호·회복 방안

정부·여당 학폭 대책에 "'정순신' 창궐할 것"

2023. 04. 06 by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헛웃음만 나오죠" 

2015년 집단괴롭힘을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박주원 양(사망 당시 16세)의 어머니 이기철 씨는 정부여당이 내놓은 학교폭력 대책에 대해 이 같이 총평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학교폭력 근절 대책으로 가해 기록을 대입 정시에 반영하고, 취업 때까지 기록을 보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피해자 보호·회복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학폭 대책을 '엄벌주의'로 끌고 갈 경우 가해자의 반성과 사과 없이 소송만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보수·진보 언론, 전문가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기철 씨는 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통화에서 정부여당의 학폭 근절 대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가해자들의 기록을 오래 남긴다, 그렇게 되면 정순신 같은 사람들이 더 창궐할 것"이라며 "기록에 안 남기기 위해 돈과 권력, 힘을 가진 가해자 부모들이 어떻게든 시간 끌기를 하고 기록에 안 남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신 변호사 아들 학폭 사건은 정 변호사의 법적 대응이 또다른 핵심 축이다. 정 변호사 부부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학폭위), 교육청 재심 청구, 행정소송, 집행정지 신청 등에 관여해 피하자에게 2차 가해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기철 씨는 "지금 정순신 사태로 가해자들은 오히려 더 뻔뻔해졌다. 방법들을 다 배웠다"면서 "피해자의 회복이 없는 그런 대책은 아무 의미가 없다. 구조적인 접근이 없고 보여주기식 대안만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기철 씨는 학폭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과 책임은 어른들과 사회구조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가정에서부터 목이 조여 오는 아이들은 학교 가서 다른 아이들한테 분풀이를 하고, 잘못을 저지른 아이의 부모는 되레 더 극악스럽게 교사와 학교를 공격한다"며 "교사가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없도록 더 위의 기관들은 행정업무로 교사들을 찌들어가게끔 만들고 학교는 오로지 진학률만 (신경 써) 본기능을 잃어벼렸다. 그 과정에서 (학교는 교사들에게)몸 사리면서 밥벌이하는 곳으로 전락한 지 오래"라고 짚었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학교폭력분야 1호 인증을 받은 노윤호 변호사는 같은 방송에서 "만약 생활기록부가 성인에 대해서도 남는다, 그래서 대학 입시도 사실상 원천 봉쇄가 된다고 한다면 빨리 사과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더 격렬하게 반발하고 자신의 행위를 부인하면서 소송전으로 끌고 가며 지연시키려고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 변호사는 "사후적으로 가해학생에게 불이익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피해학생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를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리고 박주원 양 사건에서도 어른들한테 도움을 요청했지만 학폭위가 열리지 않거나 '가·피해자 없음' 이런 결론을 내린 것이지 않나. 학생들에게 '신고하면 해결된다', 어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줘서 학생들이 별다른 용기를 내지 않고도 신고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언론의 지적 역시 다르지 않다. 한겨레는 6일 기사 <정시에 학폭 징계 기록 반영… '정순신표 끝장 소송' 늘 수도>에서 "학폭 문제를 입시 당락과 연관시키는 순간, 학부모들은 징계 수위를 낮추려고 더 적극적인 소송일 벌일 것"이라는 이상우 전 실천교육교사모임 교권보호팀장의 발언을 전하면서 "이번 당·정 발표에 불복 소송 대책이나 '2차 가해'를 막을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기사 <학교폭력 기록, 대입정시-취업에도 반영 추진>에서 "각종 학폭 예방 대책에도 학폭위 심의 건수는 2020년 8357건, 2021년 1만5653건에서 지난해에는 1학기에만 9796건을 기록하는 등 증가 추세를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엄벌주의'의 부작용으로 가해 학생 측의 법정 소송만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며 "실제로 학폭 가해 학생이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등 불복 절차를 밟은 건수는 2020년 587건에서 지난해에는 1133건으로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정시 반영한다는 학폭 대책, 엄벌주의 부작용도 살펴야>에서 "엄벌주의를 앞세우는 대책은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되고, 학폭 근절과 예방에 한계가 있다. 교육과 선도,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학폭 조치사항이 정시 전형까지 확대 반영되면 당장 학폭이 줄어들 수는 있다. 하지만 불복 사례도 급증할 게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가해 학생 측의 행정심판, 행정소송이 남발되는 부작용이 빚어질 수 있다. 소송전으로 시간을 끌며 대입 절차를 통과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례를 막을 방책이 여전히 미흡한 것"이라며 "가해 학생의 자퇴가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이런 부작용들을 감안하지 않고 엄벌만 강조하는 것은 가시적인 성과에 급급한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고 정부여당의 대책을 평가했다. 

검찰 재직 시절 정순신 변호사 (사진=연합뉴스)

한국일보는 사설 <당정, 학폭 가해 정시에 반영...피해 회복 조치도 함께>에서 "‘학폭 엄단’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 및 피해 회복 노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해자들의 소송은 피해 회복을 저해한다"며 "소송 제기 기록까지 함께 남기자는 의견이 제시됐다는데 검토해볼 만하다. 무엇보다 제도를 운영하는 교육 현장에서 피해자를 위하는 분위기와 노력이 정착돼야 한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학폭 기록, 대입·취업까지… 엄벌하되 부작용도 돌아보길>에서 "학폭을 엄벌주의로 접근하면 가해 학생은 화해나 사과보다는 민·형사 소송으로 시간을 끌 가능성이 크다. 경우에 따라 저지른 일보다 과한 처벌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속출할 수도 있다"며 "인생에서 재기 불가능한 ‘주홍 글씨’가 될 수도 있다. 이런 방법으로는 학폭 예방과 근절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기사 <당정 “학폭, 대입정시·취업 때도 불이익 검토”>에서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행정심판 청구는 2020년 478건에서 2021년 731건, 2022년 868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피해 학생의 행정심판 청구 역시 175건, 392건, 447건으로 늘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면 법적 다툼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학폭, ‘취업 제한’ 처벌 우선보다 어른들 반성 먼저여야>에서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학교와 가정을 비롯한 모든 어른의 책무"라며 "폭력이 심각해진 이후에 가해자를 엄벌하는 대응보다 학폭이 발생하려 하거나 시작된 직후에 신속하게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선도하는 조치가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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