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자 구원투수 자처하는 세계일보 "구속이 능사냐"

한학자 구속영장 실질심사 당일, 사설로 대주주 옹호 한학자 특검 소환조사 때는 "독생녀 강림" 신격화 보도 내부 기자들 "부끄러워 분노" 비판에도 아랑곳 없어 국힘 당원 통일교인 11만명 의혹 일파만파…정상적 숫자? 동아일보 논설위원 "'사이비 당원 민주주의' 당장 뜯어고쳐야"

2025-09-22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세계일보가 한학자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당일 "인신 구속만이 능사인가"라며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을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다. 앞서 세계일보는 특검 소환 조사를 거부하는 한 총재를 신격화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22일 오후 1시 30분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부장판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한 총재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한 총재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전달했다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 씨에게 명품 목걸이·가방을 건네 통일교 현안을 청탁했다 ▲명품 구매 비용을 교단 자금으로 치렀다 ▲자신의 원정도박과 관련해 경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증거인멸을 지시했다 등 4가지 혐의를 받는다. 

한 총재 특검 조사와 관련한 한겨레·동아일보·한국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한 총재는 '권성동 의원에게 세뱃돈 100만 원을 줬다' '권성동 의원을 만나 쇼핑백은 줬지만 금품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한 총재의 주장이 '넥타이를 받았다'는 권성동 의원 주장과 배치된다고 짚었다. JT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한 총재는 특검 조사에서 '나는 독생녀'라며 통일교 교리를 설파하는 데 상당 시간을 썼다. M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한 총재는 '내 가르침을 받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22일 세계일보 사설 갈무리 (사진=연합뉴스, 빅카인즈)

22일 세계일보는 사설 <통일교 총재 영장, 인신 구속만이 능사인가>에서 "특검이 수사 편의성만 따지면서 필요 이상으로 영장 청구를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며 "법원은 실질심사 과정에서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이 불구속 수사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특검은 영장심사에서 한 총재의 구속 사유로 증거 인멸 우려를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미 광범위한 압수수색 등을 통해 관련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상태"라며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등 관련 피의자들은 구속 상태다. 무슨 증거를 더 인멸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한 총재에 대한 특검의 수사 방식이 민주당의 검찰개혁 취지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지금 여권은 검찰청을 해체하고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기 위한 검찰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그 주요 논거가 검찰의 토끼몰이식 강압 수사, 별건(別件) 수사를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특검을 보면 수사 방식이 더 거칠고 난폭하다. 강압 수사, 별건 수사는 특검까지만 하고 다음부터 하지 말자는 건가"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한 총재가 세계 약 160개국에 진출한 국제 종단의 지도자라며 "종교 지도자에 대한 수사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중략)기소된다면 법정에서 충분한 심리로 실체적 진실을 밝히면 될 일"이라고 했다.

통일교는 세계일보의 최대주주다. 통일교재단 41.32%, 효정글로벌통일재단 22.07%, HJ디오션리조트 16.91% 등 주요 대주주가 모두 통일교 계열이다. 지난달 29일 유튜브채널 '최경영TV'는 한 총재가 세계일보 사옥을 방문해 핵심 간부들과 대화를 나누는 영상 일부를 공개했다. 영상에서 한 총재는 "우리 민족의 중심은 인간이 아니다. 하늘이다. 그 하늘을 말해주는 사람이 독생녀, 홀리마더 한"이라고 했다. 한 총재가 알겠냐고 말하자 세계일보 간부들은 "예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앞서 세계일보 내부 기자들은 통일교 옹호 보도에 반발하는 기수별 성명서를 냈다. 지난 7월 23일 세계일보 1면에 김민지 한국평화종교학회장·선문대 교수의 특별기고문 <특검의 과잉수사, 마녀사냥 안 된다>이 실리자 기자들은 성명 "우리는 부끄러워 분노한다"를 발표했다. 세계일보 기자들은 "수사받는 피의자를 변호하는 기고문을 '내용이 좋다'고 1면에 실은 전례가 있었나"라며 "편집인과 국·부장 선배들에게 묻는다. 부끄럽지 않은가. 우린 부끄럽다. 부끄러워서 분노한다"고 했다. (관련기사▶3년차 세계일보 기자들 "통일교 옹호기사 부끄러워 분노")

그러나 세계일보는 내부 기자들의 비판에도 한 총재 신격화를 멈추지 않았다. 세계일보는 지난 5일 '독생자 한학자 강림'을 서술하는 기사를 지면에 실어 전국에 배포했다가 기자들의 비판이 일자 최종판에서 삭제했다. 세계일보가 해당 기사를 게재한 5일 한 총재는 김건희 특검팀에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세계일보 내부에서 "당시 한 총재 소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었는데 그를 신격화하는 듯한 책 내용을 그대로 전했다. 부정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는 것을 사장, 편집인, 편집국장이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관련기사▶세계일보, 한학자 소환 맞춰 '독생녀 강림' 신격화)

세계일보 9월 5일 1판 22면 기사 갈무리

애초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권성동 의원, 한 총재에게 초점이 맞춰졌던 의혹은 통일교-국민의힘 유착 의혹으로 확대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 18일 국민의힘 당원명부를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 업체를 압수수색, 12만 명의 통일교 교인 당원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정상적인 숫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투표권을 지닌 국민의힘 책임당원 중 통일교 교인의 비율, 전당대회 투표자 중 통일교 교인의 비율, 통일교 교인들의 국민의힘 입당 시기 등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한국일보는 [단독] <권성동 말고 더 있었다… 통일교 키맨 "다른 주자들도 지원 요청"> 기사에서 김건희 특검팀이 2023년 3월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권성동 의원뿐 아니라 출마를 준비했던 유력 정치인들이 통일교 측에 지원을 요청한 단서를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22년 11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건진법사 전성배 씨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내년 전당대회에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한지, 윤심은 어떤지"라고 물으며 "몇몇 잠재 주자들도 요청이 왔다. 저희와 과거에 연결됐던 주자들"이라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사설 <국민의힘, 통일교 당원 집단 가입 스스로 규명해야>에서 "종교가 공당 경선에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 교인을 동원했을 것이란 의심이 커지고 있다. 헌정사 최악의 ‘정교 커넥션’이 될 만한 사건"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통일교 교인 명단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국민의힘에 대해 "국민의힘과 통일교의 수상한 접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권성동 의원이 통일교에서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한학자 통일교 총재는 김건희 여사에게 거액의 선물을 건네며 청탁을 넣은 혐의로 구속 심사를 받는다"며 "대선 개입 의혹까지 나온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국민의힘이 특검 수사를 '정치 탄압 프레임'으로 몰고 가려고 하고 있다며 "연간 수백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받는 공당이 특정 종교와 결탁하는 것은 당원과 국민의 기대를 무참하게 배신하는 행위다. 이렇게까지 커진 정교 커넥션 의혹을 피하려고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지난 21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장외집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같은 날 동아일보 천광암 논설위원은 칼럼 <‘국힘 당원 통일교인 11만’… 정상 통계인가, 정교유착인가>에서 "국민의힘과 통일교 간의 유착 의혹과 관련해서 특검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2023년 전당대회와 2024년 총선"이라며 "특히 ‘당원 투표 100% 룰’로 치러진 2023년 전당대회 경선을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고 짚었다. 

천 논설위원은 "‘조직적인 힘’과 ‘거래’의 개입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와 정황들이 줄줄이 나온 이상, 국민의힘이 말하는 ‘통계적 개연성’은 정교유착 의혹을 떨쳐 내는 데 충분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며 "특검의 수사 결과를 기다릴 것도 없다. 특정 집단이 머릿수를 앞세워 당을 자신들의 편협한 사고나 이해에 가둬놓을 수 있는 ‘사이비 당원 민주주의’ 시스템을 당장 뜯어고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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