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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세몰이' 여론조사 근거로 규제강화 권고 세계일보 "이게 국민의 뜻"…한국경제 "국민적 공감대" 한겨레 "비민주·반헌법·비과학…국민을 바보로 알아"

'집회의 자유' 옥죄는 데 한뜻인 보수·경제지

2023. 07. 27 by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통령실이 '국민참여토론' 결과를 근거로 집회·시위 규제를 강화하라고 정부부처에 권고했다. 이에 온라인 여론조사에 불과한 자체조사로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국민을 바보로 아는 정권'이라는 언론 비판이 이어진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이게 국민 뜻"이라며 '민폐 시위'를 사라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국민참여토론은 어뷰징(중복 전송)이 가능한 온라인 시스템에서 '추천'과 '댓글'을 취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 갈무리

대통령실은 26일 국무조정실과 경찰청에 도로점거·소음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집회·시위 규제를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대통령실 권고안에는 ▲출·퇴근시간 대중교통 이용방해 및 주요 도로 점거 ▲확성기 등으로 인한 소음 ▲심야·새벽 집회 ▲주거지역·학교 인근 집회 등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관계 법령을 개정하고 후속조치 이행방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이 적시됐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국민제안심사위원회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국무조정실 공공질서 확립TF(태스크포스)와 경찰청에 국민불편 해소를 위한 집회·시위 제도 개선을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강 수석은 사생활의 평온과 건강권 등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부연했다.   

대통령실 권고의 근거는 '국민참여토론'이다. 지난달 자체 실시한 국민참여토론 결과 18만여 건의 투표 가운데 71%가 집회·시위 제재 강화에 찬성했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실이 국민참여토론을 통해 정책 결정에 나선 것은 도서정가제, TV수신료 분리징수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국민참여토론에 대해 중복 투표, 세몰이 조사라는 지적이 제기됐으나 강 수석은 "본인인증을 거치고 있는 만큼,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한, 드루킹 같은 대규모 어뷰징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27일 한겨레는 기사 <TV수신료도 집시법도 용산 뜻대로…‘세몰이’ 국민참여토론>에서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시위, 언론·출판의 자유와 충돌하는 민감한 정책을 사회적 합의와 숙고 과정 없이, 온라인 투표를 내세워 고치려는 행태가 반복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며 "국민참여토론은 주제 선정부터 깜깜이로 진행되고, 발제문도 ‘답이 정해져 있는 듯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중복 투표가 가능해 의도만 있다면 얼마든지 ‘세몰이’를 할 수 있다는 점, 투표 종료 뒤 권고안 내용을 심사하는 위원 명단이 비공개라는 점도 국민참여토론의 한계로 지적된다"며 "참여한 국민들의 의견 개진이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전문가들의 검토가 균형 있게 진행됐는지 확인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라고 짚었다. 

한겨레는 사설 <인기투표로 국민 기본권 제한하겠다는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실의 이런 움직임은 비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이고, 비과학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겨레는 "민주 사회의 근간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인데, 윤석열 정부는 입으로는 ‘자유’를 외치면서 호시탐탐 이를 억제하려는 데 애를 쓰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파업과 불법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의 협박에 절대 굴복하지 않고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말로는 ‘국민 불편’을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정부 비판 목소리’를 봉쇄하려는 조처"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겨레는 "그 방식도 너무나 조악하다.(중략)국민참여토론 투표에 누가 참여했는지, 어떤 대표성이 있는지도 알 수 없고, 그때도 지금도 세몰이 의혹이 여전한데, 전혀 개의치 않는다"며 "국민들을 바보로 알거나, 우리 편만 바라보고 국정을 운영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국민 기본권 제한을 다수결에 부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썼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집회·시위 제도개선 국민참여토론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같은 날 경향신문은 기사 <대통령실, 도로점거·야간집회 등 규제 더 옥죈다>에서 "국민참여토론은 참여자들이 여러 계정을 만들어 중복 투표하거나 특정 집단의 조직적 독려 등 영향을 받아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집회·시위 규제 강화 토론 과정에서도 정부에 우호적인 인사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투표를 독려하면 추천 수가 급증하는 현상이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 분석 결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19일 경향신문 분석 결과, 특정 시간대에 추천·비추천 숫자가 급증하는 구간이 확인됐다. 경향신문은 "특히 한국자유총연맹 관계자 등 현 정부에 우호적인 인사들이 소셜미디어에서 투표를 독려하면 국민참여 토론에서 추천 수가 급증하는 유형이 나타났다"고 했다. 앞서 TV수신료 분리징수 국민참여토론도 같은 현상이 확인된 바 있다.

경향신문은 27일 사설 <대통령실이 옥죄려는 집회·시위, 시민권 퇴행 없어야>에서 "국민 기본권과 맞물린 중대 사안을 이런 식의 불투명한 여론몰이로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가 지난 5월 말 실시한 정기여론조사에서는 야간 집회·시위 제한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 반대 38%, 찬성 37.7%로 팽팽했다. 대통령실 여론수렴 방식·결과 모두 신뢰성엔 물음표가 쳐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수신료 분리징수처럼, 대통령실의 집회·시위 규제도 여소야대 국회가 반대할 집시법 개정보다 시행령을 고치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며 "예나 지금이나 집회·시위 기본권은 법원도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다. 정부는 불투명한 여론조사와 시행령으로 국민 기본권을 옥죄고 퇴행시키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서 경찰이 학교 정문 안으로 들어가는 추모객들을 막아서고 있다.교육계에 따르면 이 학교 담임 교사 A씨가 학교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서 경찰이 학교 정문 안으로 들어가는 추모객들을 막아서고 있다. 이 학교 담임 교사 A씨가 학교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국민일보, 세계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 등은 대통령실 국민참여토론 결과와 권고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 27일 국민일보는 사설 <‘민폐 시위’ 사라지도록 법과 시행령 바꿔야>에서 "온라인에서 이뤄진 토론과 찬반투표가 여론을 완벽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찬성 의견이 71%에 달할 정도로 ‘민폐 시위’의 폐해가 커졌음은 부인할 수 없다"며 "출퇴근 시간 주요 도로 점거,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소음, 심야·새벽 집회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에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 당장 법 개정이 어려운 만큼 시행령을 바꿔서라도 개선을 이뤄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사설 <대통령실 “도로 점거·소음 규제 강화”… 이게 국민의 뜻>에서 "‘민폐’ 집회에 대한 시민들의 인내력이 한계에 달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시행령 개정의 경우 정권이 교체되면 수명이 다할 수 있다며 "국회도 변칙·꼼수 시위가 기승을 부릴 수 없도록 집시법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한국경제는 사설<'도로점거·소음 단속 강화' 집시법 즉각 고치라는 게 국민 뜻>에서 "‘내 권리만 권리’라는 그릇된 인식으로 도심 교통을 방해하고 공공질서를 해치는 ‘민폐 시위’는 우리 사회의 고질"이라며 "집회·시위는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돼야 하지만 법 테두리 안에서만 존중받을 수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이번 국민참여토론이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고 주장했다. 

매일경제는 사설 <국민 70%가 '집시법 개정' 찬성, 이래도 야당은 반대할텐가>에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당연히 보장해야 할 국민의 권리다. 그럼에도 국민의 71%가 집시법을 개정해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는 개인의 일상과 공공질서를 해치는 불법시위가 판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매일경제는 "'법질서를 파괴하는 세력은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다.' '정당하게 법질서를 지키면서 (시위를) 했다면 이런 제안도 없었을 것이다.' 토론 게시판에 올라온 국민 여론을 민주당이 엄중하게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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