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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고한석 신임 YTN 지부장

"YTN 공정방송 시스템 지키는 게 목표입니다"

2022. 12. 08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달 4일 15대 언론노조 YTN 지부장에 고한석 기자가 선출됐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투표 대상 조합원 460명 중 401명(87.17%)이 투표해 371명(92.52%, 반대 30명)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고한석 지부장은 출마의 변에서 “폭력적인 '사영화 속도전'에 맞서 싸워야 한다"면서 "제가 맨 앞에서 길을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11월 14일 임기를 시작한 고 신임 지부장은 2005년 YTN에 입사해 사회부와 경제부, 기획탐사팀 등을 거쳤다. YTN에 당면한 문제와 대응방안, 계획을 듣기 위해 지난 30일 서울 상암 YTN 사옥에서 고한석 지부장을 만났다. 다음은 고 지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임기 2주가 지났는데, 어떻게 보내셨어요?

“초보 집행부가 하기엔 벅찬 일들이 너무 많았어요. 지난주에 한전 KDN 이사회가 YTN 지분 매각을 의결했어요. 어떻게 보면 YTN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 벌어진 날입니다. 그래서 한전 KDN 본사가 있는 전남 나주에 내려가 기자회견 열고 지분 매각의 부당함을 알렸어요.

그리고 어제(11월 29일)는 남산 서울타워에 가서 기자회견을 했는데, 서울타워로 간 이유가 있어요. YTN이 1999년에 서울타워를 매입했거든요. 서울타워가 관광 명소라 수익성이 높고 자산 가치도 커서 YTN 지분 사려는 자본들이 욕심내고 있어요. 무엇보다 서울타워가 가지는 공공성도 크거든요. 그런 공공성 자산을 자본에 넘길 수 없다는 점들을 기자회견 통해서 알렸고, 아주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민영화저지 공공성강화 대책위원회, 전국언론노동조합,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한전KDN 노동조합 등은 29일 서울 중구 남산 서울타워 앞에서 'YTN 사영화 저지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미디어스)
더불어민주당 민영화저지 공공성강화 대책위원회, 전국언론노동조합,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한전KDN 노동조합 등은 29일 서울 중구 남산 서울타워 앞에서 'YTN 사영화 저지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미디어스)

지부장 출마 계기가 있었을까요?

“YTN 지부가 14대에서 15대로 넘어가는데 집행부 선거가 한 달 정도 지연됐거든요. 사영화 압박이 노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데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이 YTN을 찍어서 억압하는 상황에서 누구도 나서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선후배들의 권유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안 한다고 하다가 생각해 보니 계속 거부하면 이후에 너무 부끄러울 것 같더라고요.”

어떤 점에서 부끄러울 것 같았나요?

“거부하는 게 도망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많았어요. 그동안 제가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 추구해온 가치들이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 도망치면 그 가치들이 다 무너질 것 같더라고요. 많이 부끄러울 것 같았어요.”

조합원으로서 지부장 자리를 볼 때와 막상 그 자리에 섰을 때 생각이 다를 것 같아요.

“이 정도로 책임감이 무거운 줄 몰랐어요. 단순히 지부장도 하나의 일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막상 돼보니까 24시간 노동조합 상황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책임감이나 무게감이 평조합원일 때 지부장 바라보던 것과 완전히 다른 것 같아요.”

92.52% 찬성표를 받으셨는데 92.52%의 의미,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저희 조합은 선거하면 득표율이 굉장히 높게 나오긴 해요. 그럼에도 거의 93% 지지율이 나왔으니까 제 입장에서는 너무 고맙죠. 지금 정말 전례 없는 위기 앞에서 조합원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고, 노동조합에 많이 의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선거 과정에서 조합원들 만나보셨을 텐데 어떤 요구가 있었나요?

“지금 구성원들의 의지와 전혀 무관하게 YTN의 운명이 바뀌고 있잖아요. 이 상황에서 관련된 정보를 빠르게 접했으면 하는 조합원들 요구가 많이 있었어요. 또 노조가 경영이나 보도 경쟁력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같이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잖아요. 지금 보도 경쟁력을 높일 방법이 뭔지, 그런 부분에 노조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해야 된다는 요구도 있었습니다.”

고한석 신임 언론노조 YTN 지부장 (YTN 보도화면 갈무리)
고한석 신임 언론노조 YTN 지부장 (YTN 보도화면 갈무리)

당선 후 “YTN의 사영화를 막는 과제에 최대한 집중할 것”이라고 하셨어요. 민영화가 아니라 사영화란 단어를 쓰신 이유는?

“YTN의 지배 구조가 상당히 독특해서 그래요. 어떻게 보면 YTN은 이미 민간 기업일 수 있어요. 공기업 지분이 있지만 민간 기업들의 지분도 있거든요. 무엇보다 코스닥에 상장돼 있어요. 또 YTN이 언론의 공공성을 갖고 있고 공적인 역할을 해서 사실상 ‘준 공영방송’으로 취급받지만, 그렇다고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YTN의 지배 구조상 민영화라고 하면 적합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요.

또 하나, 결국 지분을 매각한다는 건 사주가 있는 사기업에 YTN을 넘기겠다는 거거든요. 지금까지는 YTN에 공기업 지분이 들어와 있고, 그 공기업이 경영에 개입하지 않으면서 이윤 추구보다 공적인 역할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근데 사영화가 되면 공적인 역할보다는 상업적인 부분에 더 치중하게 되겠지요. 때문에 YTN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측면에서라도 사영화라는 단어를 쓰는 것입니다.”

정부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처음에는 공공기관 자산 효율화 방안이라고 주장했어요. 근데 YTN 지분을 팔아서 공공기관자산이 효율화되고 혁신되겠어요? 최근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도 언급했고 정부 관계자들도 얘기했듯, 결국 YTN은 자기들 편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 같아요. 예전 같으면 사장이나 보도국장한테 전화해서 ‘보도 왜 그렇게 되냐? 이렇게 해주라’라고 압력을 가했을 텐데 이제 YTN에서 그런 방식은 먹히지 않거든요. YTN 보도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가 없으니까 자본을 통해 장악하려고 그러는 거죠. 저희는 그걸 ‘언론장악의 외주화’라고 규정하고 있어요. 집권세력이 YTN 보도를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까 자본에 도급을 주는 형태라고 생각해요.”

예전처럼 낙하산 사장 안 보내고 왜 지분을 매각하라고 할까요?

“일단 사장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재 사장의 임기도 많이 남아 있거니와, YTN 같은 경우는 2008년 이후 진행된 공정방송 투쟁을 통해서 여러 가지 기구들을 만들어놨어요. 사장 추천위원회가 3인을 추천하면 이사회에서 그중 한 명을 선택하거든요. 사장 추천위원회에는 노조에서 추천하는 위원들도 있고 시청자들도 참여하고 각계가 참여해요. 정권이 원하는 사장으로 교체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인 거죠.

그렇다고 지금 YTN 기자들한테 보도를 어떻게 하라고 압력을 행사하자니 YTN 보도국에서 그걸 수용할 리 없거든요. 집권세력으로선 어차피 못 가질 거 해체해 버리자 혹은 자본에 맡기면 알아서 YTN을 장악할 거라고 판단한 거죠. 자본은 기본적으로 기득권이고 권력 친화적이잖아요,”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 등 민영화저지 공공성강화 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한전KDN 이사회 YTN 지분 매각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 등 민영화저지 공공성강화 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한전KDN 이사회 YTN 지분 매각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가 사영화 막을 방법이 있을까요?

“어려운 문제입니다. 어찌 됐든 지금 총칼을 쓰는 것도 아니고, 한전 KDN도 이사회라는 정식 기구를 거쳐서 의결이 이루어진 거고 다른 주주들 역시 정당한 절차를 거친다면 저희가 물리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죠. 다만 애초 한전 KDN에서 YTN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했는데, 사실상 산업부가 압박해서 팔게 한 거거든요. 그런 점에서 보면 직권남용 등 위법 소지가 있어요. 또 최근 YTN 주가가 요동치고 있는데, YTN 지분을 매각할 때 제값을 받지 못한다면 그 역시도 저희가 문제를 제기하고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죠.

무엇보다 지분이 넘어간다고 해서 그 사기업이 당장 YTN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 승인 과정에서 공공성을 입증해야죠. 우리나라에서 보도전문채널은 딱 두 개잖아요. 국가가 규제하는 건 그만큼의 '공공성'이 있어서이고, 상업방송이 들어왔을 때 잘못하면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공론장이 훼손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에요. 공적 역할을 하는 채널을 사기업에 넘기고 자본에 넘긴다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정확하게 심사해야 합니다. 어떻게 공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요. 실제로 어떤 기업이 지방 방송사를 샀다가 다시 매각한 사례도 있어요.

저희가 그런 부분을 최대한 많이 알리고, 왜 YTN의 공공성이 중요한지를 설명해야겠죠. 어떻게 보면 한전 KDN이 보유하고 있던 자산 매각은 공공의 자산을 내다 파는 거잖아요. 국회 입법을 통해서도 방안을 강구 중입니다. 공공자산을 매각할 때 국회 승인을 받게 하는 방법, 지금 민주당에서 내놓은 개정안이 있고요.”

앞서 한전 KDN 다녀오셨다고 하셨는데, 그쪽은 뭐라고 하나요?

“한전 KDN 경영진은 기재부 지침에 따른 것이라며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아요. 한전KDN 이사회에 7명이 있는데 3명은 사장과 부사장, 사내이사이고 나머지 4명은 사외이사인데 이 4명 중에 세 분은 YTN 지분 매각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세요. 애초 저희가 바라는 건 이사회에서 부결되는 거였죠. 어쨌든 표결을 통해서 통과되긴 했지만, 한전KDN 인사들도 지분 매각이 부당하고 졸속이라는 걸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공기업 지분 매각 반대 기자회견하는 YTN 노조원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지부 제공]
공기업 지분 매각 반대 기자회견하는 YTN 노조원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지부 제공]

지금 유력하게 떠오른 게 한국경제신문의 인수설 같아요.

“한국경제신문이 계속 노골적으로 욕심을 냈죠. 근데 실질적으로 YTN이 한국경제에 넘어갈지는 전혀 예측 불가능의 영역입니다. 한국경제는 아시다시피 재벌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경련 신문이라고 보면 돼요. 그런 한국경제신문이 YTN을 소유하게 된다면 문제가 심각해지죠. 언론은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의 이익, 그리고 민주주의 실현 이런 가치에 봉사해야 되는데 결국엔 재벌의 논리를 전파하는 24시간 보도전문채널이 돼버리는 거잖아요. 그건 국민적인 재앙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영화 문제 말고, 노조에서 중점 두는 다른 문제가 있다면?

“노조 차원에서는 당연히 노동 조건의 개선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임금 상승부터 수당 등 금전적인 부분도 있고, 저희가 사내 갈등도 있는데 하나로 뭉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야죠. 외부로부터 사영화라는 거대한 위기가 닥쳐왔으니까 내부 결속을 탄탄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게 노조 본연의 임무라고 생각하고요.”

최근 정부와 언론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윤석열 정부는 언론을 ‘우리 편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으로 접근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MBC 기자는 대통령 전용기 안 태운다고 그러죠. 이분법으로 접근하니까 언론을 둘러싼 이 모든 문제점들이 생기는 거라고 봅니다. 국민의힘 의원은 아주 노골적으로 ‘YTN은 민주당 편 아니었냐’고 얘기했잖아요. 언론은 그냥 해야 할 일을 할 뿐이거든요. 게다가 지난 대선 기간에 민주당 의원들도 우리 YTN에 항의 방문했어요. 근데 본인들 마음에 안 든다고 ‘쟤는 나쁘네. 우리 편 아니야, 없애버려’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거예요. 언론 인식이 비상식적이고 폭력적입니다.”

지부장 임기 2년,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나갈 계획이신가요?

“겨우 2주 지났는데 사실 2년 정도 지난 것 같아요. 솔직히 많이 두렵고 막막하고 한데요. 그래도 조합원들이 응원도 많이 해주고 도와주고 있습니다. YTN에는 2008년부터 쌓아온 역사가 있어요. 해직 기자들이 3,249일 만에 다 복직했고요. 그 사이에 사장 추천위원회를 비롯한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도를 구축했고, 공정방송위원회도 전국 언론사 중에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제도화 되어 있어요. 그런 것들을 잘 지켜나가야죠. 결국은 그 공정방송 시스템을 지키는 게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노조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구성원들에게 여러 가지 갈등과 불만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지배구조가 바뀌어 YTN이 결국 사영화되는 것은 당장 우리 노동자의 권익을 침해받을 가능성이 굉장히 커지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정부여당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언론장악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다 같이 똘똘 뭉쳐서 잘 싸우자고 얘기하고 싶어요. 지금 잘 싸우면 나중에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때도 또 싸울 힘이 생기거든요. 지금 지레짐작으로 포기하면 절대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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