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독립운동 단체 등 총 88개 단체로 구성된 '친일ㆍ독재 찬양방송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는 김인규 KBS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하겠다고 12일 선포했다.
친일ㆍ독재 찬양방송 저지 비대위는 12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친일파 찬양방송 사과없는 KBS규탄 결의대회'를 개최해 이 같이 밝혔다. 비대위는 13일 오전 10시 회의를 열어 구체적 서명운동 방법 등 향후 투쟁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어 "우리는 이제 더 이상 KBS에 부탁하지 않는다"며 "친일과 독재 찬양으로 점철된 KBS 역사에 우리가 종지부를 찍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연우 민언련 공동대표는 "공영방송이 이렇게까지 망가질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정말 참담하다"며 "우리나라가 일본을 향해 '침략에 대해 반성하라'고 촉구하고 있는데, 과연 일본이 지금의 상황을 보고 뭐라고 하겠느냐. '너희나라 공영방송이나 똑바로 하라'고 말했을 때 우리는 뭐라고 답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제 김인규 체제에서는 KBS가 공영방송으로 돌아오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났기 때문에 김인규 사장을 KBS에서 내보내야 한다. 국민이 나서서 KBS를 국민의품으로 되돌려야 하다"고 덧붙였다.
"KBS직원들, 김인규에게 항거 않는다면 허수아비"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KBS 직원들에 대한 뼈아픈 지적도 나왔다.
최사묵 평화재향군인회 공동대표는 KBS 직원들을 향해 "당신들이 머리가 좋아서 KBS에서 근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인규 사장에게 항거하지 않고 분노하지 않는다면 당신들은 허수아비다. 먹고 살기 위해서 바른말을 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이라며 "KBS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정신을바짝 차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KBS에도 노동조합이 있을 것이고, 유명한 아나운서와 기자들이 있을 것인데 왜 안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시민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느냐.모든 직원들이 반성하고, 인간으로서 올바른 길을 가주시길 바란다"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자신을 '독립유공자 후손이자 광복회 막내 회원'이라고 밝힌 정종국씨는 "보름 전부터 오늘 이 결의대회에 나가야 한다고 (광복회 집행부에) 촉구했다. 그런데, 못 나오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정씨는 "그래서 '광복회가 관변단체냐. 존경받는 단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말하고, 개별적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다"며 "피눈물 흘리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섰다"고 밝혔다.
정씨는 "많은 이들이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고 하지만, 3대가 아니라 그 이상이다. 저는 두분의 자랑스러운 독립유공자를 둔 후손이지만 정작 정부로부터는 단 일원의 보상도 받지 못했다"며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살아있는 친일파를 전쟁영웅으로 미화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아직도 친일파와의 전쟁을 날마다 치르고있다.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김인규, 친일인명사전 백선엽편에 이름 등재될 것"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 역시 "가장 분노해야 할 곳이 바로 광복회인데 광복회는 이 자리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이게 이 나라의 현실"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방 국장은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3대가 피폐하다고 하는데 KBS가 정신적으로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집회해야 하는가?"라고 물으며"독립운동가, 민주화운동가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운동했느냐. 만약 이승만 다큐가 방영된다면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KBS 앞으로 달려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인규 사장에게 동정이란 있을 수 없다. 앞으로 친일인명사전 백선엽 편에 김인규 사장의 이름이 등재될 것"이라며 "김인규 사장은 당대에 부귀영화를 누릴지 몰라도 후손들이 부끄러워서 하늘을 보고 다니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 국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으로 환경만 파괴하는 줄 알았더니 백선엽, 이승만, 박정희 살려내고 뉴라이트 역사관을 만들어 내면서 자신을 뽑아줬던 이들에게 끝까지충성하고 물러나려 한다. 하지만 독립운동가 후손, 민족운동가들이 역사가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