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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변상욱 전 CBS 대기자

“언론자유와 미디어 공공성의 위기, 정권유지 전략과 연관”

2023. 01. 12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2022년 언론계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1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와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의 통화 녹음 파일 공개로 시작된 국민의힘과 MBC의 갈등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며 노골화되었다. 정부 여당의 한상혁 방통위원장 사퇴 압박, 서울시의회의 TBS 지원 중단 조례안 통과, 한전KDN과 한국마사회의 YTN지분 매각 결정 등은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언론탄압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과정이었다.

복잡다단했던 지난해 언론 상황을 정리하고 올해 향방을 전망해 보고자 지난 6일 언론계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변상욱 전 CBS 대기자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변 전 대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먼저 <미디어스>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 부탁드려요.

“2023년은 힘들고 아주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만 해서 새해 인사를 드리는 지금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나라 사정이 내적으로 안정되고 국민이 하나가 돼 있으면 서로 힘 합쳐서 어려움을 이겨나갈 텐데 그렇지도 못해서 걱정이 앞섭니다. 국내 현실이나 한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의 변화 그리고 이것들을 전하는 미디어의 역할은 국민이 제대로 알고 있어야만 고치거나 대응할 수 있어요. 시민들이 이러한 뉴스와 시사 이슈에 대해서 귀를 닫고 무관심하면 속절없이 끌려다니거나 조작된 여론 프레임에 갇혀버리게 됩니다. 그러니 힘드시더라도 늘 시사 이슈에 관심 가지시고 진정성 있는 미디어 매체들을 잘 골라서 꾸준히 응원해 주십사 부탁드립니다.”

변상욱 전 CBS 대기자
변상욱 전 CBS 대기자

지난해 언론계에 크고 작은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2022년 언론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윤석열 정부는 늘 자유를 내세우지만 ‘언론 자유’가 크게 후퇴한 건 자명한 사실이고요. 그렇다면 왜 시작부터 언론을 통제하면서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가라는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밀고 나갈 정책들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요?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정책들은 거의 기득권층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정책들이에요. 미래지향적이고 개혁적인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보수적 혹은 이념에 사로잡힌 과거의 정책들을 가져왔기 때문에 결국 기층 서민의 비판이나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본인들도 그런 점을 잘 알고 있는 거죠.

국민 여론이 악화하는 건 뻔하고, 지지율이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윤 대통령이 국민 다수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도 달라지기 어렵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총선이 다가오니 집권세력은 여기에 대응해서 정권 유지 전략을 짜야 하죠. 하지만 갑자기 나라를 잘살게 만들 수는 없는 거고 북한이 말을 듣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결국 비판적인 언론과 저널리스트들의 입지를 좁히고 규제해서 사전에 비판을 차단하면서 정권 유지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보는 거겠죠.”

2008년 이명박 정부 때와 지금 상황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촛불이라는 국민 다수의 저항에 부딪혔고, 윤석열 정부도 출범하자마자 국민적 저항에 부딪힌 상황이 비슷하거든요. 그다음에 둘 사이의 철학이 유사합니다. 신자유주의 이론을 그대로 가져다 정책에 반영하고 있는데, 특히 언론과 관련해서는 공공보다는 민영 쪽을 선호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신자유주의의 기본은 돈의 자유고 기업의 자유니까, 기업과 자본이 언론을 소유하고 더 쉽게 부릴 수 있는 쪽으로 정책 방향이 움직인단 말이죠. 그러니 미디어의 공공성은 줄이고 민영 미디어를 늘리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죠.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과 규제, 언론의 민영화 아닌 사유화 쪽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건 거의 똑같아요.”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출국을 앞둔 11월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단체들이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출국을 앞둔 11월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단체들이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정부여당과 언론의 갈등이 노골화됐는데요. 특히 MBC와의 갈등이 심각했죠. 이 과정 어떻게 보셨어요?

“MBC와 여권의 충돌은 개별적인 사건들로 드러났지만, 문제는 그 개별 사건에 대한 여권의 딱지 붙이기와 규정이거든요. 비판적인 언론을 미리 골라내 강하게 통제하려는 여권의 ‘대언론 전략’ 때문에 그렇게 된 거죠. 발생한 사건에 ‘불온하다, 좌파다, 노조가 장악했다’라고 성격을 규정하고 명찰 붙였어요. 그런데 그런 정치권력의 딱지 붙이기와 프레임에 대해서 언론이 ‘이건 언론탄압이다, 통제다’라고 반발해야 하는데 성명서 조금 내는 것 같더니 무기력하게 멈추고 마는 건 불행한 일이죠.”

언론은 왜 무기력하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지금 언론은 하나가 아니에요. 우리가 권력을 만들었으니까 무능한 권력이지만 계속 움켜쥐고 유지되도록 밀어주겠다고 마음먹고 가는 언론, 진보 보수 어느 쪽이든 적당히 보도하면서 자사의 생존을 챙겨가려는 언론, 그다음 타사 보도를 그저 베껴 쓰는 언론이 있죠. 이렇게 보면 언론 대다수는 보수 기득권층이기도 한 거죠. 그냥 벌어지는 일만 기계적으로 보도합니다. 그러니까 힘이 안 실리죠.”

정부와 여당은 자신들에 비판적인 언론을 못 견뎌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언론에 ‘너희들은 좌파야, 지원금 다 깎아버리겠어, 출연자들을 그렇게 고르면 안 되는 거야, 우리 쪽에서도 마음에 들만한 사람으로 출연시켜’라는 식으로 말하는 건 망발이에요. 민주사회라면 정치인이 이런 말을 함부로 할 수 없는 건데 마음 놓고 사용해요. 그러면 기성 언론은 여권에 견제 상대조차 안 되는, 거의 복속된 상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정부 여당이 비판적인 언론을 못 견디는 것보다 언론사가 자기들에 대한 권력 집단의 모욕과 위협에도 저항 안 하고 오히려 순응하는 게 더 신기하고 당혹스런 일입니다.”

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 신년사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 신년사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대신 신년사를 발표하고, 보수언론 조선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건 어떻게 보세요?

“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건너뛴 것은 비판적인 질문 용납하지 않겠다는 거죠. 대표적인 보수 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일방적인 국정 홍보만 하겠다는 의도이고요. 결국 국정에 대한 솔직한 설명이 아니라 대통령이 하고 싶은 얘기만 장황하게 하고 끝났죠.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국민은 알고 싶고 궁금한 게 많고, 그걸 알아야만 정책 수행에 대해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데 정부는 그걸 원하지 않는 거죠.

문재인 정부 때 조선일보는 ‘상황이 어렵다고 신년 기자회견을 안 하냐? 끝까지 비겁할 거냐. 모든 국정 상황에 내세울 게 없고 변명하기도 어려우니 그렇다. 국민 앞에 나와서 허심탄회하게 밝히고 이해를 구해야지 뒤에 숨어서 모른 척하면 되냐. 신년회견마저 못하겠다니 국정 책임자로서 이보다 더 비겁할 수 없다.’고 2022년 1월 25일 사설에 썼어요. 그때는 그렇게 비난했던 조선일보가 이번엔 비판하지 않는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중반 이후 출근길 문답을 중단했는데.

“이 사안은 결국 MBC가 윤석열 대통령을 도와준 셈이 됐습니다. 대통령이 아직 정치나 국정운영에서 상황 파악이 부족해 출근길 문답 때마다 논란이 불거졌죠. 그런데 큰소리는 쳐놨고 난감해진 상황에서 MBC 기자와의 트러블이 마침 핑곗거리가 된 거죠. 윤 대통령은 까다로운 질문 나오면 ‘다른 질문 없어요?’라고 무시해 버립니다. MBC 기자가 따져 물으니까 휙 뒤돌아서 가잖아요. 그래서 뒤에다 대고 물으니까 옆에 있던 비서관이 ‘무례하게 그러냐’라며 막아섭니다. 결국 문제는 집권세력이 국민과 언론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국민을 대하는 태도는 대통령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드러나는 거고, 언론을 대하는 태도는 자기편 아닌 언론을 노골적으로 배척하는 데서 확인할 수 있죠.”

기자들의 질문 수준이 낮다, 질문을 잘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요. 이유가 뭘까요?

“질문의 수준이 낮으면 데스크가 뭔가 요구를 해야 하는데 데스킹이 없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죠. 물론 기자들로서도 어려운 점은 있습니다. 팩트를 찾아 진실되게 보도하라고 해서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별로 읽지를 않아요. 또 선정적인 기사 쓰지 말라고 지적하는데 막상 선정적인 기사는 엄청나게 읽히고 댓글도 많이 달리죠. 또 갈등이 아니라 통합을 지향하고 대안과 해결책을 제시하라는데 갈등 조장하는 기사를 쓰면 거기에 사람들이 훨씬 많이 몰리니 기자들도 힘들어요. 그러나 대중의 반응이 여러 가지이니 진정성이 담긴 독자들의 댓글과 반응에 주목해야지, 일부 당황스런 반응이 있다고 해서 그걸 변명거리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사실 정보가 너무 범람하니까 시민들도 골라 읽기에 지쳐 전략적으로 미디어를 탐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전략적인 미디어 행위는 시민의 몫이고 기자는 가치 있는 기사를 꾸준히 써서 궁극에는 대중이 기억하고 또 기다려주는 기자가 돼야죠.”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 문답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 문답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튜브의 대중화로 누구나 유튜버로 나설 수 있게 됐어요. 하지만 확인되지 않는 내용을 퍼뜨리는 등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2022년도 언론 수용자 조사 결과를 보면 영향력 있는 매체로 유튜브가 10위에 올랐어요. 하지만 신뢰도에서는 10위에 못 들었어요. 그러니까 유튜브가 영향력은 있지만 신뢰도는 떨어진다는 걸 시민들도 인식은 하는 거죠. 그러나 간단히 얘기하면, 유튜브도 신뢰도 떨어지고 기성 언론도 어차피 신뢰도가 낮다면 사람들은 뭘 볼까요? 이용하기 편리한 걸 선택할 것이고, 그게 유튜브예요. 유튜브는 뉴스를 보면서도 어디로든 바로 옮겨가기 좋고, 알고리즘에 의해서 이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골라서 보내주니까요. 그러니까 유튜브의 신뢰도는 떨어져도 영향력은 올라가고 있는 거예요.

예전엔 기성 언론들이 변질되고 타락했기 때문에 유튜브가 보완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유튜브도 편향적으로 갈라지고 사실확인 면에서 너무 부실해요. 결국은 각 언론사가 유튜브를 빨리 활성화시키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별 유튜브가 부실하다면 지역별로나 진영별로 유튜브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서로 도와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죠. 다만 유튜브 저널리즘도 변화의 과정에 있으니 한계가 드러나고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든 고쳐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제 유튜브 저널리즘은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계속 바로잡아가야 한다고 봐요.”

의혹이 제기됐을 때 언론이 어디까지 검증하고 보도해야 하는지가 의문인데.

“제기된 의혹이 국가와 국민에게 상당히 중요하고, 보도하는 것이 공익적인 가치가 있다면 언론은 과감하게 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민주주의 국가의 사법 체계에서는 언론이 공익을 목적으로 한 취재 활동과 그 결과물에 대해 사실관계에서 부실하고 부정확해도 법적 책임을 엄히 묻지는 않는 겁니다. 언론이 증인과 증거를 확보해 100%에 가깝게 확인하고 보도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강제력을 가진 법원 재판부에서 오랜 시간과 과정을 거치며 할 수 있죠. 언론은 충분한 정황증거나 일부 증거, 진술에 의존해 보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더탐사>의 청담동 술자리 보도가 있었잖아요?

“기성 언론의 탐사보도라면 특정된 룸살롱 위치와 현장 취재, 목격자와 당사자 인터뷰 없이는 보도를 미룰 수밖에 없었겠죠. 유튜브 채널 <더탐사>는 자신들의 탐사보도 시스템을 달리 구성해 운영하는 걸로 보입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플랫폼으로서 의혹을 확인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간접적인 증거나 진술을 확보해 대중에게 제시한 뒤 언론과 독자 거버넌스로 사실을 계속 확인해 덧붙이는 방식인 듯합니다.”

유튜브 채널 더 탐사 화면 캡처
유튜브 채널 더 탐사 화면 캡처

어느 정도 팩트를 확인해서 보도해야 하지 않나요?

“어느 정도까지 확인해 보도할 거냐는 개별 언론사의 선택이자 나름의 기준이 있겠죠. 과거 탐사보도와 다른 방식이 등장한다면 변화로서 수용할 만한데, 그건 이용자이자 독자인 시민의 선택을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더탐사>의 보도가 기존 형태와 달랐다는 건 분명하고 언론계에 도전할 과제를 던지기도 한 건데 지켜보는 시민도 각자의 시각과 입장에서 나뉘겠죠.”

올해 언론계 상황,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일단 집권 세력의 언론 통제는 지속될 거예요. 정부의 실책이라든가 대통령의 문제에 대해 보도 나오는 걸 억제하겠죠. 특정 언론사를 계속 공격하는데 다른 언론사가 그 특정 언론사의 비판 보도에 동참하는 것은 여러 경로를 통해 어떻게든 저지할 겁니다.

그렇다면 예상되는 언론 지평은 미디어의 공공성이 상당히 축소될 거란 점입니다. 공영방송사에 압박이 지속되면 KBS부터 위축되면서 비판 보도가 줄어들 거고, MBC도 지금은 ‘그래 한번 싸워보자’라고 하지만 언제 위축될지 모르는 거죠. 그런 식으로 방송 공공성이 위기를 맞을 거예요. 또 총선 정국으로 가면서 언론과 권력이 유착하는 동맹관계가 더 강화될 수도 있죠. 그러면서 여론의 다양성은 없어져요.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변화, 관심사 중 하나는 대안 매체로서 뭔가가 등장할 거냐입니다. 그게 김어준의 새로운 ‘뉴스공장’ 같은 것일 수도 있는데, 어떤 대안 매체가 등장하고 시민들이 거기에 얼마나 지지를 보내줄 거냐 하는 부분이 가장 관심 가는 대목입니다.

그다음, MBC나 YTN에 본격적인 탄압이 시작됐을 때 기자협회‧언론노조‧PD협회‧아나운서 협회 등 언론단체와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아 저항하고 지원할지, 이명박 정부 때의 촛불 정국처럼 전개될까도 2023년에 지켜볼 만한 언론 상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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