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이승만, 백선엽 미화 다큐에 대해 역사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역사의 흐름을 되돌리려는 것"이라며 매우 우려하고 있으나, 정작 KBS 내부에서는 '수신료 인상'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을 염려해 '친일 독재 방송 저지 투쟁'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KBS가 독재자 이승만에 이어 친일파 백선엽 장군 미화 다큐까지 추진하고 나서자 항일 독립운동 단체, 4.19 혁명 단체, 6.25 민간인 희생자 유족 단체들은 언론단체와 함께 9일 '친일·독재 찬양 방송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상황이다.
이들은 KBS의 행태에 대해 "근현대사를 송두리째 왜곡하고 분탕질을 쳐서라도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친일, 독재, 수구세력의 준동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이러고도 어떻게 국민들에게 수신료를 올려달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분개하고 있다.
KBS 직원 A씨는 "(수신료 인상의) 결과를 목전에 두고 집중이 분산되고 있다. (수신료 인상 달성이) 불과 며칠 남지 않은 상태에서 혹시 수신료 인상을 배아파하는 불순세력이 (있느냐)"며 "친일이고 독재이고 잘 모르겠지만, 지금의 우선순위는 수신료 현실화"라고 밝혔다. 8일 게시된 이 글에 대한 '반대' 숫자는 9일 현재 37에 불과한 반면, '찬성' 숫자는 반대의 두배 이상인 81에 이른다.
직원 B씨도 "수신료 인상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며 "(친일 독재비호 방송 저지투쟁을 하는) 여러분들의 공영방송에 대한 열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은 수신료 현실화가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 글 역시 '반대'는 39인 반면 '찬성'은 83에 달했다.
직원 C씨 역시 "지금까지 우리는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했다"며 "이런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지금은 조금 더 냉철하게 지켜보고 인내할 시점"이라고 동의했다.
직원 D씨는 '허위사실 유포 대통령 주례연설 폐지 투쟁'과 관련해 "솔직히 공인중의 공인인 대통령의 연설 원고 내용을 사전에 검증할 권한이 저희들에게 있느냐"며 "우리 회사의 기자, PD들이 방송 출연자들에게 미리 방송의 방향을 말하고 이에 맞는 말을 해야만 된다라고 주지를 하고 사전 원고를 검토하느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듯 백선엽 특집방송도 마찬가지 아니냐"며 "(백선엽 특집방송을) 반대하는 (KBS내의) 시위자 여러분들에게 여러분들의 방송방법에 대하여 '방송 결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주장을 하면 여러분들은 과연 어떻게들 하시겠느냐"라고 강조했다.
부장 출신인 직원 E씨는 백선엽 다큐 논란에 대해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공과 과가 있다"며 "춘천총국에서 '전쟁과 군인'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백선엽씨의 공과를 당연히 알고 시작했으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부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제작자로서는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겠느냐"라고 말했다.
하지만 4월 말 KBS 편성제작회의를 통과한 백선엽 장군 다큐 기획안에 따르면, 해당 프로그램 기획 의도는 "노장 백선엽 장군은 6.25 전쟁의 영웅이자 한국군의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등 찬양 일색이다.
E씨는 "자신들이 제작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논란의 한 중심에 서 있다는 게 PD로서 얼마나 괴로운 일이겠느냐"며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제작하는 춘천총국 PD들에게 논란보다는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프로그램을 잘 만들기를 바라는 격려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회수가 1200건에 달하는 이 글 역시 찬성 수는 110인 반면, 반대 숫자는 77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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