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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교수 "수포자라고 말한 적 없다. 팩트체크 필요" 대다수 언론, '수포자' '고교자퇴자' 부각

'수포자', 필즈상 수상자 향한 과도한 인간 승리 서사

2022. 07. 06 by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대다수의 언론이 한국인 수학자로 처음으로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에게 ‘수포자(수학포기자)’ ‘고교자퇴자’ 수식어를 붙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수포자였던 적이 없다'며 팩트체크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인간 승리 서사를 부각하는 보도로 국수주의적인 관점이 반영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 교수는 지난 5일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한국계 최초로 받았다. 다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시인을 꿈꿨던 그는 고등학교를 자퇴했고, 이후 검정고시를 통해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진학했다. 그는 복수전공으로 수학을 선택하며 수학자의 길을 걸었으며 미국으로 건너가 2012년 수학계의 난제였던 ‘리드 추측’을 풀어냈다. 2014년 미시간대 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2015년 ‘로타 추측’을 풀어 ‘블라바트니크 젊은 과학자상’(2017), ’뉴호라이즌상‘(2019년) 등의 과학상을 받았다.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가 5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열린 국제수학연맹(IMU) 필즈상 시상식에서 필즈상을 수상한 뒤 메달과 함께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가 5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열린 국제수학연맹(IMU) 필즈상 시상식에서 필즈상을 수상한 뒤 메달과 함께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에 대해 언론은 ‘수포자’ ‘고교자퇴자’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인간 승리 서사를 창조했다. 한국일보는 5일 기사 <시인 꿈꾸던 수포자... 경계 넘나들며 수학계 50년 난제 풀다>에서 “허 교수는 이른바 수포자였다”며 “한때 시인을 꿈꿨던 문학청년이었고, 대학 졸업반이 되어서야 수학자가 되기로 결심한 늦깎이였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정통 천재 수학자와는 다른 길을 걸어온 허 교수가 한국계 최초로 필즈상을 수상한 배경에는 이렇듯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접근 방식이 있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국민일보, 한국경제, 서울경제, 연합뉴스, 뉴시스, 연합뉴스TV, 아시아경제, 이데일리, 헤럴드경제 등 대다수의 언론은 ‘수포자’라는 인간 승리는 서사를 만들었다. 

6일 네이버 뉴스에 '허준이 수포자'를 검색한 결과 갈무리
6일 네이버 뉴스에 '허준이 수포자'를 검색한 결과 갈무리

그는 ‘수학을 포기한 적 없다’며 언론에 정정을 요구하고 있다. 허 교수는 5일 동아사이언스와 인터뷰에서 “(과거 언론에) 초등학교 때 스키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부모님이 ‘이제는 구구단을 외웠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셔서 1단과 2단을 외우다 3단은 외우지 못한 에피소드를 이야기 했었다”며 “이를 두고 인터뷰에서 ‘수포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수학을 아주 잘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중간 정도는 하는 학생이었다”며 자신이 직접 수학을 포기했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언론이 자신을 ‘수포자’였다고 표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해명을 해야 한다. 팩트체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허준이 교수를 인터뷰한 매일경제는 “유년 시절부터 수학에 재능을 보인 건 아니라고 들었다. ‘수포자’였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는 질문을 던진 적은 있었다. 그러나 지난 1월 조선일보는 인터뷰 기사 <‘수포자’에서 ‘천재수학자’로… “인생도, 수학도 성급히 결론 내지 마세요”>에서 “(허 교수는) 어린 시절 구구단 외기도 버거웠던 수포자였다”고 소개했다. 조선일보는 '시인 꿈구며 고교 자퇴한 수포자’라는 기사 소제목을 달았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6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보도인 것은 좋지만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며 “이러한 보도들은 ‘우리나라가 이겼다’나 ‘개인을 영웅시하는’ 등 국수주의적인 측면이 없잖아 있다. 독자의 시선을 끌게 하기 위한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이사는 “최근 한국의 콘텐츠나 인물이 해외에 나가서 상을 받는 일이 많아졌지만, 아직 언론은 개발도상국 관점으로 사안을 전달하며 해외에서의 성과를 강조하는 것 같다. 당당하게 사실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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