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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유예 주저할 이유 없다" 매경 "제도 개선도 병행해야" 산재사망 60% '50인 미만 사업장', 3년 유예했는데 "2년 더" 문재인 정부도 준비 안 했는데 '윤석열 정부 사과' 전제 달아 "민주당, 산재 현실 들여다보지 않고 표 계산에 골몰"

보수·경제지 환영받는 민주당의 '중대재해법 유예' 검토

2023. 11. 24 by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 연장 법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3년 유예한 법 적용을 2년 더 유예를 제안한 것으로 당장 보수·경제지에서 '환영' 사설이 게재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산업재해 사망자 과반이 발생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 현실을 외면하고 총선 전 표계산에 들어갔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포럼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했는데 그동안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은 정부 책임이 크다"며 "준비 소홀에 대한 정부 사과를 전제로 유예기간 연장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유예기간을 2년 연장한다면 이 기간에 중대 산업재해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이고 확실한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원내대표는 23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입장을 구체화했다. 그는 "세 가지 조건을 바탕으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며 "(세 가지 조건이 충족하면)중소기업 공동교섭권 관련 법안도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와 함께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 가지 조건은 ▲정부의 공식 사과 ▲향후 2년간 산업안전을 위한 구체적 계획과 재정지원방안 제시 ▲2년 유예 후에는 반드시 중대재해처벌법을 모든 기업에 적용한다는 경제단체의 약속 등이다. 

홍 원내대표 발언 이후 보수·경제지의 환영 사설이 이어지고 있다. 아예 중대재해처벌법의 내용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3일 동아일보는 사설 <홍익표 “중대재해법 유예 연장 검토”… 주저할 이유 없다>에서 "가뜩이나 법 규정이 불명확하고 의무사항도 복잡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입법 취지대로 중대재해는 줄이지 못하고 범법자만 양산할 수 있다"며 "회사 운영을 사업주 개인에게 크게 의존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으면 경영난으로 폐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을 우려가 커진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민주당 지도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당내 반대 등을 설득해 적극적으로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며 "기업의 애로를 해소해 투자와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민생 대책이다. 민생 앞에서는 여야도, 정치적 저울질도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매일경제는 같은 날 사설 <野, 영세사업장 중대재해법 유예 검토 … 제도 개선도 병행해야>에서 "강행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업계의 절실한 유예 요청에 귀를 기울였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입장 변화"라며 "차제에 국회는 모호한 법 규정을 명확히 개정하고 중대과실이 없는 사고에 대한 면책 규정 신설, 근로자의 안전지침 준수 의무 등 보완 입법에도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했다. 

문화일보 자회사 디지털타임스는 사설 <野, 중대재해법 유예 검토… 속히 결단해 中企 숨통 틔워줘야>에서 "답답한 상황에 중소기업계는 가슴만 치고 있다"며 "시간이 촉박한 만큼 좌고우면하지 말고 속히 결단해 중소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주어야 한다.(중략)이런 게 민생 정치"라고 했다. 

24일 서울경제는 사설에서 "민주당은 경제 살리기 입법으로 기업을 뒷받침하기는커녕 발목만 잡고 있다. 소규모 사업장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을 늦추는 법안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공식 사과 등 무리한 요구를 내세워 논의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했다. 이투데이는 <정말 급한 건 ‘중대’법의 확대 시행 아닌 대폭 보완>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

반면 23일 한국일보는 사설 <중대재해법 후퇴 움직임··· 안전 지원과 법적용 병행해야>에서 "여야 모두 3년간 대책 마련에 손 놓고 있다가 다시 2년을 연장하겠다니 불신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이)만약 로드맵 마련을 전제로 유예기간 연장을 요구하려면 진작 했어야 옳다. 두 달 남은 상황에서 급조한 로드맵은 유예 연장을 위한 면피용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3년의 유예기간 중 1년 이상은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었는데, 슬그머니 책임을 미루는 민주당의 자세도 황당하다"고 짚었다. 한국일보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예정대로 시행하고, 기업의 안전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병행하는 것이 '정도'라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중대재해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사망자 등이 발생하면 처벌토록 한 것으로, 연간 2,000명이 넘는 산재 사망자를 줄여보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지난 4월에야 첫 판결이 나왔는데, 자리도 잡기 전에 누더기가 될 판"이라며 "더구나 산재 사망자의 60%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오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50인 미만 사업장은 산재사망 사고의 온상지로 지목된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50인 미만 사업장 산재 사망자 수는 2019년 1245명(62%), 2020년 1303명(63%), 2021년 1359명(65%), 2022년 1372명(62%) 등으로 전체 산재 사망자의 6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4월 나온 중대재해처벌법 1호 판결을 보면 '숨통이 막힌다'는 경영계와 보수진영의 주장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 법원은 하청노동자의 산재 사망 사건에 대한 원청대표의 안전관리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집행유예'라는 낮은 형량을 매겼고,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 .

지난해 5월 40대 하청업체 노동자는 도르래를 사용해 철근을 끌어올리다 5층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현장에는 안전난간이나 추락 방호막이 설치되지 않았다. 노동자에게 안전벨트도 지급되지 않았다. 

1심 법원은 원청업체 온유파트너스 대표 정 모 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위험요인 확인 절차 마련 등 업무상 의무 중 일부만 이행했더라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책임을 모두 대표에게만 돌리는 것은 가혹하다"며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해당 판결은 검찰의 항소 포기로 확정됐다. 검찰은 피고인과 합의한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았고, 수사·공소심의위원회가 항소 포기 의견을 내 항소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한겨레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나온 총 7건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사업주에 대한 선고 형량은 약 1년~1년 6개월에 그쳤으며 단 1건을 제외하고 모두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는 "'솜방망이' 구형과 판결이 반복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의무위반치사죄의 기본 형량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 법원과 검찰이 법정형 하한을 징역 1년으로 정한 중대재해처벌법을 사실상 무력화한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실형 선고가 이뤄진 사례는 이제까지 1건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하청 노동자가 방열판에 깔려 숨진 한국제강 사건으로, 1심에서 선고된 형량은 법정형 하한선인 징역 1년이다.  

한겨레는 "중대재해 사건의 기소가 지연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에만 법 적용 대상이 되는 중대산업재해가 전국에서 229건 발생했는데, 지난 8월 말 기준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23건에 불과하다"며 "그나마도 대기업이 연루된 사건은 지난해 4월 하청노동자가 금속파이프에 끼어 숨진 '현대스틸산업 사건'이 전부고, 나머지는 소액 건설공사 현장에서 벌어진 중소업체 사건"이라고 짚었다.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그동안 중대재해처벌법 관련해 기업들은 '사업주가 처벌되거나 구속되면 누가 기업을 운영하냐'는 얘기를 많이 했다. 그러나 현황을 보면 대부분 기소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사업주가 구속된 사례도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엄살"이라며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던 대부분의 산재사망 유형을 보면, (안전관리가)대단히 복잡하다거나 (안전)시설투자를 많이 해야 되는 것들이 아니다. 추락, 끼임과 같이 기본안전장치나 기초적인 안전규정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후진적 사고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탁 소장은 "보수신문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기업의 어려움을 과장해 여론을 만들어왔는데, 민주당이 중대재해 사고 현황과 현장 상황을 엄밀하게 조사했는지 의문"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검토는)표 계산을 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탁 소장은 "3년 동안 준비를 안 했는데 1~2년 더 유예한다고 준비할 것 같나. 자칫  50인 이상 사업장 적용에 대한 무력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윤석열 정부에 사과를 요구하는 것도 산재 문제와 중대재해처벌법을 정쟁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다. (유예)3년 중 1년은 문재인 정부였는데 무책임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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