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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주진우 전 시사IN 기자

"KBS 보지 말라고 노력하는 상황을 국민에게 알려야 합니다"

2023. 12. 06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 11월 13일 박민 KBS 사장이 취임했다. 박민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제청안을 재가한 12일 일요일 밤 주요 간부 인사를 단행했고, 취임 당일 TV‧라디오의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와 뉴스 앵커를 대거 교체했다. 간판 시사 프로그램이었던 <더 라이브>는 급작스런 방송 편성 삭제에 이어 폐지가 결정됐고, 그동안 여권이 별러왔던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진행자 주진우 전 시사IN 기자는 하차 통보를 받았다.

뉴스‧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하차당한 상황. 언론노조는 '낙하산 사장의 KBS 점령’이라 규정하고 “편성규약과 제작 자율성을 한 방에 무너뜨렸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지난 11월 29일 서울 용산역 근처 커피숍에서 주진우 전 기자를 만나 <주진우 라이브> 강제 하차와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 관련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주 전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KBS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KBS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주진우 라이브> 하차 2주가 지났는데 어떠세요?

“아직 좀 먹먹합니다. 여전히 실감이 안 돼서 점심시간 지나면 ‘출근해야 되는데’란 생각에 시계를 봐요. 그리고 제가 떠난 KBS 1라디오를 듣는데, 후속 방송 준비가 아예 안 돼서 노래 내보냈거든요. 방송이 격을 맞추지 못한 것 같아서 제가 무료로라도 봉사하고 싶은 생각도 해보고, 아무튼 아직 금단 증상에 시달리고 있어요.”

이전에도 KBS 방송, 라디오 보고 들었나요?

“물론 기자니까 뉴스를 다 챙겨 보긴 하죠. KBS 뉴스가 답답하다는 사람도 있고 다른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공정성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계속 지켜보긴 했는데 갑자기 80년대로 돌아간 것 같은 뉴스가 계속돼서 굉장히 걱정입니다. 그런데도 ‘부당하다,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걸 보면 기자들이 자각하지 않은 것 같아요.”

KBS에서 퇴사하는 기자도 있던데.

“몇 명 있어요. 그런데 대다수 기자와 PD들이 ‘나만 아니면 된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보세요. KBS 이사장이, KBS 사장이 해임됐는데 해임 사유가 안 돼요. 공공기관에서 공익성을 더 중시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거거든요. 그렇게 하면 국가기관들 다 날아가야죠. 공영방송은 공익성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이사장, 사장 교체 후에 모든 간부가 날아가고 그 뜻있는 사람들이 좌천됐어요. 그런데도 ‘이거 잘못됐다’란 얘기가 나오지 않는 걸 보면 너무 안타까워요. 기자라면 그러면 안 돼요.”

13일 아침 KBS 주차장에서 하차 통보를 받았다고 들었는데 어떤 상황이었나요?

“월요일 아침에 회의하려고 출근길 주차하던 상황에서요. 그때 새로 발령받은 부장이라는 사람이 전화했어요. 이런저런 얘기를 두서없이 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사장의 뜻이다. 사장이 오늘 출근하는데 오늘부터 <주진우 라이브>가 사라지고 특집 방송으로 대체될 테니 오지 마라’라고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KBS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진행자 주진우 (사진=이영광 기자)
KBS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진행자 주진우 (사진=이영광 기자)

진행자 교체할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상식적으로 하루라도 시간을 주고 청취자에게 인사는 하도록 해야 하지 않나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서 부장한테 마지막 인사는 하게 해달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부장 하는 말이 ‘나도 이게 예의가 아닌 거 알고, 법에도 안 맞는 거 안다. 전례도 없다는 거 안다’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분이 사장에게 녹화로라도 인사하게 해달라고 얘기했는데 사장이 안 된다고 했대요. 원래 진행자 하차를 한 달 전에 통보하기로 돼 있거든요. 계약서에 그렇게 나와 있어요. 그래서 그 사람들이 꼼수로 들고나온 게 특집 방송이죠. 한달 간 특집 방송 내보내고 폐지한다고 얘기하는 거예요.”

계약서대로라면 지금 해고 상태는 아닌 거잖아요. 그럼, 출연료는 나오나요?

“원래는 나와야 될 텐데 확인을 안 해봐서 모르겠습니다. 계약서엔 그렇게 돼 있으니까요.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법적대응 검토는 안 해 보셨나요?

“저는 안 해봤고요. KBS본부 노조에서 하차 통보와 관련해 박민 사장을 방송법 위반으로 고발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하차 통보 전화받았을 때 기분은?

“기분 나빴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해고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무례하게, 쿠데타 식으로 들어올 줄은 전혀 몰랐어요. 예상은 했지만, 막상 닥치니 예상보다 기분이 더 나쁘더라고요.”

뉴스 앵커 돌연 교체, 박민 KBS 사장
뉴스 앵커 돌연 교체, 박민 KBS 사장 "재창조 수준 개혁" (MBC 뉴스데스크 11월 13일 보도화면 갈무리)

박민 사장 임명 전에 일부 진행자가 스스로 물러났잖아요. 기자님은 그런 생각은 안 하셨어요?

“저는 자진 하차 생각은 안 했어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박민 사장이 언론을 어떻게 탄압하는지 몸소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잘리면 이걸 가지고 KBS 구성원들이 도구로 쓰길 바랐죠.”

그럼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셨겠네요.

“그렇죠. 그런데 박민 사장이 취임하면 인사 단행하고 그다음에 PD가 절차를 밟아서 해고할 줄 알았는데 취임식도 하기 전에 자른 거죠. 군사작전 같았어요.”

국민의힘에서는 기자님에 대해 편향적이라고 주장하는데?

“국민의힘과 박민 사장이 말하는 편향 주장은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가장 편향적인 사람들이 저에게 편향적이라고 합니다. 제 기사를 보세요. 어디가 편향적입니까? 제가 이명박 씨, 박근혜 씨가 잘못한 거, 이재용 회장이 잘못한 거 기사 써서 사실로 드러났잖아요. 이게 편향입니까? 그 보도 할 때 그 사람들이 저에게 빨갱이라고 손가락질했어요.

그리고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고 얘기하는데요. 윤석열 정부가 해도 해도 너무 못해요. 신원식, 유인촌 그다음에 김행 이런 사람을 데려다 놓는데 어떻게 비판을 안 해요? 국방부 장관이 나라 안 지키고 주식 보고 있고, 블랙리스트 책임 있는 사람들이 블랙리스트 없다고 주장하고, 이렇게 거짓말을 하는데 어떻게 비판을 안 합니까?

못해도 너무 못해서 비판할 수밖에 없어요. 웬만해야 될 거 아니에요. 그렇게 못해 놓고 못한 거 지적했더니 너무 정부 비판만 하니 편향적이다? 아니요. 국민 대부분이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우리 방송은 국민의 시선에서 상식적으로 그렇게 물어본 거죠.”

박민 KBS 사장이 11월 14일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임원진과 함께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민 KBS 사장이 11월 14일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임원진과 함께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 언론과의 인터뷰 보니 박민 사장에게 휴가 가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던데, 왜 사퇴가 아니라 휴가인가요?

“가장 편향적인 언론인이, 가장 공정하지 않은 언론인이 지금 KBS에 와서 공정성을 말하고 공영방송을 얘기하고 있잖아요. 너무 웃겨요. 한 편의 개그콘서트입니다. 사퇴하라고 하고 싶은데 안 들을 것 같아서 휴가 가라고 한 거예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요.”

박민 사장은 이전 KBS가 불공정 편파 보도로 신뢰를 잃었다며 대국민 사과까지 했는데.

“박민 사장이 문화일보 시절 쓴 기사를 보세요. 그런 기사가 편향적이고, 그런 언론이 신뢰받지 못하는 언론사입니다. 그런데 신뢰도 10점짜리 학생이 90점짜리 학생한테 공부를 못한다, 수학이 부족하네 미적분 부족하네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 건데, 누가 믿을 수 있겠어요? 말도 안 돼요. 그러니까 말하지 말고 휴가 가셨으면 해요”

<주진우 라이브> 3년 9개월 정도 진행하셨는데 뒤돌아보면 어떠세요?

“돌아보면 부족했죠. 저는 말을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공정, 균형을 강조했던 사람도 아니에요. 세상이 이렇게 불공평하고 나쁜 사람들이 많은데 균형을 잡으라는 것이 강자들 편 들으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편파적으로 약자 편에 서려고 했습니다. 편파적으로 진실의 편에 서고 정의의 편에 서려고 노력했어요.

KBS는 굉장히 공정을 강조하는데, 또 보수적이기도 합니다. 김어준 씨처럼 시원하게 지르면 좋겠죠. 그런데 공영방송에서 그럴 수는 없잖아요. 저희는 진보도 보수도 중도도 다 같이 들어보고 생각해볼 만한 방송을 만들고자 했어요. 그래서 KBS 1라디오 역사상 가장 높은 청취율을 바탕으로 가장 높은 신뢰를 만들어 가고 있었어요.

지금 그 방송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보자고요. 그 사람들은 방송을 바꾸겠다는 게 아니라 망가뜨리겠다고 작정하고 온 것처럼 보여요. KBS 보지 말라고, 듣지 말라고 노력하는 사람들 같아요. 그래서 무섭습니다.”

KBS, MBC, YTN 사옥
KBS, MBC, YTN 사옥

지금 방송계 상황은 어떻게 보세요?

“다른 데도 마찬가지 상황이죠. 지금 TBS 숨통을 거의 끊었습니다. 그다음에 YTN은 민영화 막바지 단계에 있고 앞으로 MBC, KBS2도 민영화 길로 갈 거란 예측이 나와요. 이건 이명박 정부 때 기획했던 내용인데 지금 구체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상황이 이런데 언론계에서도 조용하고 국민들도 이 문제를 얘기하지 않습니다. 굉장히 심각한 부분입니다. 방송은 나중에 종편만 남을 수도 있어요. 종편과 유튜브가 언론의 전체가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는데, 현 집권세력은 그런 세상을 꿈꾸는 것 같아요.”

10년 전 이명박 정부 때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그때는 KBS, MBC 그다음에 YTN 구성원들이 다 들고 일어나서 파업을 했어요. 그리고 국민들이 지지해서 언론을 지켜줬습니다. 근데 지금은 보세요. 사장, 이사장 그다음에 간부들이 다 날아갔는데 옆에서 아무 말도 안 하지 않습니까? 앞으로 이 사람들 정리할 때 국민들도 누구도 나서지 않을 것 같아요. 왜 이런 판단을 하고 가만히 있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국민들 관심이 적은 것 같은데 왜 그럴까요?

“KBS에서 이런 무도한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구성원들이 나와서 싸우지 않는데 왜 국민들이 나오겠어요? 공영방송에서 벌어진 이 상황을 국민들에게 알려야죠. 다른 많은 곳에서 사고가 나서 도드라지지 않을 수도 있으나 이건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언론은 공기입니다. 언론자유는 표현의 자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국민들의 입을 막는 것과 같기 때문에 국민들도 이 상황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1월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노조법과 방송3법 즉각 공포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1월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노조법과 방송3법 즉각 공포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국민들로선 10년 전 정권이 방송 탄압하자 응원했는데 달라진 게 없다, 언제든 정권 우호적인 방송을 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죠. 그 부분에 대해서 민주당이 반성하고 비판받아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 때 그리고 민주당이 거대 의석을 차지한 지난 국회에서 언론 정책은 별로 달라진 게 없잖아요. 그 부분에 대해 먼저 처절하게 참회한 후에 언론탄압은 막아야 한다고 얘기해야죠. 언론인들도 자각하고 반성하고 그다음에 이 상황을 세상에 알려야 합니다. 언론이 죽어가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 담당자들은 지금 언론을 죽이고 있습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나 국민의힘은 가짜뉴스 척결을 얘기하는데.

“이동관 위원장이 가짜뉴스 척결을 얘기하는 건 전두환 씨가 정의사회 구현을 얘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동관 위원장이 기자 시절 쓴 기사를 보세요. 국민의힘 쪽 찬양을 그렇게 해서 이명박 캠프로 갔고, 그 청와대에서 언론장악기술자로 활동했던 사람 아닙니까? 박민 사장이 쓴 기사 보세요. 정치 기사 편파적으로 쓰면서 정치권으로 가려는 사람들을 우리는 기레기라고 부르잖아요. 기레기의 전형 아닙니까. 그 사람들이 무슨 공정성을 말하고 가짜뉴스 척결을 말해요? 전두환 씨가 정의사회 구현을 외치고 있다, 그렇게 저는 느껴져요.”

앞으로 계획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나서 한동안 허탈했어요. 그 이후에 제가 정치나 사회에서 좀 멀어지고 싶어서 음악방송 DJ를 한 거거든요. 근데 그걸 누군가의 밥그릇과 연관 지어 생각하면 서글퍼지더라고요. 앞으로 뭘 할 건지는 고민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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