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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명확한 근거 없이 인권 짓밟으면 언폭" "건설노동자 분신 악마화…누군가를 패륜아로 낙인찍어"

경향신문, 조선일보 '분신 방조' 보도에 "언폭"

2023. 05. 19 by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경향신문이 고 양회동 씨 '분신 방조'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 보도를 '언폭'(언론보도 폭력)으로 규정했다. 윤석열 정부는 건설노조 활동을 '건폭'(건설현장 폭력행위)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왔다. 

경향신문은 19일 1면 기사<'노동 혐오' 드러낸 섬뜩한 '보도 폭력'>과 사설 <건설노동자 분신 악마화한 조선일보야말로 ‘언폭’이다>를 통해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홍 모 부지부장이 양 씨의 분신을 막지 않았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양회동 씨의 빈소에서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조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양회동 씨의 빈소에서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조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향신문은 기사에서 "조선일보가 '자살 방관' 의혹을 제기한 것을 두고 최소한의 보도윤리조차 지키지 않은 '2차 가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누군가를 패륜아로 낙인찍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당사자나 경찰 등을 통해 최소한의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건설노조와 경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 양 씨 분신 당일인 지난 1일 발생했던 일을 시간 순으로 정리했다. 오전 9시 12분 홍 부지부장은 "검찰청 주차장에 와달라"는 양 씨의 전화를 받았다. 오전 9시 18분, 양 씨는 건설노조 간부들 단체대화방에 분신을 암시하는 유서를 올렸고, 노조 지부장은 즉시 광역수사대에 신고했다. 홍 부지부장은 양 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오전 9시 20분경 홍 부지부장이 양 씨가 있는 현장에 도착했다. 양 씨 몸에는 시너가 뿌려진 상태였다. 양 씨는 한 손에 라이터, 다른 손에는 시너가 담긴 통을 들고 있었다. 오전 9시 31분, 노조 지부장은 양 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기가 꺼져 있자 홍 부지부장에게 연락했다. 홍 부지부장은 당시 통화에서 "(양 씨가 자기 몸에)시너를 뿌려놓고 있다. 내가 말리고 있을 테니 빨리 와달라"고 했다. 건설노조 지부장은 홍 씨에게 "(양 씨를)어떻게 해서든 말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9시 36분, 홍 부지부장이 노조 지부장과 통화하는 사이 양 씨는 자신의 몸에 한 차례 더 시너를 뿌린 뒤 불을 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양 씨가 주변 바닥 등에 먼저 시너를 뿌리고 손에 라이터를 든 채 동료와 주위 사람들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한 뒤 몸에 다시 시너를 뿌리고 분신한 것"이라며 "바닥에 시너가 뿌려진 상황에서 곁에 다가갔다면 말리던 사람도 함께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홍 부지부장은 18일 MBC '뉴스데스크'에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홍 부지부장은 오전 9시 20분경 검찰청 주차장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양 씨에게 다가갔을 때 휘발성 물질 냄새가 코를 찔렀다. 홍 부지부장은 "순간 섬찟했다. '회동아, 이거 뭐하냐' 그랬는데 벌써 몸에 다 뿌리고 엄청나게 휘발성 물질 냄새가 나더라"라며 "(시너)한 통을 또 들고 있고, 벌써 이성을 잃은 사람이었다. 내가 가니까 라이터를 가슴에 딱 대는 거다. '오지 마세요 형님, 오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홍 부지부장은 이후 10분 넘게 양 씨를 만류하고 설득했지만 양 씨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고 했다. 홍 부지부장은 "제가 오죽했으면 '판사한테 데려다 줄 테니까 가자' 그랬겠나. '회동아, 죽을 일 아니다. 지부장 금방 온다니까'"라고 했다. 양 씨로부터 미리 연락을 받고 도착한 YTN 기자도 함께 양 씨를 말렸지만 양 씨는 결국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고 한다. 홍 부지부장은 "그 사람(YTN기자)도 상황이 벌써 장난 아니니까  '선생님, 우리 이런 거 안 찍습니다, 하지 마세요' 그랬는데 순간 붙인 것"이라고 했다.  

홍 부지부장은 '불이 붙는 걸 보고 왜 바로 끄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냥 순간 펑 했는데 제가 맨몸으로 어떻게 불을 끄나. 진짜 불을 끌 상황이 아니었다"며 "내가 같이 타 죽었어야 되는데, 주변에 어떻게 불을 끌 것도 없었고 저는 거의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홍 부지부장은 노조 지부장에게 전화를 해 "회동이 죽었어, 회동이 죽었어"라고 말하고 엎드린 뒤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홍 부지부장은 "사람이 죽을 사건인가. 누가 방조를 하고 누가 시키나"라며 "실질심사 받는데 이게 죽을 일인가. 걔가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으면 이렇게 했겠나"라고 했다. 

MBC '뉴스데스크' 5월 18일 보도화면 갈무리

조선일보는 기사 말미에 "민노총은 양씨 시신을 서울대병원에 안치해두고 무기한 장례를 진행 중이다. 빈소에 적힌 상주(喪主)는 장옥기(건설노조 위원장)씨 1명"이라며 "양씨 부고장에 적힌 후원금 계좌의 명의자는 ‘전국건설노조’였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양 씨 빈소에 상주 이름으로 친형 양모 씨의 이름이 맨 위에 쓰였으며 양 씨 장례의 조의금을 '투쟁기금'으로 받는 것은 유가족이 이미 동의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조선일보 기사에 첨부된 사진을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기사는 사건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자료에 기반하고 있다. CCTV는 특정 공간만 비출 뿐 소리도 담기지 않기 때문에 사건의 맥락과 실체 파악에 한계가 있다"며 "최대한 많은 목격자와 관계자들을 만나 이중삼중의 확인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해당 기사는 현장에 가장 근접해 있던 YTN 기자들이나 경찰 말도 듣지 않고, ‘익명의 목격자’ B씨 발언에 전적으로 의존해 작성됐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B 씨가 이번 사건과 어떤 관계인지도 밝히지 않았고, 내용도 '불이 붙자마자 봤는데, 곁에 있던 사람(A 씨, 홍 부지부장)이 떨어져서 멀리 갔다가 조금 뒤부터 갑자기 오열하기 시작했다'가 전부"라며 "‘멀리 갔다가’ ‘조금 뒤부터’ ‘갑자기’ 같은 표현은 모호하고 주관적이다. (중략)조선일보는 B 씨 발언에 대한 검증도 없이 기사 부제를 '자리 뜬 뒤 돌아와 갑자기 오열'이라고 표현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진 출처를 '독자 제공'으로 표기했다. 건설노조는 춘천지검 강릉지청 종합민원실 건물에 장착된 CCTV의 영상을 의심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조선일보가 검찰로부터 자료를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조선일보가 취재원을 감추고 일반 독자로부터 제보받은 것처럼 포장했다면 이는 언론윤리 위반"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언론이 명확한 근거 없이 사실을 왜곡하고 인권을 짓밟으면 그것은 시쳇말로 '언폭'"이라며 "조선일보는 기사 보도 경위를 밝히고 A 씨(홍 부지부장)와 건설노조에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 19일 사설 갈무리

한편, 월간조선은 18일 밤 <[단독] ‘분신 사망’ 민노총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 유서 위조 및 대필 의혹>을 보도했다. 양 씨의 유서 3장 중 1장은 글씨체가 달라 위조·대필 의혹이 제기된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건설노조는 "최초 공개된 유서는 열사가 1일, 홍모 부지부장에게 차에서 혼자 조용히 탄원서를 작성해야 한다며 탄원서 대신 썼던 유서"라며 "열사가 운명한 5월 2일 이후 공개된 나머지 3개의 유서는 사전에 미리 쓰고 밀봉해 놓은 유서다. 경찰이 보관하고 있다가 수신자인 노동조합과 4개 정당, 가족에게 공개되었다"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건설노조는 열사의 생전 활동수첩을 가지고 있다. 조선이 반박할 수 없는 상세한 자료가 이미 준비돼 있다"며 "의혹이라는 이름의 악의적 왜곡 선동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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