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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김민욱 MBC 환경 예비전문기자

“플라스틱 덜쓰기보다 중요한 건 정부-기업 감시입니다”

2023. 11. 16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 10월 31일 열린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 ABU 시상식에서 MBC <뉴스데스크>의 기후변화 연속보도 [물이 밀려온다]가 올해 ‘TV 뉴스 부문 특별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11월 보도된 [물이 밀려온다]는 인도네시아 해안지역 현장 취재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문제가 미래에 닥칠 일이 아니라, 지금 현재 우리가 직면한 일임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목받았다.

[물이 밀려온다]는 MBC 기후환경팀의 김민욱 환경 예비 전문기자가 취재했다. 김 기자는 인도네시아 외에도 소말리아, 그린란드 등에서 기후변화 관련 보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김 기자를 만나 지구촌 곳곳의 기후변화 상황과 취재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MBC 〈뉴스데스크〉 해수면 상승 연속기획 '물이 밀려온다'
MBC 〈뉴스데스크〉 해수면 상승 연속기획 '물이 밀려온다'

기후환경팀 소속 예비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계시는데 어떠세요?

“제가 2008년 MBC에 기자로 입사해서 벌써 15년 정도 일했어요. 2012년 파업 이후 꽤 오랫동안 보도국 밖에 있어서 MBC에서 순수하게 기자로 활동한 기간은 10년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지금 제일 재밌게 일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사실 사회부, 정치부 오가며 기자 생활하면서 무언가를 전문적으로 잘 아는 사람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긴 어려웠거든요. 잠깐 스쳐 지나간다는 생각이 있었지 어떤 이슈를 정말 잘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근데 제가 2020년부터 환경영역 기자로 활동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활동하라고 회사에서 기회를 줘서 예비 전문기자가 됐는데, 3년쯤 되니까 MBC 보도국에서만큼은 제 영역이 확실히 구축됐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회사 밖에서는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해왔던 것들이 적어도 내부에선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거든요. 그래서 회사에서도 제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해보게끔 기회를 주고 있고요. 지금 기자로서는 의미도 있고 즐겁게 활동하고 있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기자로서 전문성을 갖는다는 건 중요하죠. 분야가 다양한데 환경 쪽을 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처음부터 기후변화나 환경 이슈에 큰 뜻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기자라는 직업 특성 상 누군가의 말을 듣고 기사 쓰는 경우가 많잖아요. 특히 방송 기자의 경우에는 현장에 가서 촬영하는 게 굉장히 큰일인데도 불구하고, 정치부나 다른 부처 출입할 때 보면 누군가의 말을 정리해서 기사 쓰고 그 말을 바탕으로 현장 골라서 다니는 일들이 많아요. 저는 그런 일에 매력을 못 느꼈고, 정치부에 있을 때도 남들은 중요하다고 하는 정치인들 발언 듣고 있는 게 너무 괴로웠어요. 근데 기자로서 이렇게 전문적인 영역 구축하면서 오래도록 현장을 취재할 수 있는 분야가 환경 분야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선택하게 됐죠.”

김민욱 MBC 환경 예비전문기자
김민욱 MBC 환경 예비전문기자

이전에 환경이나 기후위기에 관심이 있었나요?

“있었어요. 환경 파괴나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고, 기자 생활하며 계속 ‘현장’에서 있을 수 있는 자리가 환경을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기자란 생각도 했죠. 그런데 사실 우리가 기자로서 쓰는 기사들에 절대적인 선이라는 건 없잖아요? 하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서 지구를 지키자’, ‘기후변화를 중단하자’란 메시지는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메시지이고, 그런 걸 취재해서 전달한다는 데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아이템은 어떻게 잡으세요?

“약간 대중없는데요. 예를 들면 플라스틱과 관련된 국제회의가 진행된다거나 하면 일단 저희도 시기를 봐요. 무슨무슨 날도 많이 보는데, ‘환경의 날’ ‘생물 다양성의 날’ 등에 맞춰서 적절한 아이템을 취재하기도 합니다. 또 설악산 케이블카처럼 개발 이슈가 있을 때는 그에 맞춰서 국립공원 개발 행위 전반을 다루는 등의 기획기사를 준비해요. 그리고 인도네시아 해수면 상승이나 그린란드 빙하 취재 같은 해외 취재 경우 그런 일정과 상관없이 여건이 되는 대로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해수면 상승 관련해 인도네시아를 취재하셨고 올해 4월엔 가뭄으로 고통받는 소말리아취재하셨죠. 한쪽은 물이 너무 많아서 다른 한쪽은 너무 없어서 문제인데, 아이러니해요.

“그동안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고 여겼던 기상·기후의 변화가 이제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가는 거잖아요. 그래서 기후위기라고 하고요. 인도네시아는 물이 넘쳐나는데 소말리아에서는 극심한 가뭄을 겪는 상황들, 세계 곳곳의 기후변화 현장을 직접 취재할 수 있어서 뜻깊었던 것 같아요.”

인도네시아의 경우 해수면 상승으로 학교가 물에 잠겼던데?

“거기서 만났던 이콴 씨가 실제 그 학교를 졸업하기도 했죠. 그러니까 100명 넘는 학생들이 다니던 학교였는데 불과 20년 사이에 바닷물이 빠르게 내륙으로 들어오면서 학교가 결국 문을 닫게 됐죠.”

[물이 밀려온다②] 바다가 삼킨 마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2022.11.09.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물이 밀려온다②] 바다가 삼킨 마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2022.11.09.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해수면 상승 문제를 알고는 있지만 현장에서 직접 보는 건 다를 것 같아요.

“영상에 담아내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예를 들면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마을도 그랬고, 이번에 빙하 취재 때도 느꼈거든요. 일단 빙하의 그 엄청난 규모에 저희는 압도당했는데 그 규모가 영상에 충분히 안 담기고요. 또 저희가 갔던 사르카디웁이라는 빙하는 ‘땀 흘린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는데, 물론 뉴스 영상에 담았지만 현장에서 보면 훨씬 더 무섭다는 느낌이 들죠.”

어떤 점에서 무섭다는 건가요?

“사실 우리가 ‘기후위기’라는 걸 매일매일 체감하면서 살지 않잖아요. 경북 예천에서 발생한 산사태 혹은 작년에 태풍 힌남노, 그리고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 같은 식으로 주로 ‘기후재난’과 연결 지어서 생각하게 되죠. 이렇게 예전과 달리 재난의 양상이 심각해졌고 이게 기후변화의 영향이라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기후위기를 체감하지만, 그린란드나 인도네시아 같은 데서는 그런 큰 이벤트가 아니어도 매일매일 기후변화의 현장을 보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보도 보면 그린란드에 비가 왔다고 하는데, 원래 극지방도 비가 오나요?

“아니요. 북극 지역은 기후대를 분류하자면 한랭사막이라고 불리는 곳이에요. 그러니까 강우량이 많지 않은 곳인데 올여름에 특히 비가 많이 왔대요. 비가 많이 왔다는 건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아졌다는 뜻이고, 또 그게 눈이 아니라 비의 형태로 내릴 수 있을 만큼 온도가 많이 올라갔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물론 이게 올해 있었던 현상이니까 이런 방향으로 기후가 변하고 있다는 걸 알려면 긴 기간의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2~30년 거주한 그쪽 주민들도 올여름같이 비가 많이 오는 건 경험해 보지 못했다고 말해요.”

[빙하의눈물④] 겨울에도 얼지 않는 그린란드 바다‥주민들도 '처음 겪는 날씨' (2023.10.16.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빙하의눈물④] 겨울에도 얼지 않는 그린란드 바다‥주민들도 '처음 겪는 날씨' (2023.10.16.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취재 당시 기온은 어땠어요?

“물론 그린란드에도 여름이 있어요. 그 기간에는 다른 기간보다 당연히 기온이 높은데 그래도 극지방이잖아요? 그래서 좀 춥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저희 취재하는 동안 영하로 떨어진 날이 하루도 없었어요.”

원래는 눈으로 덮여 있어야 정상인 거죠?

“9월 중순 이후부터 눈이 오기 시작해서 다음 해 5월까지 눈으로 덮여 있긴 한데, 여름철에는 그렇지 않대요. 그렇다고 해도 여름철에 비가 와서 물웅덩이에 호수가 생기지는 않았었는데 올해는 분명히 달랐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변화를 알고 취재 가신 건가요?

“극지방 같은 현장을 취재하려면 저희가 모든 걸 조직해서 가기가 사실 굉장히 부담스럽거든요. 극지방 취재를 구상하다가 우연히 알게 됐는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랑 극지연구소가 매년 한 차례씩 러셀 빙하를 조사하러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비용은 저희가 부담할 테니 동행해서 촬영할 수 있는지 접촉해봤죠. 그쪽에서도 먼 곳까지 가서 하는 연구 활동인데 그런 활동과 노력이 알려지는 게 나쁜 건 아닐 테니 수락의사를 밝혔고, 그래서 저희가 맞춰서 가서 도움을 받긴 했어요.”

거기가 ‘지구의 냉장고’라고 불린다면서요?

“맞아요. 지구는 사실 바닷물과 대기의 거대한 순환으로 기후라는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 극지방이에요. 극지방이 입사각이 낮다 보니까 태양 에너지가 덜 들어오기도 하지만, 빙하와 눈이 뜨거운 태양 에너지를 반사하면서 지구가 달궈지는 것을 막아주거든요. 그리고 뜨거운 적도 지방과 차가운 극지방 사이에 순환이 발생하면서 우리가 사는 지구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죠.

그런데 극지방의 빙하와 얼음이 급격하게 사라지면 전반적인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고 수증기량이 증가하면서 집중호우라든가 더 강력한 태풍이 발생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요. 때문에 극지방의 평화는 지구의 균형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입니다. 집에 냉장고가 고장 나면 상당히 심각한 일들이 발생하잖아요. 그처럼 지구의 냉장고가 고장 난다면 지구의 전체적인 기온 유지 기능이 상실된다고 볼 수 있는 거죠.”

[빙하의눈물②] 작년, 재작년과 또 다르다‥빠르게 줄어드는 그린란드 빙하 (2023.10.11.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빙하의눈물②] 작년, 재작년과 또 다르다‥빠르게 줄어드는 그린란드 빙하 (2023.10.11.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기후문제 취재하시면서 대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셨을 것 같아요.

“감축과 적응 두 가지입니다. 일단 지금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게 가장 첫 번째예요. 그런데 전 지구적으로 노력한다고 해도 온실가스가 당장 드라마틱하게 줄어들지 않을 테니까 지금의 기온 상승은 당분간 그대로 갈 거란 말이죠. 그러면 분명히 지금보다 더 심각한 이상기후로 인한 기후재난을 경험하게 될 텐데, 그렇다면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거기에 맞춰 삶을 계속해서 영위할 수 있도록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직 안 늦은 건가요? 이미 늦은 건가요?

“유명한 말이 있지 않습니까? 가장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거라고요. 그러니 지금이라도 해야죠. 예를 들면, 기후위기가 계속돼서 어느 지역의 어떤 동물 종이 멸종했다면 다시 예전의 기온을 회복해도 그 동물 종이 되살아 오진 않을 겁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변화들이 많이 발생했단 말이죠.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가 더 큰 피해를 막으려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순 없는 거잖아요? 생물다양성이 중요하고 다른 동식물 종들의 사라지는 모습이 안타깝긴 하지만, 또 다른 다양한 생명체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이미 늦었지만 노력을 안 할 수 없겠지요.”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뭘까요?

“저는 결국 정부와 기업들이 나설 문제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지금과 같은 소비 행태를 부추기는 게 결국은 기업들이고, 그런 행태를 규제하고 오염과 폐기물 배출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데 지금은 정말 부족한 부분이 많거든요.

일반인들에겐 플라스틱 제품을 덜 쓰자거나 배달음식을 시켜 먹지 말자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어요. 정말 지구가 걱정된다면, 정부와 기업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요구하고 감시하는 게 일반인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민욱 MBC 환경 예비전문기자
김민욱 MBC 환경 예비전문기자

앞으로 취재하고 싶은 영역이 있을까요?

“앞으로의 계획을 종합해서 말씀드리면, 일단 저희의 취재물들이 ABU TV 뉴스 부문 특별상을 수상했어요. 그리고 프리 이탈리아라는 TV 방송 페스티벌에서도 지속가능성 특별상 최종 후보로 선정돼서 이탈리아에 다녀왔거든요. 수상은 못 했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내부적으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뉴스로만 소화하기에는 아까워서 그린란드부터 인도네시아, 몽골, 소말리아 그리고 한국으로 이어지는 이 영상물들을 하나의 장편 다큐로 만들어 보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일상 취재 부분과 관련해서는 기후위기 현상과 위험성 그리고 다양한 현장들은 많이 전달한 것 같아요. 그래서 기후위기 문제가 경제적으로 우리 삶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또 정치적으로 어떻게 풀어야 하고 기업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적응과 대안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취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취재하고 연구한 내용을 책으로 쓸 생각은?

“먼저 다큐를 구성해 보고 그에 기반해서 글로 정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그런데 당장은 다큐 제작에도 시간적 여유가 없네요. 글로 정리하면 좋겠다는 생각만 있지 아직 구체적으로는 계획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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