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SBS·JTBC·YTN '김만배 음성파일' 인용보도 중징계 예고
방심위 방송소위 여권 위원 주도로 긴급 심의, 의견진술 결정 언론보도 '거짓' 단정하면서 대장동 일당 진술 번복은 외면 여야 입장 '균형있게' 반영하면 "문제 없음" 내주 JTBC '남욱 검찰 진술' 보도 긴급심의 상정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위원장 류희림) 여권 성향 위원들이 뉴스타파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를 '가짜뉴스' '허위 인터뷰'로 단정하고, 이를 인용보도한 KBS·MBC·SBS·JTBC·YTN에 대해 '의견 진술'을 결정했다. 여권 위원들이 주도해 '중징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 위원들은 긴급심의 과정에서 방송사들이 사실관계 검증에 소홀했다고 질타하면서도 정작 무엇이 사실이 아닌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또한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국민의힘 입장을 담았으면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다음 긴급심의 안건은 '윤석열 커피'가 처음 등장했던 JTBC 보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JTBC 보도는 대장동 핵심 인물 남욱 변호사의 '검찰 진술'을 담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12일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2022년 3월 7일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KBS·MBC·SBS·JTBC·YTN 5개 방송사에 대해 '의견 진술'을 결정했다. TV조선·채널A·MBN·연합뉴스TV 등은 같은 일자에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보도했다.
'의견 진술'은 방송사 관계자들이 방통심의위에 출석해 소명하는 것을 말하며 중징계를 전제로 한다. 이들 방송에 적용된 심의규정 조항은 '공정성'과 '객관성'이다. 공정성·객관성 조항은 자의적 판단 근거로 활용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5인의 방송소위 위원 중 야권 추천 2인이 긴급심의 안건 상정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며 보이콧했다. 옥시찬 위원은 "그동안 우리 위원회에는 아름다운 합의정신이 있었는데 권력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면서 합의정신은 사라지고 전쟁터가 됐다"며 "제가 참석하지 못한 지난 번 회의에서 숫자 싸움으로 밀어붙인 긴급안건 상정 건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심의를 거부한다"며 퇴장했다. 김유진 위원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며 회의석상에 나오지 않았다.
긴급심의 안건 상정 당시 방통심의위 방송소위에 옥시찬 위원은 건강상의 이유로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김유진 위원은 '국회에서 논의됐다' '국가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주관적 판단으로 긴급심의 안건을 상정할 수 없다며 퇴장했다. 이에 여권 추천 황성욱·허연회 위원은 김유진 위원의 퇴장을 '기권'으로 처리하고 긴급심의 안건 상정을 결정했다.
방통심의위 '소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제4조(의결)는 '5인 미만시 회의는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위원 전원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권 위원들이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긴급심의를 강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류희림·황성욱·허연회 등 여권 위원들이 진행한 긴급심의에서 뉴스타파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는 가짜뉴스로 규정됐다. "결과적으로 녹취록은 거짓이라고 밝혀졌는데 사실인 것처럼 전제 하에 보도했다" "전혀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고 반대신문을 하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녹취록 자체가 사실인 것처럼 단정 보도했다"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2022년 3월 6일 뉴스타파는 <[김만배 음성파일]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보도에서 '대장동 사건' 김만배 씨가 윤석열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사건 주임 검사, 박영수 변호사(전 특검)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에 대한 수사를 무마했다고 밝힌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뉴스타파 보도에서 김만배 씨는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이러면서… 박OO(검사가) 커피주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라고 말했다. 검찰이 김만배의 말 중 '허위'라고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은 윤석열 중수2과장이 조우형과 대면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지 '윤석열이 커피타줬다'가 아니다. (관련기사▶김만배 음성파일 보도 본질 왜곡하는 '윤석열 커피' 프레임)
의혹의 핵심은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부실수사·수사무마 의혹이다.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은 대장동 사업의 '종잣돈'과 연관돼 있다.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의 친인척 조우형 씨가 2009년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대장PFV)에 1155억 원의 불법 대출을 알선했다. 조우형 씨는 그 대가로 10억 3000만 원을 받았다.
현재 조우형 씨는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대출 알선 혐의로 대검 중수부의 수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조우형 씨는 2014년 1월 경기경찰청 수사2계에 출석해 '대검 중수부에서 무혐의를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된다.
조우형 씨는 경찰 조사에서 2011년 대검 중수부가 광범위한 계좌추적까지 실시하며 자신의 대장동 불법대출 사건을 수사했지만 '혐의 없음'으로 결론낸 만큼 자신의 결백이 입증됐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이후 조우형 씨는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대출 알선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받았다. (관련기사▶뉴스타파 보도 왜곡하는 또 하나의 프레임 "조우형은 그런 말 한 적 없다")
여권 위원들의 긴급심의 기준은 '국민의힘 입장을 얼마나 담았냐'로 정리된다. 이날 YTN의 경우 '뉴스Q'와 '뉴스가 있는 저녁' 2개 프로그램이 긴급심의 대상에 올랐는데, '뉴스Q'는 '문제없음' 처리됐다. 이유는 "여당·야당 후보 측이 나와 비교적 균형적으로 의견을 다뤘기 때문"(류희림 위원장)이다.
방통심의위의 다음 긴급심의 안건은 2022년 2월 대검 중수부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한 JTBC 보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류희림 위원장은 "이 건은 JTBC가 [단독] 보도로 시작해 (2022년)2월 21일, 2월 28일 보도됐는데 관련해 민원이 들어왔나"라며 "이건 언제 하나. 오늘은 3월 7일에 대한 것인데 2월 21일·28일은 언제하나"라고 물었다. 방통심의위 사무처는 '다수의 민원이 들어와 있다'고 답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언제 (긴급심의)결정을 하나. JTBC가 사과방송을 한 것도 2월 21일·28일 건"이라며 "다음 주 안건을 올리 수 있도록 말씀드린다"고 했다.
JTBC 보도는 남욱 변호사의 검찰 진술, 조우형 씨, 조우형 씨 측근 인터뷰 등을 근거로 하고 있다. 최근 조우형 씨는 검찰에 'JTBC 기자에게 30분 넘게 대장동 대출은 부산저축은행 수사 대상이 아니었고 대검 중수부가 나를 수사한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고 6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하지만 11일 오마이뉴스가 JTBC 기자와 조우형 씨의 2021년 10월 26일 '100분 녹취록' 전문을 확인한 결과, JTBC 기자는 '윤석열'이라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JTBC는 사과 방송에서 "조 씨는 '담당검사는 박모 검사였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은 없느냐' 질문엔 '없다'고 답했다"고 했다. 오마이뉴스는 '담당검사는 박모 검사'라는 조우형 씨 발언도 녹취록에서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또 오마이뉴스는 조우형 씨가 30분 넘게 강조한 것은 수사무마 의혹에 대한 해명이 아니라 '대장동 주범은 정영학'이라는 주장이었다고 보도했다. 오마이뉴스는 조우형 씨가 윤석열 검사에게 조사를 받았는지 여부에 관해 JTBC 기자에게 밝힌 바 없고, 수사무마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는 상황도 녹취록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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