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월 문자50건 무료제공’과 ‘청소년과 노인층 대상 가입비 50% 인하’, ‘모듈형요금제 및 블랙리스트제도 도입’ 등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시민사회의 비판의 목소리가 뜨겁다.
방송통신위원회,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3개 부처는 지난 2월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약 4개월가량 통신비인하 방안을 마련해왔다. 그러나 TF는 한나라당에서조차 “기본료 및 문자메시지 요금인하가 포함되지 않았다”며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발표시점 자체를 연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사회 또한 “통신비 인하방안이 아니다”라는 비판과 함께, “‘기본료 대폭 인하’, ‘문자메시지 서비스 무료화’, ‘스마트폰 요금 하향조정’ 등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실질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즉각적인 요금인하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은 ‘월 문자50건 무료화’이지만 그 효과는 1000원(현 문자메시지 서비스 1건당 20원×50=1000원)에 불과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팀장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 지출은 14만1388원으로 전년보다 5.8% 급증했다”며 “이 같은 비중은 OECD 국가에서 최고 수준인 가계지출 중에서 통신비가 7%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처럼 가계는 과도한 통신비 지출로 시달리고 있는데 통신사는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겨레>의 분석에 따르면 SKT는 2010년도 12조 4600억 원의 매출 가운데 36.1%인 4조5020억 원이 기본료를 통해 거둬들였다고 한다. KT와 LGU+ 역시 기본료로 각각 2조5040억 원, 1조7068억 원을 벌어들였다. 기본료는 통신사들의 망 구축 등 초기비용을 회수한다는 개념이지만 시민사회는 이미 충당하고도 남는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는 현재 통신3사의 요금은 과다 계상된 것도 모자라 담합 의혹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요금을 들여다보면 기본요금 1만2000원, 음성통화요금 초당 1.8원, 문제메시지 1건당 20원으로 동일한 수준으로 책정돼 있고, 스마트폰 요금제도 3만5000원, 4만5000원, 5만5000원”이라며 “통신3사의 요금제가 이렇게도 똑같을 수 있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제4의 이동통신사업자 후보들은 서비스를 개시한다면 최소 20~30%의 요금 인하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현재의 과다 계상된 비율 역시 이와 비슷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통신비 인하 방안’에서 빠진 ‘기본료’에 대해서도 “이통사들은 유학, 해외근무, 군입대 등으로 인해 이용정지 상태에 있는 가입자들에게 ‘이동통신망 사용대가’로 월 3500원을 부과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이동통신 서비스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비용이 월 3500원 안팎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SKT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벌인 남영민 씨 역시 기자회견에서 “소송과정에서 이동통신 서비스의 기본료가 3500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피고 측 변호인 문건에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영민 씨가 공개한 변호인 측 문건에는 “이용정지기간 동안의 기본료 3500원은 사실상 고객이 사용하는 번호에 대한 유지비 성격을 갖는다”고 명시돼 있다.
참여연대는 “그러나 이동통신 가입자들은 단 한 통의 전화를 하지 않더라고 표준요금제에 따라 최소 1만2000원의 기본료를 부담해야하는 처리”라고 지적했다. 어느 때보다 기본료에 대한 대폭 인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통신비 월 3만원, 그 가운데 기본료가 1만2000원?
기자회견에 참석한 일반 시민들 역시 TF의 통신비 인하 방안에 대해 “실소를 금치 못했다”,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내렸다.
스스로를 ‘전형적인 88만원 세대’라고 소개한 정재형 씨는 기자회견에서 “현재 대학교를 중퇴하고 아르바이트 등 임시직으로 일을 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월 90~100만원을 받지만 그 가운데 10만 원가량이 통신비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수입의 10% 이상이 통신비로 지출되는 셈이다.
정재형 씨는 “지난해에는 통신비를 낼 여력이 없어 요금이 3개월 연체되면서 여자친구와 싸우게 되고 결국 헤어지게 됐다”면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통신비 인하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학생 이형섭 씨 역시 “평소 아껴서 쓴 덕분에 월 통신비가 3만 원 이하로 나가고 있다”면서 “그런데 그 가운데 기본료가 1만2000이나 되는 것을 알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통도 쓰지 않았는데 1만2000원이란 금액이 나아간다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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