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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논설실장 "윤 대통령 기민한 대응, 시민단체는 파상 공세" "세월호 참사 정치적 소비", 청와대 비판한 진보매체·좌파 탓 돌려 동아일보 논설위원 "언론 안전문제 경고 못해… 젊은이들에게 너무 미안"

이태원 참사, '정쟁' 말한 언론인과 '미안함' 밝힌 언론인

2022. 11. 02 by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태원 압사 참사 당일의 '112 신고 기록'이 공개된 다음날, 서울신문 진경호 논설실장은 세월호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며 참사를 정치적으로 소비하지 말라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 진 실장은 해당 칼럼에서 일부 언론이 사안의 핵심과는 거리가 먼 정부책임론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은 "주최자가 있는 행사냐 아니냐를 구별하는 해명을 듣자면 화가 치민다"며 사전·사후 대응에 전부 실패한 당국을 질타했다. 이어 송 위원은 "세월호 사고 이후 다시 자책(自責)의 시간"이라며 언론인으로서 사전에 안전문제를 경고하지 못해 젊은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11월 2일 
서울신문 11월 2일 <[진경호 칼럼] 고맙다는 말은 말라>

2일 서울신문 진경호 논설실장은 <고맙다는 말은 말라>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4월 대선후보 시절 팽목항을 찾아 방명록에 '미안하다. 고맙다'고 적은 일을 이태원 참사와 엮은 제목이다. 진 실장은 세월호 참사 6일 뒤 한겨레·경향신문 등이 '청와대 책임론'에 불을 지피고 나선 반면 조선일보·중앙일보 등 보수매체는 해운업계 비리에 초점을 맞춰 파고들었고, 이 같은 보도양태가 정치권 여야 공방으로 투영된 후 정국의 주도권이 야당과 진보매체로 넘어가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가 이뤄졌다고 서술했다. 

진 실장은 "세월호 참사는 그렇게, 매우 정치적으로 소비됐다. 세월호는 왜 침몰했는가라는 핵심은 뒤로 밀리고 대통령이 언제 보고받고 뭘 지시했는지 등등 사후 대응의 문제를 후벼 파는 데 수년을 들였다"며 "세월호를 사이에 두고 나라는 둘로 갈라졌다"고 했다. 

이어 진 실장은 "세월호 참사 8년. 우리는 달라지지 않았다"며 "굳이 달라졌다면 정부의 사후 대응이 당시보다 빨라졌다는 것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의 움직임을 분 단위까지 공개하고 애도 기간 설정, 대국민 담화,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굵직한 조치를 하루 만에 쏟아내며 기민하게 움직였다"고 했다. 진 실장은 윤 대통령의 이런 움직임을 '학습효과'라고 정의하며 "박근혜 정부처럼 야권과 좌파 진영의 공격에 맥없이 당하지 않겠노라 단단히 준비한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진 실장은 "달라진 게 또 있긴 하다. 야권 시민사회 진영의 공세도 빨라졌다. 세월호 참사 때 엿새가 지나서야 시작된 책임 공방이 불과 이틀로 당겨졌다"며 "현 정부가 기민한 대응으로 참사를 수습해 나가는 걸 절대 허용치 않으려는 듯 대통령 사과부터 요구하고 나선 파상 공세의 결기가 숨진 156명을 '별'이라 칭하는 것도 세월호 판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진 실장은 "이런 공방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세월호 아이들의 목숨값이 지닌 무게를 여전히 알지 못한다"며 "이태원 핼러윈 축제가 내일 시작된다고 호들갑 떨던 방송이 이튿날 예견된 참사 운운하며 입에 거품을 무는 코미디만 무기력하게 본다. ‘아이들아 고맙다’는 환청이 다시 들린다"고 썼다.

그러나 1일 이태원 참사 당일의 112 신고기록이 공개되면서 정부 책임은 분명해졌다. 참사 당일 오후 6시 34분부터 오후 10시 15분 직전까지 압사 위험을 알리는 시민들의 112 신고가 11건이나 경찰에 접수된 것으로 밝혀졌다. "압사당할 것 같다" "경찰이 진입로에서 인원통제 조치를 해주셔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이 쓰러지고 있다" 등 시민들의 신고 내용은 구체적이었다. 경찰은 이중 4건에 대해 현장 출동을 했을 뿐이며 첫 신고는 단순 '불편 신고'로 처리했다.

올해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는 10만 명의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되었지만 경찰·지자체의 안전관리 계획은 전무했던 것으로 드러나 정부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이어져왔다. 하지만 대통령실·국무총리실·행정안전부·서울시·용산구·경찰청 등은 재난안전법상 주최 측이 없는 행사에는 경찰이 통제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책임을 회피했다. 급기야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발언이 나왔고, 대통령실은 "제도적 한계를 보완하겠다는 뜻"이라며 이를 감쌌다. 

112 신고기록이 뒤늦게 공개되자 이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의 사과 릴레이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은 일선 경찰서에 '이태원 사건 관련 긴급 업무지시' 공문을 발송, '상황보고서와 112신고사건처리표 등 내부자료 유출'을 금지한 바 있다. 

[단독] 참사 이틀 뒤 '시민단체 탐문'…세월호 언급하며
[단독] 참사 이틀 뒤 '시민단체 탐문'…세월호 언급하며 "정부 부담 요인 관심" (SBS 8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진 실장의 주장은 이태원 압사 참사를 대하는 경찰의 태도와 일맥상통한다. 1일 SBS는 경찰청이 참사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작성한 '정책 참고 자료'라는 제목의 내부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경찰은 '정부 부담 요인에 관심 필요', '주요 단체 등 반발 분위기', '온라인 특이여론' 등을 목차로 삼아 문건을 작성했다. 

문건에는 진보성향 시민단체가 이태원 참사를 '제2의 세월호 참사'로 규정하고 정부를 압박할 계획이며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정부책임론이 부각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대통령 보고 시각, 지시 사항 등을 분·초 단위로 확인하며 집무실 이전에 따른 관저 문제와 연계해 미흡점을 찾으려는 시도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도 제언했다. 

SBS는 "이번 문건을 보면 제목만으로도 정부 부담 요인에 관심이 필요, 주요 단체 등 반발 분위기와 같이 정부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의도가 뚜렷하다"며 "사후에 정권 입장에서 사고를 '관리'하기 위한 정보 수집에만 열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것 같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 11월 2일
동아일보 11월 2일 <젊은이들이 위험한 줄도 모르고 위험에 처한 상황>

2일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은 칼럼 <젊은이들이 위험한 줄도 모르고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지난 한 주간 사람들이 유난히 많이 몰려다니는 것이 눈에 띄고 귀에 들리는 게 나에게도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그러나 막연히 심상치 않다는 느낌으로 끝나면 그저 일반인"이라며 "뭔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큰일이 날 수도 있겠다 생각하고 움직여야 안전 전문가, 안전 책임자라고 할 수 있다"고 당국에 책임을 물었다. 

송 위원은 "주최자가 있는 행사냐 아니냐를 구별하는 해명을 듣자면 화가 치민다"며 "이태원 핼러윈 축제는 주최자가 없어도 정례적으로 해온 것이고 인파가 예상이 됐다.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도 안전을 관리하라고 경찰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송 위원은 "세월호 사고 이후 다시 자책(自責)의 시간이다. 언론은 이태원 압사 사고가 난 후 한강 야시장에 13만 명이 몰리고 한강 불꽃축제에 100만 명이 몰린 것이 전조라고 보도했지만 사고 전에는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만 보도했지, 진지하게 안전의 문제를 경고하지 못했다"며 "젊은이들이 위험한 줄도 모르고 위험에 처한 이 기막힌 상황이 언론인의 한 사람인 나에게도 자책감을 갖게 한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청춘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썼다. 

한편, 서울신문이 이태원 압사 참사를 속보로 전하기 전에 이태원 핼러윈 축제와 관련해 작성한 기사는 <사탕인 줄 아셨나요? 핼러윈 파티서 ‘이것’ 보면 주의하세요>(10월 28일), <‘핼러윈’ 10만명 몰렸다…이태원 현재 상황[포착]>(10월 29일) 등 2건이다. 

특히 서울신문은 10월 29일 밤 11시 28분에 입력한 <‘핼러윈’ 10만명 몰렸다…이태원 현재 상황[포착]>기사에서 "3년 만에 핼러윈을 즐기러 나왔다. 제대로 즐기고 가겠다", "핼러윈 특수로 매출도 평소보다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등 행인·상인 인터뷰를 전했다. 이어 경찰이 마약과 성범죄 단속에 집중하고 있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안전문제를 경고하는 내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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