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까지 들어찼던 빗물은 빠졌지만, 물에 잠겼던 참외는 군데군데가 썩어가고 있습니다. 전국 물량의 70%를 차지하는 ‘성주참외’ 재배단지는 이번 장맛비에 40% 이상이 피해를 입었습니다”<12일자 KBS ‘뉴스9’ 보도 중>
비닐하우스 안의 참외, 수박, 토마토가 물에 떠다니는 장면들이 연일 지상파 방송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12일 지상파 3사는 다름없이 폭우로 인한 과일 및 농산물 피해상황을 전달하며 ‘가격급등’을 우려했다.
KBS는 이 가운데 성주참회 재배단지를 찾아 장마로 인한 비 피해 사례를 전했다. 이들은 “농민들은 울면서 한해 농사를 접었고 과일값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KBS가 찾아간 곳은 경북 성주·고령, 바로 4대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지역이다. 그리고 참외 재배단지 침수로 피해 농민들은 자연재해가 아닌 4대강 공사로 인한 인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성주참외 재배단지 침수 피해는 이미 농민들과 정부가 4대강 공사 관련성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사안이기도 했다.
그런데 KBS는 장마로 인한 비 피해를 전하기 위해 경북 성주를 찾았지만 농민들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단지 피해 상황만 있을 뿐이다.
경북 성주군 선원리 윤경돌 이장은 “4대강사업 관계에서 준설토를 해 (쌓아)놓은 게 있다”며 “그것이 배수로를 막아 빗물이 넘치고, 물이 역류돼 침수가 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연결에서 윤경돌 이장은 “여태까지 이런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 4대강 사업 때문에 준설토가 유입 되면서 침수가 된 것”이라며 “출하를 시작해야 하는데 농민들 걱정이 많다. 이거 가지고 생계를 꾸려 나가야 되는데”라고 밝혔다.
‘(4대강 공사 때문이라기보다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그런 게 아니냐’는 물음에 윤경돌 이장은 “아니다. 이전에 비가 왔을 때에도 배수펌프 등 기기를 가동하면 물이 잘 내려갔다”고 밝혔다. 그는 “천재지변 같으면 이해할 수 있는데 천재지변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준설토로 빚어진 인재”라고 재차 강조했다.
농민들은 여러 차례 4대강 사업 현장을 찾아 이 같은 피해우려를 설명하고 처리를 요구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고도 한다. 결국 성주 참외 재배단지 한 부락이 완전히 물에 잠기는 사태가 초래된 것이다. 윤경돌 이장은 라디오에서 “참외는 빗물이 들어가면 전부 썩는다. 농사지은 참외는 상품가치성을 잃은 것”이라며 “올해 농사는 끝난 것으로 보면 된다”고 개탄했다.
환경전문가, “현장 가봤더니 준설토 일부가 빗물에 휩쓸려 수로를 막은 것”
성주 참외 재배단지 침수와 관련해 정부는 ‘집중호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혀 농민들과 논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그렇지만 침수 현장을 돌아본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 국장은 “준설토의 일부가 빗물에 휩쓸려 수로를 막은 상태”라고 전했다. 4대강 공사가 원인이란 지적이다.
정수근 국장은 “참외농가 앞쪽이 농지 리모델링 지구”라며 “그 안에 준설토가 굉장히 많이 적재돼 방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보 완공에 따른 수위 상승으로 인해) 4대강에서 퍼 올린 준설토를 주변지역의 저지대 침수 방지를 위해 논밭에 옮겨서 땅을 돋우는 작업을 하는데 그걸 미처 완공하지 못하고 방치해뒀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수근 국장은 “제가 본 구간만 해도 100여 미터가 되는데 그 중 절반 정도가 이미 토사로 흘러들어가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현재 낙동강 주변에 준설토가 많이 쌓여있다”며 “농지 리모델링 지구라는 게 성주에만 있는 게 아니라 상주, 고령 등등 곳곳에서 비슷한 양상들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4대강 공사가 속도전으로 보 공사 준공에만 매달리고 있지만 농지 리모델링을 먼저 해 농가피해를 막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