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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불허한 대통령실, 전언 보도 양산 김건희 코스프레 논란 보도 한창 "전근대적 권위주의 홍보 방식" 보도자료 이상의 기사 실종

언론, 순방 보도에 비용 들여 '오드리 헵번 논란'만 날려

2022. 11. 15 by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윤석열 대통령 아세안 순방 언론 보도가 배우자 김건희 씨의 ‘오드리 헵번 코스프레’ 논란에 쏠렸다. 대통령실이 밝힌 당시 김 씨의 행보와 논란에 관한 정쟁을 전하는 수준이다. 대통령실은 김 씨의 일정을 비공개에 부치고 사후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또 대통령실이 ‘한-미,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풀 기자단의 취재를 막고 전속 취재로 전환하면서 동일한 내용의 기사들이 양산되고 있다. 이 같은 대통령실의 언론 대응은 언론을 홍보 수단으로 생각하는 ‘전근대적 권위주의 방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네이버에 '오드리 헵번' 검색 결과 갈무리
14일 네이버에 '오드리 헵번' 검색 결과 갈무리

김건희 씨는 12일 예정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을 방문하는 각국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대신 아동의 집을 찾았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 씨는 11일 헤브론 의료원을 방문한 데 이어 오늘은 프놈펜에 사는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14세 아동의 집을 찾아 건강상태를 살피고 위로했다”고 전했다. 앞서 김 씨의 일정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언론은 대통령실이 설명한 현장 상황을 전달하거나 ‘오드리 헵번 코스프레’ 논란을 더했다. 국민일보는 14일 기사 <“김건희, 오드리 헵번 코스프레?”…논란 터진 이 사진>에서 “대통령실은 김 씨가 두 팔로 A군을 안은 채 건강 상태를 살피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며 “이를 두고 야권 성향 일부 네티즌을 중심으로 김 씨의 옷차림이나 사진 구도 등이 과거 소말리아 바이도아 유니세프 급식센터를 찾은 오드리 헵번이 영양실조 어린이를 안고 있는 사진 속 모습과 흡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13일 기사 <김건희 여사가 오드리 헵번 코스프레?... 온라인 떠들썩한 이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한 김건희 씨가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을 두고 온라인이 시끄럽다”고 전했다. 이밖에 KBS, MBC, SBS, 연합뉴스, 조선일보, 중앙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파이낸셜뉴스 등 대다수의 언론사가 해당 논란을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미, 한-일 정상회담’ 관련 보도도 보도자료를 전하는 데 그쳤다. ‘한-미 정상회담’와 관련해 대다수 언론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이행 방안 마련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기여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는 내용을 주로 전했다. ‘한-일 정상회담’은 ‘윤 대통령과 일본 기시다 총리가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 문제 관련해 의견이 일치했다’는 보도가 대다수다. 해당 기사들은 모두 대통령실의 발언을 빌린 전언 형식 보도다.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현지 브리핑에서 “한-일, 한-미 정상회담은 전속 취재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대통령실의 언론 대응 방식에 대해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대통령실이 언론을 대하는 태도가 ‘감시는 싫고, 홍보만 해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언론을 지나치게 통제하고 있다. 그러면서 홍보는 충실해야 하니 대통령실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매우 전근대적이고 권위적인 홍보방식”이라며 “대통령은 기자의 감시를 받으면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언론 대응을 ‘대통령의 적나라한 모습을 취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 같은 대통령실의 조치는 ‘이 XX', '바이든' 등과 같은 윤 대통령의 말실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취재 제한이) 무슨 효과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일반적으로 정상회담을 하면 모두 발언이나 사전에 준비된 발언만 공개하고, 실질적인 회담 내용은 비공개로 진행한다. 취재를 완전히 비공개한 것은 '(윤 대통령의) 돌발변수를 막고 싶었다'는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11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취재진이 윤석열 대통령의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및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 참석 취재를 위해 공군 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1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취재진이 윤석열 대통령의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및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 참석 취재를 위해 공군 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번 순방 취재에 나선 취재진이 100여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취재 없이 대통령실 입장만 전하는 보도가 양산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KBS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이 출입기자단에 청구한 비용은 1인당 약 900만 원이다. 각 언론사들이 순방 취재를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했으나 보도자료발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언론이 대통령실의 방침이나 대통령실이 언론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비판하고 있지만 순방과 관련해서는 보도자료 이상의 기사는 쓰고 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이사는 “다른 외신을 보면 프놈펜 회견과 관련해 관점이 다양한데 비교해서 보도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윤 이사는 “지금 한국의 외교는 ‘미·중 갈등’ ‘북한 문제’ 모두 국내 경제와 관련이 있다”며 “언론들이 대통령이 외교에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보도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들은 국제 정세가 당장 나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대통령은 잘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보도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 이사는 “중요한 이슈들이 많은데 ‘오드리 헵번’ 같은 보도가 양산되는 것을 보면 언론이 제 역할을 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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