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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한 단에 875원' 대파 보고 "합리적" 대통령 방문 맞춰 지원·할인 '영끌' 실제 가격 875원이면 대파밭 갈아엎을 판 "북한 같은 독재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

윤석열 875원 대파 논란 "물가안정에 도움 안 돼"

2024. 03. 21 by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현장 물가 점검을 위해 방문한 마트에 '영끌 대파'가 등장했다. 대파 한 단에 875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은 대통령 방문 시기에 맞춰 온갖 지원과 자체 할인을 집약한 결과였다. 정상 판매가였다면 대파밭을 갈아엎을 정도의 특가를 대통령에게 보여주는 게 물가 안정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보수언론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았다. 민생경제점검회의에 앞서 물가 상황을 확인하고 현장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1kg짜리 대파 한 단을 집으며 "저도 시장을 많이 와봐서, 대파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아 물가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아 물가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정부의 납품단가 지원과 할인 쿠폰, 농협의 자체 할인 등이 모두 적용된 가격이다. 대형마트 권장판매가격은 4250원으로 납품단가 지원 2000원, 유통업체인 농협의 자체 할인 1000원, 정부의 농산물 할인 쿠폰(30%) 375원이 제해졌다. 

하나로마트 양재점은 윤 대통령이 방문하는 18일부터 1000단 한정으로 대파 한 단을 875원에 판매했다. 애초 20일까지만 이 가격으로 진행하려고 했지만 대통령 방문에 맞춘 가격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판매 기간을 27일까지로 연장했다. 이 매장은 윤 대통령 방문 일주일 전에는 농식품부 할인지원가라며 현재 가격의 3배가 넘는 2760원에 대파 한 단을 팔았다. 

21일 동아일보 김재영 논설위원은 칼럼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 가격”>에서 "4000원대에 구입하던 소비자들은 '도대체 어디서 살 수 있는 거냐'며 의아해했다. 1000원 정도인 소포장 손질 대파와 헷갈린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며 "대통령에게 파격적으로 싼 특가 상품을 보여주는 건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논설위원은 "(875원은)생산단가를 낮춘 게 아니어서 농민들에게 피해가 가는 건 아니지만 단순히 가격만 보면 '합리적' 수준이 아니라 파격적"이라며 "2020년 도매가격이 1000원을 밑돌자 농민들은 생산비도 못 건진다며 대파밭을 갈아엎었다"고 짚었다.

2020년 2월 대파 도매가격이 전년도 1170원에서 817원으로 떨어지자 전국 대파 생산량을 책임지는 전남지역 농민들은 밭을 갈아엎었다. 1000원이 넘는 생산비에 수확에 필요한 인건비까지 더하면 판매하는 게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21일 동아일보 김재영 논설위원 칼럼 갈무리 (빅카인즈)
21일 동아일보 김재영 논설위원 칼럼 갈무리 (빅카인즈)

김 논설위원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채소류 물가는 1년 전보다 12.2% 올랐다. 주요 산지인 전남 등에 한파와 폭설 피해가 이어지며 파 가격은 전년보다 50.1%, 배추값도 1년 전보다 21.0% 올랐다"며 "언제까지 돈을 풀어 가격 낮추기만 시도할 순 없다. 농산물 생산 및 유통구조 안정화 등 근본적인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김 논설위원은 "대통령이 찾은 마트는 다음 주부터 대파를 제외한 대부분 농산물 가격을 인상한다고 한다"며 "대통령 방문 같은 보여주기식 깜짝 이벤트만으론 물가를 잡을 수 없다"고 했다. 

같은 날 한겨레는 사설 <대통령 가자 떨어진 대파값, 물가 대책의 어설픈 민낯>에서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 1500억 원을 추가 투입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근시안적인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정부는 이달 초 농축산물 납품 단가 인하(204억원)와 할인 지원(230억원)에 434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이번에 사과·감귤 등 21개 품목의 납품 단가 인하에 959억원을 투입하는 등 1500억원을 추가 투입한다고 지난 15일 밝혔다"며 "합계 2천억원가량인데, 우리나라 2200만가구에 가구당 1만원도 돌아가지 못하는 액수다.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가격을 계속 낮추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농축산물의 경우, 국내 생산자를 무시한 정책으로 향하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된다"며 윤 대통령의 '합리적 가격' 발언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생산비가 그보다 훨씬 비싼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다. 정부는 할인 지원 등으로 그 가격을 계속 유지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가"라며 "생산자는 그 값에 납품할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재배를 포기할 것이다. 사과 같은 과일 가격이 일시적으로 폭등했다고 해서, 함부로 수입 과일로 대처해선 안 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했다. 

지난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채소류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2.2% 올랐다. 지난해 3월(13.8%)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파(50.1%)와 토마토(56.3%)를 비롯해 배추 물가도 1년 전보다 21.0% 올랐다. 사진은 7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채소류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2.2% 올랐다. 지난해 3월(13.8%)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파(50.1%)와 토마토(56.3%)를 비롯해 배추 물가도 1년 전보다 21.0% 올랐다. 사진은 7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향신문은 20일 사설 <‘875원 대파’ 소동 부른 윤 대통령 행차, 국민 고통과 멀다>에서 "윤 대통령 발언과 그 발언이 나오게 된 과정은 한 편의 부조리극이나 다름없다"며 "대통령실 참모들과 경제 부처 관료들은 천정부지로 뛰는 물가를 잡는 데 윤 대통령이 앞장서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결과적으로 국민 가슴에 또 한번 염장만 지른 꼴이 됐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요즘 대파 한 단의 가격은 4000원이 훌쩍 넘는다. 전국 어디를 가도 한 단에 875원 하는 대파는 찾아볼 수 없다"며 "북한 같은 폐쇄적인 독재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대명천지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875원 대파’를 단순 우발사건으로 치부할 수 없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공무원과 하나로마트 관계자부터 징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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