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회장 김경호)가 우리민족교류협회(이사장 송기학) 소속 단체 및 재외 언론인들과 함께 경제 살리기를 위한 ‘희망 나눔 국민운동’을 전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언론인들이 앞장서서 긍정적인 보도를 통해 희망을 전파하도록 적극 힘쓰겠다”고 강조해, 한국기자협회의 구체적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민족교류협회는 민족 문화를 바탕으로 남북한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에 흩어져 있는 동포들이 동질성을 회복하고 민족번영과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된 단체이다.
한국기자협회와 우리민족교류협회는 지난 30일 신문로 프레스센터에서 ‘희망나눔 국민운동 경제 살리기 한마음 포럼’을 열어 “국회를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 지도자들이 정쟁과 갈등, 반목에서 벗어나 국제적인 경제 한파로 실의에 빠져있는 개인과 가정, 기업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덜어주기 위해 마련했다”고 행사 개최 이유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47개 단체 대표와 재외 언론인 50여명이 참여한 ‘희망 나눔 국민운동 ‘경제 살리기 한마음 포럼 결의문’’이 발표됐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종교계, 각계 지도층, 언론계가 △고통분담 앞장 △국내외 한민족의 ‘희망 나눔 국민운동’으로 확산 △언론인들이 앞장서 긍정적 보도를 통해 희망 전파 △전국각지 주요지역 100여 곳에서 희망 나눔 국민음악회를 시작으로 나눔 국민운동 전개 △지역, 계층간 협력과 소통을 도모하고, 경제 대국을 이루고, 선진대열의 중심에 서서 국제사회를 이끌어 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경제 살리기를 위한 한마음 포럼에서 ‘언론 자유 수호의 가치’를 내걸고 있는 한국기자협회는 어떤 역할을 할까? 결의문만 보아서는 한국기자협회가 이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들은 어떻게 경제를 살릴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희망 나눔 국민음악회가 있긴 하다만)보다는 원론적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기독교, 불교, 천도교 등 종교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이 협력해 경제 살리기에 한 목소리를 낸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꿈, 희망, 통합, 단합 등 추상적인 용어만 나열되어 있다.
결의문에서 가장 주목해서 봐야할 점은 “언론인들이 앞장서서 긍정적인 보도를 통해 희망을 전파하도록 적극 힘쓰겠다”는 부분이다. 언론인들이 앞장서서 긍정적 보도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구절만 보아서는 사안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담긴 보도보다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보도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식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현 경제 상황에서 언론인들이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보다는, ‘일자리 나누기’ ‘취업 극복기’ 등 훈훈하고도 긍정적인 뉴스를 더 많이 보도하는 게 진정 희망을 전파하는 것일까.
기자협회 관계자는 “긍정 보도를 통해 희망을 전파하겠다는 것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결의문에만 넣었을 뿐 구체적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기자협회와 우리민족교류협회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13일 제주도에서 종교계 지도자, 언론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74차 기자포럼 ‘우리민족 한마음 포럼’을 열었다. 당시 주제는 ‘국민통합과 대화합’이었으며, 이들은 토론 뒤 결의문을 통해 “국민들에게 정신적 설득력과 안식처가 되는 종교가 국민 통합과 대화합에 앞장서자”고 강조했다.
우리민족교류협회 관계자는 “매년 자체적으로 4차례 사회 현안과 관련한 포럼을 진행하는 데 올해는 ‘경제 살리기’가 사회의 가장 큰 이슈로 부각돼 포럼 주제로 선정했다”며 “교류협회 자체적으로는 올해 초부터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갔고, 기자협회와는 3월부터 많이 만나 논의했다”고 말했다.
기자협회 관계자도 “참여하는 단체들이 모두 같이 해서 포럼을 만든 게 아니라 재외동포기자대회가 열릴 때 경제 살리기 관련한 포럼도 함께 준비하자는 의견이 나와 추진한 것”이라며 “예전부터 교류가 있었던 우리민족교류협회와 함께 해 결의문을 채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한국기자협회 내부에서는 이번 포럼에 대한 충분한 검토 및 공유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자협회에서 직책을 맡고 있는 한 언론사 기자는 “한마음 포럼에 기자협회가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말했으며, 다른 직책 기자도 “잘 모르겠다. 사무국에 물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들 가운데는 생소한 이름들도 적지 않다. △포플리즘추방국민운동 △한국인간안보학회 △국민일복운동본부 △국제두피모발협회 △그린-프로콧운동본부 △노소화합국민운동본부 등 단체들은 우리민족교류협회 소속단체들로, 이번 한마음 포럼에 모두 참여했다.
한국기자협회의 ‘경제 살리기’ 포럼 참여는 문제될 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난 1964년 언론자유 수호 가치를 내걸고 창립된, 전국의 신문·방송·통신사 소속 현직 기자들 700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최대의 기자 직능 단체라면 이에 맞는 의사 결정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더구나 어떻게 경제를 살릴 것인지에 대한 방향없이, ‘언론인들의 긍정적인 보도를 통해 희망을 전파하겠다’는 취지의 포럼이라면 적어도 많은 논의 끝에 참여 여부를 결정했어야 한다고 본다.
노종면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장 구속과 검찰의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언론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만큼 한국기자협회의 역할 또한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인들의 긍정적인 보도를 통해 희망을 전파하겠다’는 결의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당혹스럽다. ‘경제 살리기’도 좋지만, 그 이전에 이명박 정권 아래 위협받고 있는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언론 살리기’에 먼저 총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편, 지난달 31일 조중동과 국민일보, 한국일보에는 “G20 정상회담에 큰 성과를 기원합니다”는 문구과 함께 한마음 포럼 결의문 광고가 실렸다.
다음은 결의문에 참여한 각 단체 및 언론계 대표 명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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