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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자수첩] 채널A 이동재 전 기자 무죄 판결에 부쳐

검언유착 의혹 다시 일으켜 세운다

2023. 01. 28 by 전혁수 기자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사기 혐의로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압박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비위를 캐내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무죄가 확정됐다. 공모 논란이 일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검언유착 의혹에서 한 발 벗어나게 됐다.

지난 19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이 전 기자는 “허위 사실을 유포해 저와 공직자의 인생을 망치려 한 김어준과 최강욱, 유시민,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에 반드시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고 검찰과 결탁한 공영방송에 대해서도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그것이야말로 검언유착”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이미지 자료 
연합뉴스 이미지 자료 

그러나 이 전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 무죄 판결문과 검찰 수사기록에는 이 전 기자의 부적절한 취재 행위와 검언유착 의혹에 대응하는 한동훈 장관의 다급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이 전 기자가 법적으로 무죄 선고를 받고, 한 장관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해서 도덕적으로 비난 받는 일이 없는 게 아니다. 

이 전 기자는 2020년 2~3월 경 이 전 대표에게 압박성 편지를 보내고,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을 자처한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 지 모 씨를 만났다. 2심 재판부는 이 전 기자의 행위를 ‘비공식적인 플리바게닝’을 주선해주겠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플리바게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해 증언을 하는 대가로 검찰이 형을 낮춰주는 거래를 말한다. 즉, 플리바게닝이 이 전 대표에게 불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강요미수의 구성요건인 ‘해악의 고지’가 성립하지 않아 이 전 기자가 무죄를 선고받은 것이다.

한국에서 플리바게닝은 불법이다. 이 전 기자 역시불법성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전 기자는 이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에서 “대표님이 검찰과 공식적인 딜을 할 수는 없다”면서도 “저는 80년대식으로 뭘 만들어낼 수는 없다. 하지만 될 것은 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불법적인 일을 주선하는 사람을 우리 사회는 ‘불법 브로커’라고 부른다. 공신력 있는 언론사 기자가 취재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불법적인 일을 주선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정당한 취재 방법을 벗어난 명백한 취재윤리 위반이다.

지난 2021년 7월 이 전 기자 재판을 맡은 1심 재판부는 이 전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공신력 있는 언론사 기자임에도 특종 취재에 대한 과도한 욕심으로 중형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 중인 피해자를 압박했다”며 “그 가족에 대한 처벌가능성까지 운운하면서 취재에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또한 후배 기자와 함께 검찰 고위 간부를 통해 선처 가능성 등을 거론하면서 취재원을 회유하려고도 했다”며 “이런 행위는 명백히 기자로서 취재윤리를 위반한 것으로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판결의 결론이 결코 피고인들이 행한 잘못을 정당화하거나,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을 아니라는 점을 피고인들은 명심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독일의 법학자 게오르크 옐리네크는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말했다. 법은 도덕을 기초로 만들어져 강제성이 부여된 ‘최소한’일 뿐이다. 언론이 불법성이 없더라도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소지가 있는 것에 대해 보도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다. 그리고 이러한 잣대는 언론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한동훈 장관의 행동도 검사로서 적절한 것이었는지 따져봐야 한다. 한 장관은 MBC가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하기 전 배 모 채널A 법조팀장과 연락을 취하며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공동대응에 나선 정황이 검언유착 수사기록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검찰 포렌식 조사를 통해 복원된 카카오톡 대화 내역에는 MBC의 검언유착 의혹 취재 정보를 입수한 배 팀장이 한 장관과 나눈 대화를 날짜별로 요약·정리해 상부에 보고한 메시지가 확인된다. 한 장관이 10여 차례 전화를 걸었다든지, 한 장관이 ‘녹음파일이 있으면 있다고 하지 왜 없다고 했느냐. 자기만 이상한 사람됐다’고 항의했다는 내용이다.

배 팀장이 MBC 기자가 한 장관에게 보낸 질문지를 확보해 채널A 상부에 보고하고, MBC 검언유착 리포트 초안을 입수해 한 장관에게 전송했다는 내용도 수사기록을 통해 나타났다. 배 팀장이 한 장관에게 들은 정보라며 MBC의 검언유착 보도 이후 검찰의 향후 진상조사 방법에 대해 채널A 상부에 보고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배 팀장의 보고를 거짓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다. 

또 검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배 팀장은 윤 대통령이 채널A 기자를 통해 이 전 기자와 한 장관 사이의 ‘녹음파일’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물어왔다고 했다. 배 팀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윤 대통령이 측근 검사에 제기된 의혹을 덮기 위해 동분서주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윤 대통령은 한 장관에 대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의 감찰을 방해하고, 서울중앙지검의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았다. 윤 대통령 징계 취소 소송을 담당한 서울행정법원은 윤 대통령에 대한 징계가 정당하다면서 “면직 이상의 징계가 가능하다.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은 양정기준에서 정한 징계양정 범위의 하한보다 가볍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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