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KBS 수신료 인상안을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날치기 처리한 것에 대해, 시민사회는 '한선교 법안심사소위원장이 KBS와 손잡고 쿠데타를 벌였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들은 "한나라당이 22일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또 다시 강행처리하고, 국회 본회의마저 날치기로 밀어붙인다면 다가오는 총선은 한나라당의 '무덤'이 될 것"이라며 "황우여 원내대표는 추락하는 한나라당을 구하고 싶다면 당장 수신료 인상안 날치기를 '무효선언'하고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수신료 인상은 차기 정권 재창출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다. 이제 KBS는 이명박 찬양이 아니라 박근혜 찬양방송을 하게 될 것"이라며 "박근혜의 아버지인 박정희의 독재, 친일 행적을 가리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4대강 사업 외에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도중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한 게 바로 대한민국 역사 박물관이다. 보수세력은 그들만을 위한 기억의 정치를 하려 하고, 그 최전선에 KBS가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범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여의도 한나라당사, 영등포역, 명동역 등 서울 시내 곳곳에서 '날치기 규탄 1인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미 내년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포기한 국민들이 민주당마저 포기하길 바라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각오를 분명히 해야 한다. 등록금, 추경, 검경수사권, 저축은행과 같은 사안도 중요하지만 수신료 인상안 때문에 일정을 전면 거부한다고 해서 나무랄 시민은 아무도 없다"며 "손학규 대표는 즉각 수신료 인상안 6월 국회 포기 확인 후 영수회담 추진 입장을 밝히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준상 언론연대 사무총장은 "어제 법안심사소위는 비공개로 진행됐는데 갑자기 한선교 소위원장이 문을 열고 KBS 카메라 3대를 들어오게 해서 (후순위에 올라있던) 수신료 인상안을 직권으로 앞당겼다. 한선교 위원장이 KBS와 손잡고 쿠데타를 벌인 것"이라며 "KBS 기자들을 동원한 로비에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자유선진당까지 굴복했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김창수 의원이 6시에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장에서 퇴장했는데 사실상 KBS 기자들이 김창수 의원을 회의장으로 데리고 왔다"고 전했다.
임순혜 미디어기독연대 공동대표는 "고대영 KBS보도본부장이 '아무도 수신료 인상을 위해 나서지 않으니 내가 나서겠다. 수신료 인상을 총지휘할 것'이라며 여야 문방위원을 담당하는 KBS 기자 두명을 소개하는 것을 우연히 보았다"며 "김인규 사장 특명 아래 보도본부장이 기자들을 동원해 여야 문방위원들에게 로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KBS이사회가 결정한 인상안은 3500원으로 올리고 광고를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었는데 법안심사소위에 제출된 인상안에는 'KBS 2TV 광고 단계 축소'가 포함돼 있다. 결국 수신료 인상은 조중동 방송에 광고를 주기 위해서였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규찬 문화연대 미디어센터 소장은 KBS 새 노조와 언론노조를 향해 "작금의 상황은 (새 노조와 언론노조가) 미디어렙,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시민사회와 뜻을 같이 못한 데 따른 결과"라며 "미디어렙,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 지금처럼 기회주의적으로 처신하면서 일반 시민들의 여론을 방기하고 엉터리 정치집단의 작태에 동참한다면 어떻게 더 이상 함께 운동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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