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현장에 다녀온 KBS 취재진 가운데 8명에게서 염색체 변형이 발견됐으며, 이중 3명은 최장 30년의 추적 관찰이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은 KBS를 비롯해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현장을 취재했던 10개 사업장 소속 조합원 123명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결과 KBS 취재진 26명 가운데 8명에게서 염색체 변형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13일 밝혔다. 이중 3명은 4개 이상의 염색체가 변형된 것으로 나타나, 최장 30년의 추적 관찰이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KBS와 거의 유사한 경로로 취재를 했던 MBC 취재진 50명의 경우 현재 유전자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며, △한겨레 6명 △연합뉴스 3명 △YTN 3명 △부산일보 2명 등도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KBS는 위험지역 취재매뉴얼 개정 작업 등 후속 대책에 대한 논의를 진행중이며, 다른 사업장의 경우 위험지역 취재 매뉴얼 마련하는 데 합의하거나 검진 결과가 나온 이후에 논의하기로 한 상황이다.
언론노조는 13일 오후 '후쿠시마 등 위험지역 취재조합원 설문조사 결과발표 및 대책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언론노조는 △위험지역 취재 조합원 검진을 철저히 실시할 것 △피폭 조합원에 대한 추적검사 프로그램을 만들고 피폭에 따른 질병 발생시 최대한의 치료를 제공하고 충분한 보상을 실시할 것 △전쟁·폭동·방사능 유출·지진·화산폭발 등 위험지역 취재매뉴얼 작성할 것 △위험지역 취재시 사전 교육실시해 안전수칙 철저히 인지하게 하고 방사능계측기 등 보호장구 지급할 것 △위험지역 취재진에 대한 보험가입을 의무화할 것 등을 요구했다.
또, △언론재단은 위험지역 취재에 대한 안전교육프로그램을 시행할 것 △방통위와 언론재단은 피해자 치료 등을 위한 안전 기금을 공동 출자해 위험지역 취재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한 보상책을 만들 것 △안전대책없이 위험지역 취재 지시한 최고 책임자 처벌할 것 △정부는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 등을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지금까지 112명의 취재진이 검진을 받았지만, 국내 검사기관이 한 곳밖에 없어 상당수 취재 조합원들의 검진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염색체 이상을 보이는 조합원들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우울한 전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라며 "후쿠시마 사고와 체르노빌 원전 취재를 통해 그동안 무시됐던 '언론인의 안전문제'가 수면 위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언론사들이 보인 '무감각'의 근저에는 우리 사회에 팽배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근거없는 맹신이 깔려 있었다. 원전에 대한 과도한 유용성 논리에 매몰되어 원전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는 인식이 일반 국민 뿐 아니라 언론계에까지 깊이 침식해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며 "지난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때도 현장에 있던 외신기자들은 방탄복을 입고 있었으나 우리 기자들은 방탄복을 입지 못했던 사례에서 보듯, 취재 조합원들에 대한 언론사 경영진들의 안전 불감증은 그 정도를 지나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정부를 향해 "2011년이 원전 주도 정책을 포기하고 대체 에너지의 개발에 나서는 원년이 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를 들어, KBS본부 조합원 중 한명이 최초로 염색체 이상자로 확인됐을 때 조합은 이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는데 사측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해서 대책을 강구하기 보다는 '왜 굳이 외부에 떠들어서 시끄럽게 만드느냐'는 식으로 반응했다"고 덧붙였다.
또, "일본 지진에 대해 한국 언론사들이 일본 보다 더 많은 기사를 쏟아냈는데 과연 그만큼 깊이가 있고 체계적이었는가? 방사능 누출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하기 보다 속보경쟁에 몰두하는 관행이 개선되기 전에는 아무리 취재 매뉴얼을 정교하게 만들어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제도,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 의식의 문제인데 좀더 큰 틀에서 이러한 관행에 대해 크게 주목하고 질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염색체 변형과 관련해, 몇 개 이상일 경우 질병이 유발되는 것인지 등 아직 합의된 기준은 없다. 방사능 누출로 인한 질병 발생은 개개인 마다 모두 다르다"며 "현재 회사측과 산업안전보건회의를 열어 염색체 이상이 나타난 조합원들의 건강을 어떻게 관찰하고, 보상하고, 대책을 마련할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10여년 간 핵, 피폭자 문제를 취재해온 일본 언론인 모리즈미 다카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진 발생 다다음날인 3월 13일 일본 정부는 피해 지역으로부터 20킬로 이내로는 가지 말라고 했으나 오염 지역의 상황이 어느정도 인지 구체적 데이터를 발표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하며 "이후 취재를 하면서 오염 지역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방사능 누출 지역을 취재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취재해야 하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지역이 아무리 평화롭게 보이더라도 이 기계로 재지 않으면 그 지역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방사능 수치 측정 기계를 '취재진들의 필수품'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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