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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 답변 중 "민주당이 질문 시킨다던데" 질문한 CBS노컷뉴스 기자 "언론을 정치인 하수인쯤으로 여겨" "세상이 '정언유착' '검언유착'으로 뒤범벅 돼 있다고 생각하나" 한국일보 기자 "민주당 비판에 언론 활용, 비판 보도엔 언론 깎아내려"

말로 주고 되로 받은 한동훈의 '질문사주' 언론관

2023. 12. 22 by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언론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언론인을 정치인 '질문 사주'나 받는 하수인처럼 인식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19일 한 전 장관에게 '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 질문을 던진 CBS노컷뉴스 서민선 기자는 22일 <'질문사주' 아니라, 법무부장관이니까 물은 겁니다> 칼럼을 게재했다. 서 기자가 한 전 장관과 주고받은 질의응답은 다음과 같다. 

Q. 지난 번에 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서 언론에서 잘 안 나와서…
A. 아까 물어보셨잖아요, 그때도 물어 보셨죠?

Q. 잘 모른다고 했었는데, 지금 입장은 어떠세요?
A. 민주당이 저한테 꼭 그거 물어보라고 시키고 다닌다고 그러던데요. 여러 군데에다가 공개적으로.

Q. 그런 거 아닌데요.
A. 그런데 저는, 이걸 물어보면 제가 왜 곤란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민주당이야말로 자기들이 이재명 대표 옹호하는데 바쁘니까 저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중략) 기본적으로 그 내용들을 제가 보면 일단 몰카 공작이라는 건 맞잖아요. 그 몰카 공작의 당사자인 서울의 소리가 고발했던가요? 그러면 우리 시스템에 맞춰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진행돼서 처리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 19일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 기자는 '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함정 몰카'라는 비판이 있지만, 누가 선물을 받으라고 했던가"라며 "김건희 여사가 선물을 왜 받았는지, 어떻게 처리했는지, 대가성이 있는지,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는지 등 밝혀져야 할 의문이 한두 개가 아니다.(중략)그래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물었다"고 했다. 

서 기자는 "하지만 답변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언론을 대하는 태도 때문"이라며 "답변은 민주당의 '질문 사주'에 따라 기자들이 질문하고 있다는 지적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들린다. 이는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언론을 정치인의 하수인쯤으로 생각하는 발상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서 기자는 "한 전 장관의 논리대로라면, 그 스스로가 평소 '고발 사주'와 같은 공작 수사에 심취해 있기 때문에 기자들도 '질문 사주'를 받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온통 세상이 '정언 유착', '검언 유착' 등 카르텔로 뒤범벅 돼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어 서 기자는 "기자의 질의가 본인을 곤란하게 하는, 골탕먹이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큰 오해다. 한 전 장관이 곤란함을 느낄지 여부는 기자들의 관심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서 기자는 한 전 장관이 20일 국회에서 "제가 독해졌다"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 데 대해서도 "기자에게 질의에 대한 답을 해주는 것이 큰 수혜라도 베푸는 것인 양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서 기자는 "한 전 장관은 오는 26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다. (중략)언론은 기대를 담아 더욱 집요하게 물을 것"이라며 "그의 말마따나 9회말 2아웃 2스트라이크로 타석에 선 타자라면, 5천만의 언어로 소통하기 위해 언론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서초통 사투리'부터 버려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한 전 장관은 지난달 21일 대전을 찾은 자리에서 "여의도 사투리가 아닌 5천 만 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고 말했다. 

·12월 22일 CBS노컷뉴스
12월 22일 CBS노컷뉴스·한국일보 칼럼 제목 갈무리

같은 날 한국일보 강철원 기자(엑설런스랩장, 법조팀장·사회부장 역임)는 칼럼 <한동훈 언론관>에서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질문을 평가하며 받아치는 것은 익숙한 화법이지만, 언론이 정치권 사주를 받고 있다는 인식은 한참 선을 넘은 발언"이라며 "현직 대통령의 배우자가 연루된 사건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자 여당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에게 입장을 물어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취재 과정인데, 그걸 저런 식으로 재단해버렸다"고 비판했다. 

강 기자는 "한 장관에게 언론은 정치인이든 범죄자이든 상대가 요청하는 대로 응하는 수동적인 조직일까"라며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면 아마 검사 시절 수사 내용을 흘려주면 충실히 받아쓰던 기자들을 너무 자주 접한 영향일 수도 있겠다"고 했다. 

강 기자는 "실제로 한 장관이 언론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 그의 언론관이 엿보인다. 민주당과 사사건건 대립해온 그는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언론을 통해 자기 입장을 전파하는 데 열을 올렸다"며 "그는 검찰의 특수활동비 유용 의혹을 지적한 보도에 대해 '뉴스타파의 뇌피셜'이라며 발끈했다. 사실관계를 설명하거나 반박하기보다는 언론사를 깎아내리는 것으로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20일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출석을 위해 국회에 도착,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출석을 위해 국회에 도착,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 기자는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한 장관의 언론관이 친정인 검찰 조직에도 이식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라며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의 수사를 거론했다. 

강 기자에 따르면 검찰은 해당 수사에서 '왜 이런 걸 취재하지 않았느냐' '왜 사실관계를 꼼꼼히 체크하지 않았느냐' '왜 반론을 얻기 위해 더 노력하지 않았느냐' '왜 그렇게 급하게 보도했느냐' 등을 묻는다고 한다. 강 기자는 "사회부장이나 편집국장이 언론사 내부에서 물어볼 내용을 검찰이 조사하는 걸 보면 취재 가이드라인이라도 만들 판"이라고 했다. 

강 기자는 "소통을 강조했던 윤 대통령은 불편한 질문이 이어지자 언론과 담을 쌓았다. 기자들이 윤 대통령 입장을 알려면 이제 해외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참고해야 한다"면서 "다행히 한 장관은 21일 '지지해 주는 의견 못지않게 비판하는 다양한 의견도 경청하고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언론관을 바꾸면 윤 대통령과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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