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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괴물과 싸운다고 우리도 괴물이 될 순 없다

김용민 사퇴요구가 '조선일보 프레임'이라굽쇼?

2012. 04. 06 by 김완 기자

응당, 그러려니 할 수도 있다. 선거 국면에서 조선일보가 ‘이슈’를 활용하는 방식은 늘 이랬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 수만 있다면 언제나 기꺼이 언론으로서의 정체성과 원칙 따윈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조선일보’의 선거보도 방식이다. 조선일보에게 선거보도는 균형과 형평의 문제가 아닌 유리와 불리 사이의 선택이다.

조선일보가 김용민을 보는 아주 익숙한 방식

김용민의 문제적 발언을 바라보는 조선일보의 시각은 기본적으로 이 차원이다. 조선일보는 언론으로서 그 발언의 문제적 논거를 짚는 것이 아니다.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공인의 흠결을 지적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래서 김 후보와 유사한 후보가 새누리당에도 있다는 점 따윈 조선에게 중요하지 않다. 김 후보만큼이나 사퇴의 이유가 분명한 이들이 새누리당에 더 많다는 점 역시 별다른 의미를 갖지 않는다.

▲ 6일자 조선일보 사설 '민주·진보연대, ’김용민 발언‘ 사과 않는 속뜻은'

다만, 싸잡을 수 있으면 된다. 우리 편에게 유리하면 그만이다. 민간인 사찰 파문으로 가뜩이나 뒤숭숭한 선거 판세에서 김용민의 발언은 ‘하늘이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는 한 줄기 희망의 빛으로 발현한다. 더군다나 그는 천하의 조선도 어쩌지 못하는, 매주 1000만을 만난다는 <나꼼수>의 멤버가 아닌가.

조선은 김용민을 공격한다. 김용민이라는 타켓 너머에는 야권연대가 일렬로 배치된다. 공격의 타이밍을 잡으면 결코 물러서지 않는 것이 조선의 DNA다. ‘한 번 당했던 일은 반드시 복수한다’는 조선 특유의 오만함이 김용민이라고 하는 맞춤한 사냥감 위로 포개지고 있다.

6일자 조선일보 사설을 보자. <민주·진보연대, ’김용민 발언‘ 사과 않는 속뜻은>이란 제목의 사설은 총 6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속뜻에 대한 설명은 마지막 한 단락뿐이다. 그리곤 4단락은 야권연대를 비난하는데 모든 화력을 쏟아 부었다. 이미 사퇴한 새누리당 후보의 예를 들며 야권연대의 부조리함을 따진다. 간만에 각이 서는 이슈를 만나서인지, 문장은 매끄럽고 어떤 대목은 정말 따끔하다. 그리곤 너무 노골적으로 구는 것이 머쓱했는지, 중간에 한 단락으로 새누리당의 문제적 후보들을 살짝 걸친다. ’기계적 균형‘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원대한 미장센이다.

조선일보 프레임은 그렇게 대단한 것인가?

알만한 진보적 지식인들을 비롯해 다수의 트위플들이 김용민 사퇴와 관련해 이른바 ‘조선일보 프레임’에 말리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김용민의 발언은 발언대로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사퇴하는 것은 안 된다는 존재적 딜레마에 괴로워하며, ‘그 모든건, 조선일보의 프레임이다’에서 구원을 찾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여기서 되짚어볼 게 있다. ‘조선일보 프레임’이란 것은 그렇게 대단한 것이냐는 우문이다. 현답을 하겠다. 그렇지 않다. 조선일보가 김용민을 두고 야권 전체에 대해 극단의 희롱을 하고 있는 까닭은 간단하다. 야권이 김용민을 사퇴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오고 있고, 나꼼수 멤버들도 ‘김용민의 사퇴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조선의 공략은 이 지점에서 빛을 바란다. 많은 이들이 분개하고 있는 ‘느닷없는 문대성의 등판’도 이 맥락이다. ‘너네 들은 문대성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김용민을 사퇴시킬 생각은 없지 않느냐’는 도덕의 모순을 극단화해 보여주는 것이다. 야권이 지금 해야 할 것은 판단이다. 조선이 또 판을 왜곡한다는 성토에 앞서 야권 지지자들이 생각해봐야 할 대목은 우리 안의 ‘원칙’이다. 김용민이 사퇴하면, 더 이상 왜곡도 확전도 없다. 다른 고려 요소들을 모두 배재하고 김용민의 발언이 이른바 개혁적 정치를 표방하는 세력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가를 우선 판단하면 된다.

▲ 과거의 여성·노인 폄하 발언으로 입방아에 오른 민주통합당 김용민 노원갑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한 경로당을 방문해 할머니에게 사죄하고 있다.ⓒ연합뉴스

우리의 정치가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면 '조선일보 프레임'을 넘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김용민이 사퇴하면 젊은 층의 투표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김어준 같은 이는 아예 더 노골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아느냐”고 묻는다. 이 역시 가당찮은 소리다. 그동안 선거를 망쳐왔던 건 언제나 바로 그 ‘공학적 판단’이었다. 대표적으로 지지난 2번의 대선에서 조선이 그 ‘공학적 판단’을 앞세우다 대선을 놓쳤다. 젊은 층의 투표 열기는 김용민의 출마 여부로 판결나는 것이 아니라 야권이 MB와 새누리당과 얼마나 다른 세상과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 문대성이 사퇴하지 않는다면, 김용민의 사퇴도 없다는 주장은 괴물과 싸우려면 우리도 괴물이 되자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김용민의 사퇴 여부와는 상관없이 문대성의 사퇴를 끊임없이 요구해야하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정치와 우리의 정치가 다르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면 우리는 결코 ‘조선일보 프레임’을 넘어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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