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단 두 차례 상영만으로 큰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이 있다. 수천만원을 받고 평범한 음식집을 아무 거리낌 없이 ‘맛집’으로 위장해 방송한 KBS, MBC, SBS 방송3사의 비도덕적 행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한 <트루맛쇼>가 바로 그 것.
<트루맛쇼>가 전 국민적(?)인 관심을 끌게 된 계기는 또 있다.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이라는 공영방송 MBC의 전폭적인 홍보가 없었더라면, 어쩌면 <트루맛쇼>는 지금과 같은 유명세를 덜 누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앞서 MBC는 지난달 25일 <트루맛쇼>와 관련해 “MBC는 그 어떤 음식 프로그램과 관련해 금전을 수수하고 음식점을 섭외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 영화가 그러한 사실을 암시하고 있는 이상 명예훼손”이라며 김재환 <트루맛쇼> 감독과 주식회사 비투이를 상대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나 서울남부지방법원 51민사부는 지난 1일, “언론사가 타인에 대한 비판자로서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범위가 넓은 만큼 그에 대한 비판의 수인 범위 역시 넓어야 한다”며 “오히려 트루맛쇼의 표현 내용이 진실이 아니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며, 공익적 목적도 인정된다”며 MBC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와 관련해, 김재환 <트루맛쇼> 감독은 20일 오후 2시 문화연대 주최로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트루맛쇼>, 그 진상을 맛보다’ 포럼에 참석해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 등을 털어놨다.
먼저, 김 감독은 <트루맛쇼>를 ‘KBS, MBC, SBS 방송3사를 속이기로 작심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다큐멘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맛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방송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강박감을 맛이라는 소재를 통해 강렬히 포착하길 원했다”며 “프렌차이즈 등 자본이 개입되고 기획한 방송에 대해 사람들이 진짜라고 느끼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 “내부고발자 보호를 주장하며 멋있게 클로징코멘트를 날리던 미디어계 슈퍼 파워인 방송3사가 그들이 주장한 것처럼 정말 공정하고 도덕적인 것인지 입장 바꾸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트루맛쇼 만들면서 가장 속상한 것은 방송3사 노조가 침묵한 것”
그는 “트루맛쇼를 만들면서 가장 속상한 것은 방송3사 노조가 침묵한 것”이라며 “어이없는 상황인데도 아직까지도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재철 MBC 사장이 과거 1990년 노조원일 당시 노보에 기고한 글 일부를 언급했다.
“광고료 수입에 대한 경쟁이 프로그램의 질을 낮추게 될 것이며, 광고료를 올리기 위해서는 숫자성의 시청률에 더 큰 역점을 두게 될 것… 시청률을 올린다는 이유로 심층보도 프로그램까지 암흑시간대로 옮긴 MBC의 현실을 생각할 때 그저 마음만 답답할 뿐이다.”
그는 이와 관련해 “이 분(김재철 사장)은 완전히 맛이 가셨으니 더 이상 말 하지 않겠다”면서도 “하지만 노조는 달라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그 동안 상생을 부르짖던 방송3사 노조가 (외주 제작사 제작진들의) 노동 환경, 인권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라며 “당장 (그들의) 지갑이 얄팍하게 되더라도 기존 입장을 유지해야 희망이 있는데, 방송3사 노조조차 침묵하고 있다는 게 굉장히 무겁고 아프다”고 말했다.
김재환 감독은 아울러, 돈을 건네는 조건으로 방송에 출연한 것과 관련이 있는 의사, 공무원, 맛집 브로커, 제작사 등 각 분야에 있는 이들이 “사실 나도 돈 주고 TV에 나왔다”는 양심선언을 잇달아 해주길 바란다는 바람도 밝혔다.
그는 “<트루맛쇼>를 만들면서 기대한 게 있다”며 “예를 들어 “어떤 의사분이 나와 ‘나 얼마 주고 TV에 출연했는데 반성한다’고 하고, 어떤 제작사가 ‘돈 받고 협찬해서 기획 프로그램 만들었다’고 사과하고, 공무원도 ‘압박에 못 이겨 제작비 동원할 예산 만들었다’고 사과하는 등 양심선언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몇 분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주변에 보면 아무도 없다”며 “양심선언 해주시는 분들이 나와야 한다”고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상영금지가처분 신청한 MBC, 방통심의위와 뭐가 달라?
이 날 포럼에서는 <트루맛쇼>에 대해 상영금지가처분을 신청한 MBC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 같은 MBC의 행위는 <PD수첩> 광우병 편, 4대강 편 등 주요 시사 보도프로그램에 대해 ‘정확성’을 요구하며, 의혹 제기 자체를 차단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행위와 다를 바 없다는 비난까지 이어졌다.
<트루맛쇼> 쪽 변호를 맡은 김보라미 변호사(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는 “MBC가 정말 진실을 밝히고 싶어서 상영금지가처분을 한 것인지 지금까지도 의문”이라며 “영화가 상영한 이후에 자료는 낸다든지 등 충분히 (입장을) 밝힐 수 있음에도 지금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자신들에게 불리한 의혹 제기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고 본다”며 “그 진실을 누가 밝혀야 하는 것인지, 제작자 혼자 가만히 있는 게 마음이 아픈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조준상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또한 “<PD수첩> 등 주요 시사 보도프로그램에 대해 완벽을 요구하면서 합리적 의혹 제기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게 이 정부의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원회”라며 “서울MBC가 이와 똑같은 행위를 보였다는 게 굉장히 충격적”이라고 MBC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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