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여론조작사건이 초래한 '경기동부 패권' 논란 < 비평 < 뉴스 < 큐레이션기사 - 미디어스

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주요메뉴

본문영역

비평

[기자수첩]이정희 사퇴보다 중요한 '정치'적 문제에 대하여

여론조작사건이 초래한 '경기동부 패권' 논란

2012. 03. 22 by 김완 기자

통합진보당 이정희 의원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 의원의 거취는 단순히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이번 선거의 최대 분수령인, ‘야권연대’ 전체를 가로지르는 문제가 됐다.

여론조사 조작 의혹이 불거진 직후, 이 의원은 ‘재경선’을 제안했다. 하지만, 김희철 후보는 이를 거부하고 ‘탈당 후 무소속 출마’라는 초강수 선택했다. 통합진보당에 의한 여론조사 조작이 관악 지역 뿐만 아니라 야권연대 핵심 지역 7곳 모두에서 발생했단 주장과 함께 ‘선거 부정을 저지르곤 재경선을 요구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통합당 역시 강경하다. 민통당 지도부는 통진당이 제안한 ‘야권연대’ 회담 자체를 거절해, 문제를 이정희 의원의 선택으로 몰아넣었다. 민통당 지도부는 ‘이정희 사퇴가 선이고, 야권연대에 대한 논의는 나중’이란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민통당이 실제 요구하는 것은 자신의 거취가 아니라 백혜련 민통당 후보가 떨어진 안산 단원갑의 ‘양보’라고 주장한다. 22일 팟 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에 출연한 이 의원은 “문제의 핵심은 안산단원 갑"이라며 "민주당과 우리가 협상대표 간의 공식 라인에서 확인해 보면, '안산단원 갑의 양보를 받아내는 것'이 민주당의 주요 요구사항”"이라고 말했다.

▲ 통합진보당 이정희 의원ⓒ연합뉴스

문제 발발 초기 언론은 다소 우물쭈물 한 태도를 보였으나, 22일을 기점으로 해선 ‘이정희 사퇴’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습이다. 한겨레, 경향은 물론 야권연대의 필요성에 동의할 대다수 매체들이 이 의원의 ‘사퇴’를 불가피한 상수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처럼 전 방위적인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이 의원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후보 등록 마감 시한은 23일 오후 6시로 24시간 남짓 남았다. 일각에서는 그래서 “23일 오후가 이 의원의 마지노선”이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본다. <미디어스>와 통화한 통합진보당의 한 관계자 역시 “현재 이 의원은 뛰어내리지도, 돌아가지도 못할 판”이라며 “내일 6시까지 최대한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선 이 의원이 개인적으로 사퇴하고 싶어도 이 의원을 감싸고 있는 조직의 진영 논리로 인해 거취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단 지적도 있다. 실제, 이 의원은 22일 새벽 개인 트위터를 통해 “빌미를 준 제 잘못이 큽니다. 잠들기 어려운 밤입니다”라는 멘션을 남겨 사퇴를 암시하는 듯 했고, 22일 오전 ‘이 의원이 사퇴할 것’이란 속보가 나왔지만 곧 오보로 판명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후 "야권연대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내 거취와 행동에 무엇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고려하겠다"는 수준의 원론적 입장만 밝힌 상황이다.

이를 두고 분분한 해석이 오가고 있다. 야권연대의 대의 차원에서 ‘결국, 사퇴할 것’이란 전망과 이정희 개인이 지닌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끝내, 사퇴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이정희, 정파의 결정으로 결국 ‘사퇴’할 것

‘사퇴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 이들은 “이 의원보다는 이 의원을 뒷받침하는 세력이 중요”한데, 이 의원이 ‘아니’라고 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 이 의원을 여기까지 만들어온 ‘경기동부연합’ 등 “진보정당 내 NL그룹의 생각은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이 의원의 비서실장을 비롯해 선거캠프 사무장 등 선거 실무의 핵심적 라인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이 ‘경기동부연합’이라고 하는 특정 정파의 인물들이다. 경기동부연합은 민족해방(NL) 운동을 해온 이들 가운데 성남을 거점으로 활동해온 이들을 말하는데, 민주노동당 분당 시절의 당권파였고, 현재 통합진보당의 주류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운동권 정파 자체를 모른다”고 하지만 진보정당 관계자들은 “이 의원 캠프를 보면 경기동부연합의 실체를 알 수 있다”고 까지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수의 진보정당 관계자들은 “이 의원의 거취보다 중요한 것은 이 의원을 지지하는 경기동부연합의 입장”이라며 “경기동부연합은 지난 2001년 ‘군자산의 약속’이란 문건을 통해 ‘2012년 연립 공동정부를 수립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금까지 꿋꿋하게 당 운동을 해왔다”고 한다. 계획의 성공이 목전에 있는 상황에서 “이 의원의 거취가 걸림돌이 된다면 결국, 이 의원을 버릴 것”이란 전망이다. 제 아무리 스타급 정치인이라고 한들 ‘경기동부연합’에게 중요한 것은 “이 의원 그 자체가 아니라 공동정부 수립이라고 하는 조직의 목표와 이익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될 야권연대”에 있다는 것이다.

▲ 이정희 후보 선거운동대책본부 여론조사 조작 의혹 이후, 온라인에서 '경기동부'에 대한 비판이 늘고 있다. 3월 22일 오후 5시 현재 급기야 조선일보 역시 '경기동부'에 대한 비판에 참여했다.

이정희, 정파의 입장 때문에 결국 ‘사퇴’하지 못할 것

반면, ‘끝내 사퇴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 이들은 “경기동부연합이 이미 가장 중요한 인물인 윤원석 후보를 포기한 마당에, 이 의원까지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성남을 거점으로 활동해온 경기동부연합에게 가장 중요한 지역구였던 성남 중원의 윤원석 후보가 성추행 문제로 후보직을 사퇴한 상황에서, 경기동부연합이 이 의원마저 후보직을 내놓자고 결정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 민주노동당의 당직자였던 한 인사는 “‘통진당도 잘못했지만 그렇다고 민통당이 잘한 것도 아니다’는 여론이 있는 상황이고, ‘반MB’라고 하는 대의가 여전히 살아있는 한, 이 의원이 사퇴하지 않고 때를 기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합진보당에 정통한 한 시민사회 인사 역시 “이 의원을 뒷받침하고 있는 세력이 경기동부연합이란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이를 경기동부연합이 관악에서 여론조작을 저질렀다고 인과관계로 놓는 것은 넌센스”라며 “이 의원의 거취를 두고 민주통합당이 야권연대 판 전체를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 의원이 여론에 밀려 사퇴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 통진당은 윤원석 후보가 사퇴한 지역에 또 다른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인 김미희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을 바로 공천하며 “자리에 관한한 양보란 없다”는 패권적 정파주의의 힘을 보여줬다.

운동권 패권주의 정당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통합진보당의 한계

전혀 다른 전망을 내놓는 이 양 극단의 견해는 그러나 이 의원의 ‘거취’ 문제가 개인적 차원에서 결정될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이 의원을 만들고, 떠받치고 있는 특정한 ‘조직’과 정파 ‘진영’의 입장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본단 점에서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 결국, 이 의원의 거취를 두고, 통합진보당의 한계를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경기동부연합으로 대변되는 NL 운동권의 패권주의에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하며 탈당했던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를 비롯해 국민참여당부터 이어진 시민 참여 기반이 합쳐져 구성된 연합 정당 성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의 구태인 조직적 당원 동원 문제와 특정 정파의 패권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자유롭지도 않다는 점을 스스로 드러내보이고 있다.

이 의원 개인의 거취 그리고 야권연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쩌면 그래서 ‘진보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정당의 내부 정치가 지극히 반민주적이고 모순적이란 사실, 과정의 정당성을 '조작'과 '동원'으로 해결하려는 특정 정파의 행태,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최신순 추천순  욕설, 타인비방 등의 게시물은 예고 없이 삭제 될 수 있습니다.
mimesis 2012-03-23 02:41:26
불과 200명이면 선거조작을 시도한 일이 별 일이 아닌 것으로 되는 것인지 다시 한번 묻고 싶고...저 단체인지 뭔지 그런 일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단체라면 덜떨어진 보수나 꼴사나운 뉴라이트와 별 다를 바 없다고 생각된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그 쪽 진보의 가치관이라면... 똑같이 배척해야될 세력들이지 지지를 해서는 안되는 집단이라고 본다.
걱정되네요 2012-03-22 20:49:54
경기동부 나치들은 백색테러도 서슴치 않거든요. 민족주의 꼴통 극우들의 난동질이 어디 가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