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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영욱 세종대 건축공학부 교수 "길을 관리하는 것은 '공공의 책임'"…"선제적 안전대책 마련해야"

"이태원 참사, 주최자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정부 책임"

2022. 11. 01 by 전혁수 기자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지난 10월 29일 핼러윈 행사가 열린 서울 용산 이태원 1번 출구 인근 골목에서 불어난 인파로 인해 사람들이 넘어져 156명이 압사하고 151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같은 사고에 윤석열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경찰이나 소방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다음날 "경찰 병력 배치 문제가 원인이었는지에도 의문이 있다. (사전에 포착된) 특이사항은 없었다"고 했다.

행안부와 경찰은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경찰 매뉴얼에 주최자가 없어 신고대상이 아닌 축제나 행사에 대한 대응 방법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용산구는 주최자가 없는 행사로 행안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어쩔 수 없었다'는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사고처럼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집단 행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인파 사고 예방 안전관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주최자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정부의 책임"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영욱 세종대학교 건축공학부 교수는 "길을 관리하는 것은 공공의 책임"이라며 "이 사건은 미리 대책만 마련됐다면 분명히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난 1999년 12월 31일 영국 런던 트라팔가광장에서 열린 밀레니엄 카운트다운 행사의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 영국 정부는 1998년부터 안전대책 마련에 착수했으며 행사 당일 트라팔가광장에 100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지만 안전사고는 없었다.

다음은 김영욱 교수와 일문일답이다.

이태원 참사로 많은 사람들이 숨졌다. 이번 참사의 원인을 무엇으로 보고 있나

일단 경찰의 적절한 통제가 없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번 참사는 보행 흐름에 의해 안전사고가 발생한 것인데, 이미 10만 명 이상이 (이태원에) 모인다고 보도가 됐고, 그 전날에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는데 그 정도면 경찰이 보행 흐름에 의해 압사사고가 날 것에 대비해 안전계획을 수립했어야 한다.

경찰 숫자를 자꾸 이야기하는데, 단순히 경찰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사고가 날 개연성이 있는 골목에 경찰을 배치하고, 어떻게 일방으로 보행 흐름을 유도할 것인지, 어느 시간대에는 통제를 할 것인지, 그런 종합적인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

사고 개연성이 있는 길이 이태원에 여럿 있고, 이태원 골목길 구조의 특성상 몇명이 지나가면 적정한 숫자인지를 미리 분석해볼 수 있다. 그런 방법에 대해 알고 있는 교수들도 있다. 전문가들을 불러서 대책회의 한 번이라도 했다면 어디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미리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경찰의 고민과 대책 마련이 없었던 것이다.

다른 원인은 무엇인가?

또 한 가지 원인은 지하철역이다. 지하철역을 무조건 무정차시켰어야 했다.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이 많은 사람들을 감당하기에 폭이 좁은 것도 있지만, 거기는 구조상 사람이 몰릴 가능성이 높은 곳이었다. 이태원역 1번 출구와 곧장 연결되는 지름길이지 않나.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올라가는 사람도 지름길, 축제를 즐기다 나오는 사람들에게도 지름길이다. 저희는 그걸 오리진 데스티네이션(Origin destination, OD)이라고 하는데, 중요한 목적지이자 출발지라는 것이다. 그곳은 '깔때기 효과'가 날 수밖에 없으니 무조건 지하철을 무정차시켰어야 하는 것이다. 그랬다면 역으로 가는 수요와 역에서 올라가는 수요가 줄어들고 보행 흐름이 분산되는 효과가 나타났을 것이다. 이태원역으로 내려오는 골목길이 6개 정도가 되는데 그 6개 골목길로 분산이 됐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사고 상황은 분산이 되지 않아 사람들이 쏟아져 내려온 것이다.

정부 측에서 '주최자가 없었다'고 대응하고 있다

주최가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정부의 책임이다. 주최가 있는 축제는 1000명 이상 집회면 주최자들이 계획서를 제출한다. 하지만 핼러윈은 문화적인 부분도 있고 일반 시민들 다수가 즐기러 가는 것이다.  이건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당연히 국가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고가 벌어진 곳은 '길'이다. 길을 관리하는 것은 '공공의 책임'이다. 이 사건은 미리 대책만 마련이 됐으면 분명히 막을 수 있는 것이었고 국가의 책임이다.

최근 보면, 누가 밀었다든지, 골목길의 가게가 불법증축을 했다든지, 가게문을 닫았다든지, 이런 얘기들이 나온다. 이런 것들은 이번 압사 사고의 근본적인 문제가 아닌데, 자칫 그런 방향으로 여론이 조장되고 마녀사냥하는 것처럼 흘러갈까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사고가 벌어진 도로의 관할은 지자체로 봐야 하는가

아니다. 예를 들어 용산구에서 자체 행사를 하거나,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라고 하면 그건 기초지자체가 관할일 것이다. 그러나 핼러윈 행사는 보셨다시피 서울시와 수도권, 더 크게는 전국적으로 수요가 있는 행사다. 이건 이미 기초지자체의 관할을 떠난 것이다.

물론 용산구가 관리하는 도로이긴 하다. 하지만 이것은 국민의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이고 전국적인 문화 행사이기 때문에 국가가 관심을 기울이고 관리했어야 하는 것이다.

끝으로 하실 말씀은 

우리나라 강북 도심부에는 좁은 골목길로 인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는 곳들이 있다. 이태원뿐만 아니라 경리단길, 삼청동 뒷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장 연말연시에 보신각 타종행사가 열릴 보신각 부근도 보신각 자체는 트여 있지만 명동길을 굉장히 좁은 골목이 많다. 이런 곳에서 행사가 열릴 때는 선제적으로 분석해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가 자칫 정치적 이슈로 번져 정쟁의 대상이 될까 하는 우려도 있다. 그럴 경우 안전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언론이 적절한 안전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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