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표결·강행처리한 ‘텔레비전방송수신료 인상 승인안’(이하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양당 원내대표가 재논의를 합의했지만 이를 뒤집는 발언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표결·강행처리는 국회법 89조 위반으로 ‘원천무효’”라며 법안심사소위에서 재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은 “처리절차에는 문제가 없다”며 21일 예정된 전체회의를 강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KBS기자 출신인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민주당이 이날 원내대표 회담 결과를 발표한 후 “일부에서는 무효니 재논의니 하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법안심사소위의 처리는 무효가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안 의원 개인 생각인지 아니면 한나라당 전체 입장인지 현재로선 확인되지 않지만 안 의원이 양당 원내대표의 합의를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뒤집었을 가능성이 크다.
김재윤 민주당 간사는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유감표명을 통해 날치기 처리에 대한 잘못을 인정했고 KBS 시청료 인상 및 미디어렙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합의하라고 했다”며 “양당 원내대표의 합의를 존중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한나라당은 어제 법안심사소위에서 민주당의 질의권을 일방적으로 묵살하고 불법적으로 KBS 수신료 인상안을 날치기 처리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수신료 인상안은 법안심사소위에서 재논의돼야 하며 반드시 합의처리 해야한다. 이를 공식적으로 천명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신료 인상은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준조세로서 국민적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KBS의 공정성 및 편성 자율성 등이 확보돼야만 수신료 인상이 가능할 것이다. 민주당이 요구한 선결조건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재윤 의원은 “우리의 입장이 수용되지 않는 한 국회 문방위는 정상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여야 원내대표단이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한 재논의 결정에 따라 법안심사소위 점거를 해제한 상황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에 따라 전체회의에 앞서 회의장을 점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선교, 1차적으로 처리한 법안은 원안”…국회법 89조 위반
김재윤·전병헌·전혜숙 등 민주당 문방위원들은 한선교 법안심사소위원장이 1차적으로 처리한 KBS 수신료 인상은 6월 1일부터 인상된 수신료를 거둬들이도록 하는 원안이었다는 점을 밝히며 국회법 89조를 위반했다고 몰아붙였다.
전병헌 의원은 “수정안은 국회 승인을 얻은 날로부터 3개월을 거친 다음날 1일부터”라며 “그런데 한선교 의원장은 날치기 하면서 1차적으로 원안을 처리시켜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뒤늦게 행정실 실무자로부터 쪽지를 건네받고 수정안을 재차 처리했지만 이 과정에서 국회법 89조를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국회법 제89조는 수정안 제출에 대한 의제 채택을 위해서는 제안 동의자와 ‘1인 이상의 찬성자’가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당일 법안심사소위 속기록을 보면 한선교 의원장은 “‘2011년 6월1일부터’를 ‘국회 승인을 얻은 날로부터 3개월이 경과한 날의 다음달 1일 부터’로 수정해 의결하고자 한다”며 찬성자에 대한 동의과정을 거치지 않아 국회법을 위반했다. 법안심사소위에서 처리된 KBS 수신료 인상안은 원천무효라는 얘기다.
전병헌 의원은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한 수정안은 어제 처리가 안 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법안심사소위에서부터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며 “한선교 위원장이 국회의정사상 황당한 안을 처리하는 진기록을 남기느라 애썼다”고 꼬집었다. 김재윤 간사도 “원안으로 처리됐다면 지난 6월 1일부터 인상된 수신료를 징수한다는 것인데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KBS수신료 인상, 민주당 “6월 국회처리 현실적으로 불가능”
김재윤 간사는 “KBS 수신료 인상안, 이번 회기 처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정을 더 잡을 수는 있겠지만 현재 잡혀있는 문방위 일정은 내일 전체회의 밖에 없다”며 “충분히 검증이 되지 않은 KBS 수신료 인상을 (내일) 처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법안심사소위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전체회의에서 논의하는 것 자체가 직권상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요청한 것에 대해 내일 오전까지 한선교 간사가 입장을 밝혀주길 바란다”며 “그렇지 않는다면 1시 문방위 회의장 점거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향후 KBS 시청료 인상, 미디어 렙 등 방송관련 법안은 여·야 간사 협의를 통해 충분히 논의해서 처리하기로 했다”는 합의 내용을 대변인인 안형환 의원이 뒤집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안 의원이 민주당이 아니라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를 무시하는 것 밖에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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