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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신방실 KBS 기상 전문기자

'북극의 경고' 전한 기상 전문기자 "지금 행동하면 최악은...."

2022. 09. 01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세계는 지금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단적인 예가 지난 8월 8일 수도권에 내린 115년 만의 폭우다. 올여름 유럽과 북미에선 4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졌고 산불‧가뭄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금 지구는 어떤 상태인 걸까?

지난 8월 23일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고장난 심장, 북극의 경고’ 편이 방송되었다. 수도권의 기록적인 폭우 이야기로 시작한 이날 방송은 기후재앙의 진원지로 불리는 북극의 현재 상황을 담았다. 지난 8월 24일 ‘고장난 심장, 북극의 경고’ 편을 취재한 신방실 KBS 기상 전문기자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신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KBS 1TV 〈시사기획 창〉 '고장난 심장, 북극의 경고' 편
KBS 1TV 〈시사기획 창〉 '고장난 심장, 북극의 경고' 편

<시사기획 창> ‘고장난 심장, 북극의 경고’ 편, 방송 끝낸 소회가 궁금합니다.

“그동안 데일리에서 기상 재난이나 기후변화를 취재해왔거든요. 이번에 제가 기후위기의 진원지라고 불리는 북극에 다녀와서 한 시간짜리 다큐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북극의 현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 현실을 시청자들에게 좀 더 생생하게 잘 전달해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일했는데 제작 과정이 정말 힘들더라고요. 밤도 많이 새웠는데 많은 분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못 만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과물 보니 뿌듯한 마음도 들고,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사기획 창> 소속이 아니시잖아요?

“맞습니다. 저는 보도국 재난 미디어센터에 소속돼 있어요. 데일리 뉴스 담당하는 기상 전문기자인데요.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유럽, 미국 등 전 지구적으로 기후위기가 심각해져서 제가 북극에 가서 기후가 왜 이렇게 이상해지고 재난을 몰고 오는지 취재해보고 싶다고 기획안을 냈어요. 이후 적당한 시기를 저울질했는데, 북극은 겨울에 가면 극야 현상이 지속되기 때문에 계속 밤이래요. 밤이면 취재를 할 수가 없으니까 여름에 들어가는 게 낫겠다더라고요. 극지연구소와 협의해서 5월 말부터 준비해서 7월에 출장 갔고, 8월에는 다큐를 만들어보자고 해서 작업에 들어갔죠. 이렇게 북극 취재를 다녀와서 <창> 제작까지 마치게 됐습니다.”

취재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일단 전문가 인터뷰 같은 것이 중요하잖아요. 사실 올해가 북극 다산기지 20주년이기도 했거든요. 처음에 그 점을 염두에 두고 기획을 했어요. 극지연구소와 저희가 언제 취재하러 가면 가장 많은 연구자를 만날 수 있을지, 또 북극에 갔을 때 기후위기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현장이 어디일지 같은 부분을 조율했고요. 그리고 극지연구소에서 각각 분야의 가장 전문가들을 소개받았어요. 사전에 취재원들을 많이 만나고 호흡을 맞추고 공부를 했습니다.”

신방실 KBS 기상 전문기자
신방실 KBS 기상 전문기자

공부는 어떤 방법으로 하셨어요?

“기상 전문기자라서 북극에 관해 이전에도 취재를 많이 했었거든요. 근데 제가 잘 모르는 건 북극의 현장 상황이죠. 현장이 어떤지, 그리고 어디 빙하 지역이 가장 많이 녹고 있는지 이런 내용이 저희 인터뷰에 많이 나오거든요. 서울대 최경식 교수님, 극지연구소에서 북극을 20년 넘게 왔다갔다 하셨고 북극점을 거의 한국인 최초로 탐험하신 남승일 박사님 그리고 생태 쪽 다산기지 관련해서는 이유경 박사님 등 세 분이 저의 북극 취재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셨고 도움 주신 것 같아요.”

북극은 첫 방문이라 하셨는데 가보니 어땠어요?

“북극은 이전까지 많은 취재를 했고, 기상 전문기자로서 제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거든요. 직접 가보니 생각보다 기온 상승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어요. 빙하와 영구동토층이 녹아서 땅이 출렁출렁하고, 그 밑에 숨어 있던 얼음의 단면을 보니 더욱 체감이 됐어요. 기후위기라고 하지만 아직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극지방 영구동토층이 붕괴하면서 거기에 사시는 분들 삶의 기반을 위협하고 있는 걸 보니 죄송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빙하 녹는 게 어느 정도인가요?

“육지에 있는 빙하들이 너무 많이 녹고 있어요. 그래서 그 아래에 있는 기반암이라는 암석들이 많이 드러나 있었고요. 스발바르나 그린란드 등 북극에 있는 육지 빙하들이 녹는 속도가 최근 들어 2배 이상으로 빨라지고 있다고 해요. 그래서 해수면 상승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KBS 1TV 〈시사기획 창〉 '고장난 심장, 북극의 경고' 편
KBS 1TV 〈시사기획 창〉 '고장난 심장, 북극의 경고' 편

북극은 환경오염이 안 되었을 텐데 왜 북극의 빙하가 녹을까요?

“사실 북극에서는 환경이 오염될 것도 없는데, 제가 갔을 때도 북극에 있는 제플린 관측소에서 측정한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난겨울 422ppm까지 올라갔대요. 사실 이 수치는 전 지구 기준이 되는 관측소인 하와이 마우나로아의 이산화탄소 관측소의 수치와 거의 비슷합니다. 북극은 온실가스 배출이 없다고 해도 중위도권의 배출이 많으면 이게 대기 순환을 통해 북극권의 대기에서도 이산화탄소 농도가 동시에 거의 비슷한 시간에 올라갈 수가 있어요.

문제는 전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할 때 북극은 3도가 올라간단 점이에요. 이런 현상을 북극 증폭 현상이라고 과학자들은 부르고 있습니다. 북극은 왜 이렇게 더 빨리 뜨거워질 수밖에 없을까요? 북극은 원래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고 차가운 지역이었어요. 그래서 북극 지역 기온이 높아진다고 해도 눈과 얼음이 있기 때문에 빛을 반사해서 기온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었죠. 그런데 최근 기온 상승이 너무나 급격하게 이루어지면서 북극의 바다 얼음인 해빙이 빠르게 녹으니까 검은 바다가 드러나면서 에너지를 훨씬 많이 흡수하게 된 거예요. 그러면서 더 많은 바다 얼음이 사라지고, 또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진행된 거죠.”

북극 기온 상승이 지구 평균의 세 배라고 나오는데, 산업화 이후 이상기온으로 세 배가 높아진 건가요?

“산업화 이전에는 북극에서 이런 변화나 징후가 전혀 없었죠. 산업화 이후 이산화탄소 발생 그래프가 빠르게 치솟고 그것과 비례해서 지구의 평균 기온도 오르기 시작했잖아요. 북극 역시 산업화 이전에는 기온 상승이 지구 평균이거나, 북극에도 평균 기온이 있었을 테니까 그걸 넘는 변화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산업화 이후 전 지구 기온 상승이 1도로 나타났다면, 북극에서는 그보다 빠른 3도 상승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KBS 1TV 〈시사기획 창〉 '고장난 심장, 북극의 경고' 편
KBS 1TV 〈시사기획 창〉 '고장난 심장, 북극의 경고' 편

방송에 나온 딕슨 피오르에는 원래 빙하가 있었던 거죠?

“맞아요. 저희가 빙하 탐사를 할 때 극지연구소 남승일 박사님이나 최경식 교수님과 함께 갔는데, 거의 매년 북극에 다니시는 이분들 말씀으로는 빙하가 해가 다르게 줄어들었답니다. 원래 언덕 같은 것들이 안 보였는데 빙하가 사라지면서 언덕이 보이기 시작한 거죠.

북극이 북극 같지 않아서 너무 깜짝 놀랐어요. 처음에 갔을 때는 주변 산들의 산꼭대기에 빙하 흔적만 겨우겨우 찾을 수 있는 정도였고, 너무나 황량한 거예요. 북극 풍경이 메마른 사막 같은 그런 분위기였어요. 북극에 빙하가 사라지면 북극 풍경이 다 이렇게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발바르 지역 기온이 20도 가까이 가던데, 이전에는 보통 몇 도였나요?

“스발바르 지역의 여름철 평균 기온이 영상 6도 정도예요. 우리나라로 치면 늦가을 정도 기온이었는데, 저희가 갔을 때 낮에 정말 너무 더운 거예요. 북극 스발바르 지역에서 지난해에 기온이 21도까지 올라가서 관측 이후 가장 높은 기온으로 기록됐어요. 앞으로 20도 넘는 날이 점점 잦아진다면 빙하의 붕괴나 영구동토가 사라지는 현상이 정말 더 빨라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KBS 1TV 〈시사기획 창〉 '고장난 심장, 북극의 경고' 편
KBS 1TV 〈시사기획 창〉 '고장난 심장, 북극의 경고' 편

2017년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발렌베르크 빙하를 ‘폭주 기관차’로 묘사했다고 나오던데 얼마나 빠른 건가요?

“발렌베르크 빙하는 사이언스 표지에 나올 정도로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곳인데요. 거기 같은 경우는 빙벽의 길이가 26km 정도로 엄청 거대합니다. 그런데 그 빙하가 2015년 하루에만 9m씩 바다로 쭉쭉 밀려들어 가는 현상이 관측됐고 지금도 그게 계속 진행되고 있어요. 2016년도에 그린피스에서 ‘북극을 위한 비가’라서 해서 거기 빙하에 무대를 설치하고 피아노 공연을 했는데, 피아노 치는 중간중간에 빙벽이 무너지거든요. 이전에 그 영상을 보고 만약에 북극에 가면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현장이었어요.

현장에 갔는데 발렌베르크 빙하 주변 바다에 빙벽이 떨어져 나온, 떠다니는 유빙들이 너무나 많은 거예요. 그 주변에 저희밖에 없으니까 너무나 적막했는데, 그 빙하에 들어있는 산소 방울들이 물에 들어가 얼음이 녹으면서 뽀글뽀글 이런 소리가 나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 바다에서 빙하가 녹으면서 나오는 뽀글뽀글 소리가 공기를 가득 채우고 있는데, 정말 조용한 가운데 그 소리를 들으니까 북극이 보내는 경고이자 북극이 보내는 신호가 아닌가 싶었어요. ‘이게 우리의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 빨리 우리를 좀 구해다오’라는, 그 소리가 슬픈 음악처럼 들리더라고요.”

2010년 이후 해수면 상승 정도가 가파르게 변화했던데, 왜 그럴까요?

“보통 기온 상승 속도를 산업화 이전과 비교하잖아요. 최근에 1.1도가 올랐다고 얘기하는데, 기온 상승이 집중된 시간은 2000년대 이후입니다. 사실 2000년 이전은 속도가 이렇게 빠르지 않았어요. 근데 2010년을 전후해서 기후변화의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진 거죠. 이전에 시속 30~40km로 달렸다고 하면, 2010년을 기점으로 그 속도가 시속 70~100km로 완전 액셀을 밟아 달려온 거라고 보시면 돼요. 북극의 해수면 상승 속도가 빨라진 건 동시에 북극의 얼음이 빨리 녹았다는 뜻이고, 해빙이 사라지고 빙하 녹았던 그 시점이 바로 2010년 이후기 때문에 그 속도도 더블링이 될 수밖에 없었고요.

북극의 해빙이 기록적으로 가장 많이 사라진 해가 2012년입니다. 이때의 기록이 깨지지 않았는데, 그때가 얼음이 가장 많이 사라졌고 2020년에 두 번째로 기록을 세웠습니다. 앞으로 그 기록이 점점 빨리 갱신될 수 있겠지요. 해수면 상승이 더블링이 될 수밖에 없었던 건 2010년 이후 기온 상승이 빠르게 나타나면서 북극의 얼음이 대거 사라졌고, 앞으로 더블링이 아니라 따따블링 따따따블링 이런 식으로 더 빨리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KBS 1TV 〈시사기획 창〉 '고장난 심장, 북극의 경고' 편
KBS 1TV 〈시사기획 창〉 '고장난 심장, 북극의 경고' 편

인류에게 아직 기회가 있을까요?

“방송 나가고 나서 지구온난화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거창할 것 없어요. 요즘은 텀블러 갖고 다니는 분들 굉장히 많지요. 가까운 거리는 차를 두고 다닌다든지, 여행을 할 때 비행기 표가 오히려 저렴할 때도 많지만 그래도 항공기보다 열차를 이용한다거나 아니면 좀 더 친환경적으로 어떻게 뭘 하면 될지 이런 고민이 필요하죠. 이렇게 시작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봐요. 우리가 지금 행동하기만 하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막을 수 있다는 것, 이번 다큐에서는 북극이 주인공이라 담지는 못했지만 그런 얘기를 많이 해주고 싶어요.”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저는 기상 전문기자라 매년 우리나라 기후재난 현장을 너무나 많이 목격해요. 홍수가 일어나면 현장에 가서 피해자들을 많이 만나거든요. 지난해에는 제가 ‘나는 재난 생존자입니다’라는 기획도 하면서, 기후재난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 만나고 이분들의 이야기와 이런 반복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뤘어요. 일단 정책적으로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방향으로 가야하고, 기후재난 피해를 입었을 때 보상을 시의적절하게 해야 되거든요. 그런 것들 중요성을 체감했어요.

무엇보다 북극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단순히 북극곰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라고만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정말 안 되겠다는 거예요. 올여름 폭염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 장마전선이 정체하면서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일상이 되고 있거든요. 이런 것들이 북극에서 시작된 대기의 정체 그리고 북극에서 일어나는 제트 기류가 약해지면서 불러온 이상 현상이기 때문에, 우리가 북극에 더 관심을 갖고 북극의 변화를 늦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취재했지만 방송에 담지 못한 내용이 있을까요?

“현장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들이 있어요. 생태 취재를 할 때 새 서식지를 지나다가 새들에게 공격을 당하기도 했는데 담지 못했죠. 그리고 사실 다산 기지에 있는 분들의 휴먼스토리를 부각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방송 분량이 너무 짧아서 다산 기지 과학자들의 일상, 가족과 영상 전화하면서 그리움을 달래고 하는 이런 분량은 다 날아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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