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오염수 브리핑 개근 CBS기자가 전하는 항의받은 사연 < 인터뷰 < 뉴스 < 큐레이션기사 - 미디어스

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주요메뉴

본문영역

인터뷰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이정주 기자 “오염수 조기방류 요청, 왜 가짜뉴스라고 못 하나”

오염수 브리핑 개근 CBS기자가 전하는 항의받은 사연

2023. 09. 07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 6월 15일 윤석열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대국민 일일 브리핑을 시작했다. 정부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우려가 커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국민의 불안이 사라질 때까지 매일 브리핑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원전 오염수에 대한 야당과 시민사회의 문제제기를 가짜뉴스와 괴담, 선동으로 치부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불안감은 해소될 수 있을까?

8월 24일 오후 1시 3분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했고 윤 정부는 일일 브리핑을 이어 오고 있다. 시간이 지나며 일일 브리핑 참석 기자가 줄어든 가운데 거의 매일 참석한 기자가 있다. 이정주 CBS 기자다. 지난 8월 30일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이 기자를 만나 오염수 일일 브리핑 취재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이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오염수 일일 브리핑 '시작, 국민 불안 사라질 때까지 (2023.06.15./뉴스데스크/MBC)
'오염수 일일 브리핑 '시작, 국민 불안 사라질 때까지 (2023.06.15./뉴스데스크/MBC)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정부의 일일 브리핑이 시작된 지 2개월이 지났는데 어때요?

“일일 브리핑 시작한 날이 6월 15일입니다. 주말 제외하고 매일 하고 있는데, 제가 여름휴가와 중요한 행사가 있었던 7~8번 빼고 다 참석했어요. 그러니까 최다 개근상이죠. 결론을 말씀드리면, 일일 브리핑의 취지는 좋았는데 실질적인 정보 전달이나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부분에서는 과연 정부의 말대로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 있어요.”

일일 브리핑 취재는 자원하신 건가요?

“제가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출입하고 있는데 원안위 방사선방재국장이 브리핑에 참여해요. 처음엔 출입처에 가장 큰 사건이 발생했으니 원안위 출입기자로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회사 내부에서도 강요하지는 않았는데 제가 어느 순간 문제의식을 갖게 된 거예요. 정부가 일일 브리핑을 하는데 보도자료만 받겠다? 그럼 저는 일종의 정부 정책 선전용 역할밖에 안 되는 거죠. 그건 정부가 알아서 잘하고 있잖아요.

윤 대통령 말대로 오른쪽 날개는 잘 돌고 있으니까 누군가가 왼쪽 날개를 달아 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과연 어떤 주장이 일리가 있고 없는 건지, 교수나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면서 검증과 견제와 비판의 시각으로 그 역할을 했죠.”

질문하고 검증하려면 원전 오염수에 대해 알아야 할 텐데 공부는 어떻게 하셨어요?

"와이프가 이과 출신이거든요. 집에 와서 일단 와이프와 오염수 관련된 기본 이야기를 나눴어요. 방사능 전문가는 아니지만 의학 계열에서 일하다 보니 인체와 관련된 부분을 들어본 적은 있는 거예요. 사람이 말로 배울 때 학습 효과가 크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구글에서 또 한 번 찾아보고, 이걸 이해한 다음에 IAEA 홈페이지에 들어간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IAEA가 일본 측에 손을 들어 줬다는 등 여러 설이 있는데, 그걸 떠나 정확한 표현을 쓰고 있어서 좋았어요.

IAEA가 국제기구라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영어로 돼 있거든요. 제 영어 실력이 전문적인 내용을 이해할 정도는 아니니까, 읽다가 파파고도 돌려보고 디플도 돌려보고 여러 어플을 동원해서 정확성이 좋은 걸 꺼낸 다음에 원문을 봐요. 한쪽에 파파고 해석본, 한쪽에 원문, 한쪽에 핸드폰 어학 사전을 띄워놓고 3개를 번갈아 가서 보면서 단어 해석하고 그걸 바탕으로 이해했죠. 그리고 거기서도 이해가 안 되면 전문가들에게 전화해서 물어봤어요.”

이정주 CBS 기자 (사진=이영광 기자)
이정주 CBS 기자 (사진=이영광 기자)

일본이 국제 환경단체도 오게 해서 검증하고 안전성을 입증하면 훨씬 더 설득력을 갖게 될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안 할까요?

"근본적인 신뢰의 문제가 있죠. 제가 일본 편을 드는 게 아니라, 만약 그린피스가 오염수 안전성을 검증한다고 하면 일본 입장에선 ‘그린피스는 어차피 위험하다고 결론 낼 것’이라고 의심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문제는 이미 국제 정치판의 이슈가 됐거든요. 굳이 말하면 이것 때문에 일본도 쉽사리 응하지 않았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렇다고 IAEA에서 주관한 검증이 신뢰도가 높다는 건 아니죠. 사실 정답을 찾기 굉장히 힘든 문제였어요.”

일일 브리핑 때 기자님 혼자만 참석해 취재한 적도 있다고 들었어요.

"언제냐면 7월 18일부터 20일 사이였습니다. 일일 브리핑 참석 기자가 최소 인원 2명 정도로 유지가 됐었어요. 일종의 소매상 언론사들과 계약해서 뉴스를 제공하는 통신사 기자들은 그래도 자주 나오는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7월 중순에 그 통신사 기자가 휴가를 갔어요. 그래서 기자는 저 혼자밖에 없었고, 브리핑하는 공무원 5명에 옆에서 대기하는 참모들 합하면 공무원만 15명 정도 됐던 것 같아요. 저도 사람인데 기자는 저 혼자고, 정부 부처 사람들은 10명이 넘어가는데 압박감을 안 느낄 수가 있나요.

일일 브리핑은 e-브리핑으로 연계가 돼서 온라인으로도 볼 순 있어요. 그러니 오전 11시에 시작하는 브리핑 시간에 맞추지 못할 경우 온라인으로 보는 경우가 많아요. 문제는 현장에 가지 않으면 질문을 못 한다는 점이죠. 저는 질문하기 위해서 가는 거예요. 그런데 혼자 4일 정도 나와서 질문했더니, ‘왜 특정 매체 기자 한 명이 대담식으로 하느냐’는 항의가 들어왔다고 총리실 공무원이 설명하더라고요.

이 상황은 예를 들면, 학교 수업을 열었는데 개근하는 학생에게 ‘너 왜 선생님하고 1대1 과외 공부를 하니?’라고 묻는 것과 같다고 봤어요. 제가 일일 브리핑 열어달라고 했나요? 제가 다른 기자들 못 오게 막고 대담 형태 브리핑을 만들었나요? 학생에 비유하면, 제가 수업을 열어 달라고 했어요?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는데 학교 수업이 열렸고, 그래서 학생으로서 열심히 성실하게 학교에 다닌 죄밖에 없어요. 근데 학교 행정실장이 와서 ‘여기는 모두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학교고 여러 명이 수업 들어야지 왜 선생님하고 일대일 과외하냐’라고 항의하는 격이죠. 왜 개근한 학생이 야단을 맞아야 하는 건가요? 그래서 그랬어요. 당시 총리실 쪽에 ‘저는 그저 개근했을 뿐인데,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명확하게 알려달라’고 얘기했어요.

그랬더니 총리실 쪽에서 ‘질문을 문답식으로 하지 말고, 짧게 요약해서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거기엔 동의하기 어려웠죠. 왜냐하면 질문이 두루뭉술하면 답변도 두루뭉술한 경향이 있어요. 당시엔 브리핑장에 저밖에 없었잖아요? 제가 타사 기자의 시간 뺏은 것도 아니고 애당초 뺏을 수도 없죠. 대체 뭐가 문제냐고 물어봤죠.”

뭐라고 해요?

"약간 중언부언하는 거예요. 나중에 총리실 공무원들에게 듣기론, 일부 카메라 기자들 사이에서 이런 대담식 질의응답에 대해 저에게 항의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왼쪽 세 번째)이 8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 참석해 도쿄전력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개한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왼쪽 세 번째)이 8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 참석해 도쿄전력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개한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오염수 조기 방류를 요청했다고 일본 아사히 신문이 보도했잖아요. 관련해 기자님이 먼저 국내 보도한 걸로 알고 있는데?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일일 브리핑에서 본격적인 공론화를 제가 가장 먼저 한 것이고 기사를 가장 먼저 쓴 기자는 아닙니다. 상황을 복기해 보면 아사히신문에서 정확히 8월 16일 새벽 5시에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와요. 그러면 오전 11시에 열리는 16일 일일 브리핑에서 물어보는 게 정상이에요. 근데 사실 제가 일부러 안 물어봤어요.

왜냐하면 이 취재를 하면서 한번씩 ‘우리 언론들은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서 과연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나? 내가 빠지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편으로는 경종을 울려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특정 누군가가 질문하지 않으면 그 이슈가 사장된다는 건 정상은 아니니까요.”

아사히신문 유료라던데.

"일본 언론들은 인터넷 기사도 유료가 많아요. 인터넷판 보면 앞단 세 문장 이외 내용은 끊어져 있어요. 제가 보고 싶은 문장이 안 보이니 결제하고 들어가야 해요. 그렇게 해서 제가 아사히신문 보도 내용을 확인했어요. 어느 언론사 소속이든 기자는 팩트체크가 직업입니다. 제 눈으로 확인하고 그걸 토대로 기사를 써야 저도 책임을 질 수 있어요. 그렇게 확인을 했는데 8월 16일 하루는 참았어요. 그날 기사 찾아보시면 아실 텐데 8월 16일에 아무 일도 없습니다.”

기자들이 몰라서 안 물었을까요? 알고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안 물었을까요?

"제 생각에는 중요하지 않아서 안 물어봤을 수는 없어요. 이건 굉장히 중요한 보도이고 지금도 언급되고 있잖아요. 내용을 인식하는 순간에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가 없는 기사죠. 몰랐다는 것과 의도적 무시 반반인 것 같은데, 그날도 기자들이 많이 오지는 않았어요. 제가 다음 날 물어봤죠. 하루를 묵히고 있었으니 정부 입장에선 ‘이제 지나갔겠지’ 했을 수도 있어요.

저의 질문은 간단했어요. 아사히 신문 보도에서 ‘주어’가 중요한데 ‘윤 정권과 여당’, 즉 윤 정권과 여당 내에서 일본에 오염수를 조기 방류해달라고 비공식적으로 요청했다는 문장이 있어요. 그리고 이게 일본의 방류 시기에 영향을 줄 것 같다고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를 해양 방류중인 도쿄전력이 지난 2일 외국 언론사 기자들을 초청해 현장 공개 취재행사를 진행했다. (도쿄=연합뉴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를 해양 방류중인 도쿄전력이 지난 2일 외국 언론사 기자들을 초청해 현장 공개 취재행사를 진행했다. (도쿄=연합뉴스)

그럼, 정부와 여당이 같이 요청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주어를 물어봅니다. 우리가 보통 ‘정권’이라고 말할 때 크게 보면 3개예요. 대통령실, 총리 관할 행정부 그리고 여당인 국민의힘이죠. 제가 교통정리를 해주겠다고 했어요.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란 여당 그리고 행정부가 있다. 첫 번째 이 기사가 사실이냐 아니냐를 물었어요. 두 번째 여당하고 대통령실에서 일본 쪽에 의사를 전달했다고 가정하면, 국무1차장은 모를 수 있잖아요. 모르면 모른다고 해도 좋다. 그러니까 아는 선에서만 얘기해달라.

‘사실이냐 아니냐, 아니면 몰랐냐’고 질문하니까 국무1차장은 ‘정부는 이렇게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얘기해요. 그래서 제가 또 물어봤어요. 그러니까 ‘여당은 했는지 안 했는지 1차장님은 모르시는 거죠’라고 하니까, 자기는 총체적으로 ‘정부는’이라고 했다고 했죠. 한마디로 여당 내부 사정에 대해선 모른다는 거죠.

이 파급이 국회로 옮겨갑니다. 다음 날 이게 이슈가 돼요. 민주당이 들고나와서 환노위에서 난리 치고 하니까 다음날쯤 국민의힘에서 논평이 나옵니다. 국민의힘 강민국 대변인이 논평에서 ‘가당치 않은 일본 언론의 보도’라고 해요. 그러니까 민주당을 향해서 일본 언론의 왜곡 보도만 믿는다는 소리예요. 윤 정권과 여당이 조기 방류 요청했다는 아사히신문 보도는 가당치 않은 소리라고 했으니, 그럼 정리가 됐죠.

일일 브리핑에서 제가 이 기사가 사실이냐 아니냐를 이걸 물어봤고 정부와 여당은 아니라고 했잖아요. 정권과 여당도 아니라고 했고, 정부도 아니라고 했고, 대통령실도 마찬가지로 아니라는 식으로 얘기했어요. 그러면 아사히신문의 이 기사를 정의 내려보자, 딱 네 글자 ‘가짜뉴스입니까 아닙니까?’라고 제가 물어봤어요. 그런데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란 대답이 돌아와요.

이 질문이 어려운 질문이 아니잖아요? 이게 가짜뉴스가 아니면 도대체 정부는 뭘 가짜뉴스로 정의하는 거죠? 정부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그냥 가짜뉴스로 정의하면 되죠. 근데 왜 홍길동을 홍길동이라고 못 부르고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못 부르는지 저는 알면서도 모르겠어요.”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 대응은 어떻다고 판단하세요?

"제가 기자로서 정부 대응만 말씀드리자면 솔직히 실망스럽죠. 윤석열 정부가 묘하게 남 탓을 많이 해요. 오염수 방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가짜뉴스, 괴담, 선동 등 이렇게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어요. 근데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사람이 가장 최근 여론조사 상 약 80%예요.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한 사람이 48%입니다. 그럼, 선거 때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음에도 불구하고 반대하는 사람이 최소 28% 정도입니다. 방류 반대한다고 다 민주당 지지하는 게 아니란 말이예요.

그리고 문재인 정부나 현재 민주당은 사실 할 말이 없죠. 왜냐하면 문재인 정부 당시 정의용 장관이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똑같이 IAEA 결과에 따르겠다고 했어요. 2020년 국감에 나와서 애매모호하게 얘기했거든요. 그래서 민주당의 말발이 안 먹히는 겁니다. 자기들도 똑같이 해놓고 이제 와서 공격하니까 안 먹히죠. 민주당은 최소한 자기반성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인근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윤석열정부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인근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윤석열정부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입장을 바꾼 건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잖아요.

"그렇죠. 그러니까 둘 다 똑같은데 그래도 ‘지금’ 책임 있는 사람이 누구냐는 거죠. 51대 49로 봐도 집권 여당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51%의 책임 있는 집권 여당이 남 탓을 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저는 이 부분이 제일 비겁하다고 봐요.

일본이 이번에 오염수 방류하면서 우리나라에 공식적으로 사과하거나 양해를 구한 적이 있습니까? 모 전문가가 이렇게 비유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조그만 방 안에 신생아 10명이 있어요. 여기서 연초를 피우면 안 되겠죠. 그럼, 전자담배는 되나요? 연초는 정말 건강에 나쁘다고 알려져서 금지됐는데, 전자담배는 타르도 없고 전자담배협회 쪽에서 괜찮다고 증명서를 떼준 거예요. 그래서 당당하게 피우고 있는 거예요. 신생아 엄마가 ‘여기 갓난애들 있는데 전자담배 꺼주실래요?’라는데 괜찮다며 윽박지르는 거잖아요. 지금 상황이 그런 상황이에요.

전자담배도 방 안에서 피우는 게 나쁘다는 걸 직관적으로 알잖아요. 설사 전자담배협회에서 연구한 증명서를 내놨다 할지언정 미안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전자담배는 담배 아닙니까? 알프스 처리되면 오염수는 오염수가 아닌 건가요? 모든 핵종이 다 제거되나요? IAEA에서도 말하잖아요. 삼중수소뿐만 아니라 제거되지 않는 핵종들이 나와요. 그럼, 우리나라가 지금 사과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 거예요.

그런데 언제 한 번 기시다 총리가 사과한 적 있나요? 오히려 지금 당당하게 IAEA를 내세워서 ‘과학을 안 믿으면 괴담, 이걸 안 믿으면 미개인이지’ 지금 이런 식 아닙니까?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 우리나라가 한마디를 못 해요. 왜 우리가 한마디를 못 합니까? 이런 부분에 대해 우리 정부가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해요.”

방류 이후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이 관심사가 됐어요. 정부는 수입 안 한다고 하지만 가능할까요?

"저는 결국 수산물 수입이 뚫릴 거라고 봅니다. 희망사항과 냉엄한 현실을 구분해야 합니다. 후쿠시마산 수산물, 저도 먹고 싶지 않아요. 근데 WTO 제소로 가서 나중에 뚫리냐 안 뚫리냐는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그럼 희망사항을 얘기하기 전에 정부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대비해 놓아야 하죠. 지금이야 일본도 제소 안 할 것처럼 흘리지만, 나중에 상황이 변해서 제소하면 어쩔 겁니까? 우리 정부 입장에선 그때를 대비한 플랜이 있어야 돼요.

문재인 정부에서 WTO 2심까지 가서 수산물 수입 규제 이겼다곤 하지만,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점이 IAEA 보고서입니다. 당시엔 아예 보고서가 안 나왔어요. 근데 지금은 지난 7월 4일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직접 기시다 총리를 만나 공식 보고서를 전달했어요. 오염수 방류가 안전 기준에 충족한다고 IAEA가 승인해 준 거예요. 일본이 이 보고서를 들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잖아요. 그러면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사정이 이렇게 크게 변경됐는데 WTO에서 우리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겠어요?”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오염수를 처리수로, 용어 자체를 바꾸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일일 브리핑 초창기부터 우리 정부에 이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바로 저예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솔직히 저는 처리수로 쓰든, 오염수로 쓰든 크게 개의치 않아요. 문제는 일관성과 명분입니다. 지난 5월에 이미 '오염수(Contaminated Water)'와 '처리수(Treated Water)' 용어를 두고 격론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오염수’를 공식 용어로 사용하기로 매듭을 지었습니다. 근데 이제 와서 처리수로 바꾸자고요?

어떤 사정변경이 있었기에 그런 건지도 모르겠고, 명분이 약해요. IAEA는 올해 초부터 '처리수(Treated Water)'라는 용어를 써왔는데, 우리 정부는 과학적으론 IAEA 결과를 존중하겠다면서도 동시에 정작 용어는 전혀 다른 용어인 오염수를 썼던 거죠. 한마디로 여론 눈치 본 거예요. IAEA의 조사 결과를 신뢰한다면 여론의 반대를 뚫고 나갈 용기가 필요하죠. 좀 불리해도 당당하게 돌파하든지, 아니면 처음부터 IAEA의 흠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상황을 진행했어야 합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