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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모자이크 처리없이 목욕장면 여과 없이 보도

나경원의 장애인 정치선전도구화…그렇다면 KBS는?

2011. 09. 29 by 권순택 기자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봉사활동으로 용산 후암동에 위치한 중증장애인 시설 <가브리엘의 집>을 찾은 것이 논란이다. 카메라 앞에서 10대 남아 중증장애인의 옷을 벗기고 목욕을 시킨 것이 화근이 됐다. 장애인을 정치선전도구로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한나라당은 즉각 "(기자들에게) 촬영 자제요청을 했었으며 반사판과 조명장치는 해당 시설에서 기관 홍보 등을 위해 사전 논의 없이 설치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연합뉴스
나경원 후보도 29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상도입니다>와의 전화연결에서 “그 부분에 대해서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 “장애인 인권부분에 있어서 누구보다 열심히 생각했고 활동했다”고 항변했다.

‘장애인 인권부분에 있어서 누구보다 열심히 생각했고 활동했다’는 나경원 후보의 수사에 대해서는 거론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가브리엘의 집>에서 나 후보의 행보가 장애인 인권을 침해했는지 아닌지, 그리고 해당 장면을 통해 이른바 ‘괜찮은 정치인’으로 보이고 싶어 하진 않았었느냐 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최석윤 수석부회장은 국가인권위에 나경원 후보와 <가브리엘의 집> 원장에 대한 진정서를 접수하며 “아무렇지 않게 아이를 벗겨 대중매체에 드러나게 한 것은 잘못”이라며 “인권 감수성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런 짓은 하지 않았을 것”라고 일갈했다. 수긍이 가는 비판이다. 서울시의회 이상호 의원의 “남성이 여성장애아동을 씻기거나 여성이 남성장애아동을 씻기는 일 또한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한 발언 역시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나 후보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는 답을 내놓을 게 아니라, 오히려 “죄송하다”는 자기비판과 함께 “‘그러나’ 장애인 인권부분에 대해서는 그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생각했고 활동했으니 한 번 봐달라”는 게 더 진솔한 답이 됐었을 거란 생각이다. 실제 반사판과 조명장치가 돼 있었던 사실과 카메라 기자들이 자신을 찍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나 후보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나경원 후보의 잘잘못이 아니다. 카메라로 해당 장면을 담은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얘기다.

인권감수성, 지상파는 얼마나 더 나았을까?

나경원 후보가 <가브리엘의 집>을 찾은 26일은 당초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던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이 출마를 포기한 날이다. 서울시장 한나라당 후보로 나 후보가 확정된 날이기 때문에 지상파 3사로서는 나 후보의 행보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도 했다.

당일 KBS <뉴스9>는 ‘[집중진단] 서울시장 선거 D-30, 4자 대결 본격화’ 리포트를 통해 나경원 후보가 <가브리엘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한 장면을 여과 없이 보도했다.

▲ 9월 26일 KBS '뉴스9' 보도 캡처

그리고 목욕탕 안에서 나경원 후보가 한 중증장애 남성을 씻기고 있는 장면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방영됐다. (본 기사에 사용된 KBS 뉴스 캡처 화면에서는 자체 모자이크 처리했다.)

인권단체들은 나경원 후보에 ‘인권감수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KBS 뉴스 역시 같은 비판을 받는다고 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다. 또한 나 후보가 “장애인을 정치선전화 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KBS는 나 후보의 정치선전화 도구로 활용됐다는 비판이 나올 법 하다.

KBS <뉴스9>에게는 장애아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이 그저 “서울시에 대한 미래 비전을 가지고 정책 선거로 임하겠다”는 나경원 후보의 발언만이 중요했을 뿐이다.

같은 날 SBS <8시뉴스>는 해당 장면을 뿌옇게 처리했고, MBC <뉴스데스크>은 빨래를 하는 등의 다른 장면이 포함됐을 뿐 목욕탕 장면은 편집에 넣지 않았다. 그렇다고 저널리즘 측면에서 MBC와 SBS가 KBS보다 더 나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 9월 26일 SBS '8시뉴스' 보도 캡처. SBS는 해당 장면을 뿌옇게 처리

▲ 9월 26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캡처

나경원 후보가 논란에 휩싸인 부분에 대해서는 지상파3사 모두 침묵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나 후보는 목욕탕 씬에 대해 촬영 자제요청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그런 적이 없다고 맞받아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진실은 그 현장에 있었던 KBS, MBC 그리고 SBS 기자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상파 3사는 후보자에 대한 진실 된 검증 기회를 포기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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