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부인 이야기를 다룬 <MBC스페셜> ‘여의도 1번지 사모님들’편이 방송을 불과 4일 앞두고 갑작스럽게 불방이 결정됐다. MBC는 지난 17일 밤, <MBC스페셜> ‘나의 살던 고향은’ 방송이 끝난 뒤 예고 방송까지 내보냈음에도 불방을 결정했다.
MBC는 오는 24일 밤 11시5분 <MBC스페셜> ‘여의도 1번지 사모님들’ 방송을 통해 정치인 남편을 둔 ‘정치인의 부인’의 삶을 통해, 그녀들이 인생에서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인지 등을 집중 조명할 예정이었다.
제작진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예고에 따르면, 이 방송에는 김영명 (정몽준 의원 부인), 박영옥 (강기갑 의원 부인), 송현옥 (오세훈 시장 부인), 신은경(박성범 전 의원 부인), 이순삼( 홍준표 의원 부인), 이순우( 최문순 강원도지사 부인), 이정숙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부인), 이현숙 (박주선 의원 부인), 정영자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 부인)씨가 출연했다.
MBC 관계자에 따르면, ‘여의도 1번지 사모님들’의 최종 책임 프로듀서인 정성후CP와 해당 방송을 준비한 김보슬PD,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은 지난 17일 방송에 대해 시사교양국 내부 시사를 마쳤다.
그러나 이날 열린 임원회의에서는 “왜 이런 아이템을 방송 하느냐”는 등 임원들의 성토, 지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해당 PD는 일부 보완, 지시 사항을 받아들여 다시 편집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책임 프로듀서가 나서 방송이 나가는 쪽으로 추진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길용 국장은 일부 임원들과 면담을 통해 최종 불방을 결정했으며, 결국 20일 오전 제작진에게 최종 불방 결정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길용 국장 “정치적 환경 너무 급박하게 변해서 불방 결정, 방송될 가능성 없어”
윤길용 국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여의도 1번지 사모님들’ 불방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프로그램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정치적 환경이 너무 급박하게 변하다 보니 (방송이 나가면) MBC가 정치 중심에 서 있을 수도 있고, MBC 구성원들이 중립성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오해를 살 수 있기에 부득이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청구하고,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경선을 출마한 사실을 언급했다. 이어 “시사할 때만해도 방송이 가능할 거라고 봤는데 지난 주말 지나면서 일들이 계속 터졌다. 정치적인 지형 변화를 예상하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후라도 방송이 나갈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제작진이 신경 써서 만들었을 텐데, (추후라도 방송 나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이 얼마나 무능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예고까지 나간 방송에 대해 ‘불방’이 결정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윤길용 국장이 들어선 뒤 MBC 시사, 교양 프로그램이 잇따라 석연치 않은 이유로 불방된 사례가 있다. 이번 <MBC스페셜> 불방은 ‘MB 무릎기도’ ‘남북경제협력 파탄’을 다루려던 <PD수첩>이 불방된 데 이어 세 번째 불방 사례다.
이번 <MBC스페셜> 불방 결정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방송에 대해 불방 결정을 내린 윤길용 국장이 예고까지 나간 방송에 대해 불방을 결정한 행보에 대해서 비난의 여론이 높다. 또, 해당 아이템이 취재 단계를 지나 최종 완성될 때까지 논란의 소지를 미리 파악하지 못하고 방송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불방을 결정한 윤길용 국장의 책임을 묻는 여론도 높다. 이와 함께,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이기에 해당 아이템이 부적절했다는 목소리 또한 있다.
이와 관련해, 이용마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홍보국장은 “이번 일은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이 얼마나 무능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임원진조차 ‘이런 아이템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인데, 방송이 최종 완성돼 예고까지 나온 상황에 이르러 불방을 결정한 것은 (국장 스스로) 아이템을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 얼마나 무능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윤길용 국장이 들어선 뒤 불방된 게 이번이 세 번째”라며 “백종문 편성본부장과도 사전 이야기가 있었을 거다. 처음 판단에서부터 예민하게 주의했어야 함에도 사전에 가리지 못했다”고 MBC 경영진을 비판했다.
한편, 이번 <MBC스페셜> 불방과 관련해, 시사교양국 구성원들은 오늘(21일) 오후 2시 긴급 총회를 열어 구체적인 대책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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