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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강경대응 주문 보도·사설 '화물연대' 연관어 1위는 '업무개시명령' '특수고용노동자'의 현실은 뒤로 밀려 "복잡한 노동구조 문제 짚었어야"

조간신문 다 본다는 대통령, 화물노동자의 삶은 봤을까

2022. 12. 02 by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새벽 5시에 일어나 조간신문을 다 본다"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지난달 29일 경향신문이 16년차 철강화물 운송 노동자의 운행내역서를 공개했다. 16년차 운송 노동자는 16시간 노동의 대가로 월 300만원을 손에 쥐었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주요 보수·경제지는 정부에 '업무개시명령'을 주문했다. 정부와 대기업 화주들의 입장을 대변해 강경대응을 주문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 사태 관련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하기 위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모습(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 사태 관련 업무개시명령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모습(사진=연합뉴스)

신문·방송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는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화물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시간, 실제 생활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에 대한 보도가 없다"며 "지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때 하청노동자들의 임금명세서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여론의 균형이 이뤄졌다. 지상파3사 등이 그런 보도를 적극적으로 하면서 여론이 형성됐었는데 이번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서는 그런 보도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탁 소장은 "정부가 받는 돈이 얼마다라고 하면 그걸 일방적으로 받아쓰는 보도가 이뤄지고 그것을 근거로 노동귀족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보도를 보면 한 300만원 정도 된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린다고 하면 제도가 만들어진 배경이나 그것이 가진 문제가 없는지 언론의 분석이 있어야 하지 않나. 정부가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검증과 확인의 노력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파업 첫날인 11월 24일부터 12월 1일까지 '화물연대'를 키워드로 '연관어 분석'을 한 결과, 전국일간지·경제일간지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쓰인 단어는 '업무개시명령'이었다. 뒤이어 '총파업' '국토교통부' '안전운임제' '집단운송거부' 등의 연관어가 상위 5위까지 차지했다. '노동자'는 20위다. '불법행위'(10위), '쇠구슬'(15위)보다 빈도수가 적었다.  

같은 기간 지상파 3사의 '화물연대' 연관어는 '업무개시명령', '안전운임제', '국토부', '총파업', '품목확대' 순이다. '화물노동자들'은 17위로 '물류차질'(6위), '주유소'(7위), '윤석열 대통령'(11위), '닷새째'(15위)보다 적었다. 

11월 24일~12월 1일 '화물연대'를 키워드로 '연관어 분석'
11월 24일~12월 1일 전국일간지·경제일간지에서 '화물연대'를 키워드로 '연관어 분석'한 결과(빅카인즈)

보수·경제지의 논조는 '시민·경제 볼모 잡는 민노총 파업에 업무개시명령은 불가피하다' '불법 파업에 법과 원칙을 세워야 한다' 등으로 정리된다. 주요 보수·경제지의 사설 제목을 보면 <경제 한파에 줄파업 민노총, '남은 어찌 되는 나만 살자'는 것>(조선일보 11월 24일), <파업 화물연대에 정부 운송개시명령, 법의 엄정함 보여라>(매일경제 11월 24일), <화물연대 운송 방해부터 민·형사 책임 끝까지 물어야>(문화일보 11월 25일), <파업 불참자에 쇠구슬, 장관 집 무단침입… 테러와 뭐가 다른가>(한국경제, 11월 28일), <업무개시명령은 불가피, 파업 장기화는 막아야>(11월 30일), <지하철까지 파업, 지금이야말로 노동 개혁 할 때다>(서울경제 12월 1일), <'파업 본색' 민노총은 한국 경제 침몰을 원하나>(파이낸셜뉴스 12월 1일) 등이다. 

지상파3사 보도는 화물연대 파업 초반 화물연대, 정부, 여야의 발언을 전하거나 물류 차질이 우려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업무개시명령의 배경이나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쟁점을 정리하는 보도들이 있었으나 대부분의 보도가 현상을 전하는 데 집중됐다.

탁 소장은 "일방적으로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신문들은 정부에 강경대응, 공권력 투입,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주문했다. 이들 신문이 협상이나 합의를 하게되면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이 무산되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니까 이런 상황이 온 것 아닌가"라며 "이렇게 되면 윤석열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아 전면적인 노·정 충돌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가장 큰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진보성향 매체에서 화물운송 노동자가 처한 노동환경과 삶을 조명하고, 업무개시명령의 위헌·위법성을 지적하는 보도들이 이뤄졌다. 이번 파업의 근본적 배경을 조명하는데 집중한 것이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29일 지면에 16년차 철강화물 운송 노동자의 운행내역서를 보도했다. 철강화물 운송 노동자는 일 16시간 노동의 대가로 월 300~400만원의 수익을 남겼다. 유류비, 고속도로 통행료, 보험료, 운송차량 할부금 등을 제하고 남는 돈이다. 정부가 말하는 '귀족노조'의 현실이다.

경향신문은 30일 기사 <운송사 사장 “안전운임제 전엔 화물차 철판 뜯어먹고 살았다”>에서 물류회사 사장 인터뷰를 통해 안전운임제 도입 전 컨테이너 화물기사들의 삶을 조명했다. 사장 A 씨는 "지금 물류 현장은 갑과 을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져 있다. 그나마 안전운임제가 그 균형을 조금이라도 잡아줬다"며 "안전운임제가 사라지면 정말 다 죽는다"고 말했다. 사장 B 씨는 "10년 동안 깎이고 눌려 온 운임을 정상화한 게 안전운임제"라고 강조했다. 

시사인 '화물차를 쉬게 하라' 인터렉티브 기사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인 '화물차를 쉬게 하라' 인터렉티브 기사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인은 지난달 24일 인터렉티브 기사 '화물차를 쉬게 하라'에서 화물차 기사 김원식 씨(60)의 24시간을 동행취재해 기록으로 남겼다. 

"김 씨의 하루 총 평균 주행거리는 300~400km. 그리 긴 편은 아니지만, 상·하차 대기시간을 포함하면 하루 23시간 이상을 차 안에서 보낸다. 시사IN 기자가 동행한 10월 17일~18일 24시간 동안, 김 씨는 단 한차례 식사를 했다. 단 1시간 차 안에서 시동을 끄고 쪽잠을 잤다. 김 씨는 매일을 이렇게 산다. 그를 쫓는 것은 시간이다. 화주와 주선업체의 사정, 도로 상황과 상·하차 대기시간, 물동량의 많고 적음과 물류 경기의 오르내림을, 화물차 바퀴를 굴려 맞춰야 한다. 그 불확실성 속에서 김 씨가 바꿀 수 있는 건 차량 주행속도뿐이다. 화물 차량의 과속, 기사들의 과로와 졸음운전이 바로 이런 구조에서 발생한다."  

한겨레는 지난달 27일 기사 <업무개시명령이 ‘전가의 보도’?…내용·절차 모호 ‘사실상 사문화’>에서 "특수고용노동자인 화물기사 등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내용과 절차가 모두 모호해 사문화돼 있을 정도로 실효성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업무개시명령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등 불명확한 이유로 발동될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이 제기된다는 지적이다. 

탁 소장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 때 원·하청 구조 문제가 어떤지, 그동안 조선업의 구조조정이 어떻게 이뤄졌으며 인력난은 어떠한지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집중적으로 보도됐다. 그렇다면 복잡한 노동구조 속에서 화물기사들, 특수고용노동자라고 하는 게 어떤 위치에 있는지 봐야했다"며 "하청노동자들은 노동 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 화물기사도 큰 차이 없다"고 말했다. 

탁 소장은 "하청노동자들이 원청과의 교섭권이 없었다면, 특수고용노동자들은 협상 대상자가 없다. 윤 대통령은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겠다고 하는데 화물기사들의 사측, 협상 대상자가 누구냐"며 "화물노동자로 본다면 대부분 대기업인 화주다. 그렇다면 기업이 화물운송비 협상 주체로 나서야 하는데 그들에게 화물기사는 노동자가 아닌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발생해 온 특수고용노동자의 지위의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김태영 화물연대 수석부위원장(왼쪽)이 지난달 3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2차 교섭이 결렬되며 자리를 떠나는 구헌상 물류정책관(오른쪽)을 바라보고 있다.정부는 국가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한 취지라며 전날 화물연대 파업에 대응해 시멘트 운수 종사자 2천500여 명의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김태영 화물연대 수석부위원장(왼쪽)이 지난달 3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2차 교섭이 결렬되며 자리를 떠나는 구헌상 물류정책관(오른쪽)을 바라보고 있다.정부는 국가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한 취지라며 전날 화물연대 파업에 대응해 시멘트 운수 종사자 2천500여 명의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소속으로 대기업 사내 변호사 경력이 있는 이언주 전 의원은 1일 KBS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서 화주 아래 놓인 차주, 화물운송 노동자가 처한 상황을 전했다.

"물류 시장의 후진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업무개시명령 한다고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물류시장에서 차주와 화주가 있다. 보통 차주와 화주 간 운송계약을 한다. 우리나라 화주는 규모가 큰 기업들이다. 그런데 차주는 지입차, 자기가 차를 사서 운행하는 개인사업자로 굉장히 영세하다. 비대칭성이 있다. 차주는 계약조건을 협상할 수 있는 협상력이 없다. 중간에 운송주선사업자가 있지만 마찬가지다. 운송주선업자도 층층이 많아서 어떨 때는 차주가 수수료를 내다가 먹는 게 거의 없는 상황이 온다. 차량은 몇 억씩 한다. 감가상각부터 대출비용, 이자 나가지 않나. 요즘 경유값도 많이 올랐다. 그런데 협상력이 안되니까 (운송)가격은 거기에 맞춰 오를 수가 없다. (화물기사들이)지금 굉장히 힘들지 않을까. 근본적인 해법, 선진화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계속 반복될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경쟁력에도 좋지 않다."

한편, 노동계에서는 이번 업무개시명령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서 금지한 강제노동에 해당돼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ILO 협약은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 '강제노동 철폐에 관한 협약'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한국이 비준한 ILO 협약 제29호는 강제노동에 포함되지 않는 5가지 '비상 상황'을 두고 있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화재와 홍수, 기근, 지진, 극심한 전염병이나 가축 유행병 등과 같은 재난·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타 일반적으로 인구 전체 또는 일부의 생존이나 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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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연대 2022-12-02 16:12:48
지금 화물연대가 화물노동자가 맞긴 하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