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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조중동의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은폐 ’보도

‘VIP’ 불러놓고 나오니까 숨기는 '조중동'

2012. 03. 28 by 한윤형 기자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 연일 폭로의 기세를 높이고 있는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이 김종배의 ‘이털남’(<이슈 털어주는 남자>)에서 이 사안이 VIP(대통령으로 추정됨)에게까지 보고되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추가적으로 폭로했다.

그런데 이 사안을 보도한 기사가 각 언론에서 어디 배치되었는지를 살펴보면 흥미롭다. 한겨레는 1면과 3면 톱에 관련기사를 배치했고 경향신문은 5면 톱에 배치했다. 한국일보도 1면 2단에 배치했다. 이 뉴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신문은 여기까지다. 다른 언론들을 살피면, 서울신문은 9면에 실었으나 비교적 크게 다뤘고, 조선일보는 10면 하단에, 동아일보는 12면 하단에, 중앙일보는 16면 상단에, 한국경제는 무려 29면에 게재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조중동이다. 조중동 역시 이 사안이 엄중하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21일자 사설에서 “불법 사찰이 검찰 발표대로 이인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이 한 일이거나 그의 배후 인물로 지목됐던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면 민정수석실이 그렇게 집요하게 증거 없애기에 나섰을까. 그리고 검찰 발표대로 하드 디스크에 담긴 불법 사찰 내용이 이번 사건의 문제가 된 민간인 김모씨 한 명에 대한 것뿐이라면 청와대 비서관·행정관이 총동원돼 입막음에 나섰을까.”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23일 사설로는 검찰 측이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 수사팀처럼 돈의 출처를 알아보지 않았다며 무능하고 부실한 수사를 한 이들을 직접 거명하며 꾸짖고 있다.

▲ 지난 21일 조선일보 1면. 보수언론도 이 사안에 대해서는 나름 비판적인 보도를 해왔다.

중앙일보 역시 21일자 사설에서 특검 수사로 청와대와 검찰을 함께 수사해야 한다 주장했고, 22일 사설에선 스스로 이 사건의 ‘몸통’이라 주장한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의 해명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요즘 가장 친정부적인 동아일보조차 3월 17일자 사설에서 청와대와 총리실과 검찰이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의 비윤리성을 질타하며 적극적인 수사를 요구한 바 있다. 시위대의 사소한 탈법에 법치국가의 잣대를 들이미는 보수언론들의 입장으로 봐도 서로 견제해야 할 국가기관이 총동원하여 민간인을 사찰하고 그 증거를 은폐하는 거대한 탈법행위를 결코 용납할 수는 없다. 이명박 정부는 한국 사회가 ‘전두환 시대’까지는 아니더라도 ‘박정희 시대’로까지는 돌아갈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은데, 사실 이 정도 수준이 되면 보수언론으로서도 언론자유를 위협받을 수 있단 가능성에 놓이게 된다. 참여정부 시절 엄살을 떨었던 것이 무색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이 문제와 관련하여 검찰과 정권을 질타하던 세 신문이 오늘은 이렇게 조용한 것에는 정략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임박한 총선을 앞두고 북한 인공위성·경기동부 비판·천안함 2주기 세 이슈를 집중적으로 미는 삼각편대의 융단폭격으로 보수층을 결집하려 했는데, 이 사건에 대통령까지 개입이 되면 총선의 프레임이 다시 한번 정권 심판론으로 급속하게 쏠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 오늘자 조선일보 10면 기사.'몸통' 나오라 했던 기세에 비하면 'VIP' 대접이 약소하다

그러나 이 사안이 그러한 정략적인 판단으로 뒤로 밀쳐낼 만큼 한가한 것이라 보이지 않는다. 혹시라도 VIP가 나타날까 노심초사 염려하는 검찰이나 목청껏 VIP를 부르다 정말로 그가 등장하려 하자 도망가려는 조중동과는 달리, 일반시민들은 VIP를 배려하거나 불러낼 능력도 없고, VIP의 권력을 위해 견제해야 할 국가기관들이 서로 담합하는 상황을 도저히 견뎌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사회의 시민들이 자신의 처지가 폭력의 겁박 아래 사는 노예나 신민과 다르다고 믿으려면, 스스로 힘이 없더라도 ‘힘센’ 녀석들이 서로 견제하고 있을 거란 희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은 그 희망을 파괴하려는 권력자들의 야망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문뉴스도 대부분 인터넷으로 소비되는 이 시대에 조중동의 ‘편집 장난’이 사태를 반전시킬 희망은 없다. 며칠 전에 쓴 사설들처럼 준엄한 비판을 하는 것이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는 일임을 조중동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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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2012-03-28 17:16:17
오늘자 경향신문 삼성 비판 사설 눈물나더라구요ㅠㅠ 엄청난 말 사리기...차라리 삼성에게 여지를 주기 위한 사설으로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