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셧다운 제도’ 도입에 반대한다 < 기자수첩 < 뉴스 < 큐레이션기사 - 미디어스

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주요메뉴

본문영역

기자수첩

[주장] 수단이 목적 훼손…청소년 시민권 박탈 말아야

‘셧다운 제도’ 도입에 반대한다

2008. 11. 06 by 미디어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일 보건복지가족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관계 부처 회의를 열고 야간 시간대 청소년에 대한 게임 서비스 제한(셧다운 제도) 등을 포함한 청소년 보호법 개정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부모가 게임업체에 자녀의 게임 이용 시간 제한을 요청할 수 있도록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법제처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 11월 6일자 경향신문 20면.
이른바 ‘셧다운(shut down) 제도’의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셧다운 제도’는 온라인게임을 이용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인터넷 중독, 폭력성 증가, 사회성 결여 등과 같은 문제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고, 청소년의 수면권과 학습권을 신장한다는 명분으로 밤부터 아침까지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기술적 조치를 말한다.

말은 그럴싸한데, 영 허술한 논리이다. 우선 온라인 게임의 이용 시간 증가를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과 폭력성 증가 그리고 사회성 결여 등의 사회적 문제로 곧장 연결시키는 것은 논리의 완전한 비약이다.

인터넷 중독의 경우 그 현실적 심각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책임을 전적으로 온라인게임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 만약, 이러한 방식의 논리 전개라면 차라리 인터넷 자체에 대한 이용 규제를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폭력성 증가에 대해서는 이미지를 모방하는 여러 조건들(연령, 사회화의 정도, 심리적 상태 등등)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온라인 게임과의 인과 관계로만 설명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사회성 결여의 경우 완전히 다른 견해도 가능하다. 온라인으로 사회적 시공간이 확대됨에 따라, 사회성을 획득하는 방식이 변화(오프라인 접촉 → 온라인 접속)한 것 일뿐, 오히려 온라인게임이 사회성 증가에 기여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마디로, 온라인 게임 외에도 사회성 형성과 관련한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조건반사적으로 온라인게임의 규제가 사회성 결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이 가려진다고 믿는 바보스러움이다.

결론적으로, 청소년의 수면권, 건강권,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셧다운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헌법상에 보장된 행복추구권에 대한 침해로 이어지는 개념 상실이다. 이렇듯 수단이 목적을 침해하는 법률을 흔히 악법이라고 한다.

산업을 활성화한다며 각종 규제를 모두 풀고 있는 정부이다. 그런데 왜 유독 이런 규제 법률을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근본적으로 온라인게임을 유해 매체물로 보기 때문이다. 이는 기성세대들이 게임에 대해 갖는 전통적 경멸이자 전체 청소년 인구의 97%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중 40% 이상이 온라인게임을 즐기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국회의원/관료들이 보이는 착란 증세이기도 하다.

거의 대부분의 현대인은 미디어에 대한 중독 증세를 가진다. 비단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셧다운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도 알고 있을 간단한 상식이다. ‘셧다운 제도’ 도입을 외치는 진짜 목적은 그런 것이 아니다. 청소년의 행동을 규제하고 통제하려는 욕구이다.

흔히들, 청소년을 ‘미래 사회의 주역’이라는 부른다. 이러한 훈계적인 수사는 자유총연맹, 한나라당과 같은 우파들이 특히 자주 사용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청소년의 내일이 아니라, 바로 오늘이다.

누구도 미래라는 감언이설 때문에 오늘을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 청소년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주체로서 시민권을 포함한 모든 헌법상의 권리를 갖는다. 그것은 청소년이 미래사회의 주역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오늘을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당연한 권리이다.

‘셧다운 제도’는 시민으로서의 청소년의 권리를 박탈하며, 청소년 문화와의 소통을 거부하는 태도이다. 지금 필요한 청소년 정책은 문화적 환경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청소년이 처해있는 현실적 상황과 조건을 이해하는 것이다. 지금 청소년들은 학습의 부담과 존재에 대한 사회의 불인정이라는 이중고에 놓여있다. 온라인게임을 하는 것을 범죄적 행위로 만들 수는 없다. 셧다운 제도의 도입에 반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최신순 추천순  욕설, 타인비방 등의 게시물은 예고 없이 삭제 될 수 있습니다.
아랫님아 2010-12-10 10:13:04
더 많은 것을 규제하기위한 시발점으로, 온라인게임을 타겟으로 잡은 것일수도 있죠.
학부모들 자체가 온라인게임을 혐오하는듯한 기세를 보이니, 여론 잡기도 쉽겠다.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것도 우르르 무너집니다.

일단 헌법자체에 위반된다는 점에서 저 법은 어불성설이죠.
아랫님아 2010-12-10 10:11:15
저 위에 글을 하나라도 읽어보신건가 궁금하네요.
솔직히 말하자면 요즘 학생들 학교 끝나자마자 과외다 학원이다 야자다 하면서
10시 이후에 돌아오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10시 이후에 온라인게임을 못하게 만들면, CD게임은? 인터넷의 블로그+싸이월드등의 소셜 서비스는? 유해매체 동영상은? 온라인 게임 말고도 새어나갈건 얼마든지 많고,
저걸 모두 규제하려 들었다간 이제 성인분들까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많다이거죠.
막스무스 2009-12-19 02:57:27
실제로 주위에서도 많이 봤고요... 저는 정부에서 조금이라도 온라인 게임에 규제를 둔다면 이런 사람들이 온라인 게임을 끊는 것이 조금 더 쉬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네요.
막스무스 2009-12-19 02:52:21
저도 한나라당이 잡은 정권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건에 대해서는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에 찬성합니다. 기사 쓰신 분이 뭘 모르고 하시는 말씀 같은데... 오늘날 인기를 얻고 있는 온라인 게임들은 대부분 쾌락주의적이고 중독성도 있고 폭력성 또한 띄고 있습니다. 인터넷, 게임 중독자들도 한둘이 아니고 청소년들은 pc방 간다고 집에 가서 부모 돈도 훔치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2008-11-10 18:32:41
우선적으로 유해매체로 인식하는 선입견이 있기 때문에 논리에서 비약이 있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셧다운제를 대체할 대안이 제시된다면야 더할 나위 없겠지만, 기자님 입장에서 날카로운 지적인 듯하여 인상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