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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문제' 본질 왜곡하는 프레이밍 조선일보, 사망사고 나흘 만에 단신보도 최근 '중대재해법' 무력화 기정사실화

SPC 빵공장 사망사건 '소녀 가장' 표현, 시작은 대통령실

2022. 10. 21 by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SPC 평택 빵공장에서 근무하다 숨진 노동자 A 씨의 어머니가 자신의 딸을 ‘소녀 가장’으로 표현한 언론 보도에 대해 분노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녀 가장'이라는 표현은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 사용했으며 이후 언론에서 프레임화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소녀 가장’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안전장치 부재, 열악한 노동환경 등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5일 오전 SPC계열사 SPL 제빵공장에서 근무하던 A 씨는 높이 1m가 넘는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몸이 끼여 숨졌다. 소스 배합기에 참사를 막을 수 있는 끼임방지 센서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 A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해당 사업장에서 2년가량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지난 15일 소스 배합기계에 끼어 숨진 20대 노동자를 추모하는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지난 15일 소스 배합기계에 끼어 숨진 20대 노동자를 추모하는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PC 빵공장 사망 사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16일 “윤 대통령은 전날 발생한 불의의 사고 소식을 전해 들은 뒤 상당히 안타까워하고 유족에게 애도를 표했다”며 “형편이 어려운 분들과 짐을 짊어진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일어난 사고에 대해 한 번씩 더 들여다보고 살피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의 이 같은 입장 이후 일부 언론은 사망한 노동자에 ‘소녀 가장’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그러나 A 씨 사망 사건은 소녀 가장과 관련 없으며 회사가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고 과도한 업무를 시키는 등의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이다.  

유족들도 ‘소녀 가장’으로 묘사되는 것에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20일 A 씨 어머니와의 인터뷰를 공개한 한겨레는 “사고 이후 엄마는 딸을 ‘소녀 가장’으로 묘사하는 언론 보도에 분노했다”고 전했다. A 씨 어머니는 자신의 딸은 스스로 야근 근무를 ‘선택’한 게 아니며 “회사가 인력이 없는데 애가 일도 잘하고 착하니까 야간조에 투입하려고 회사에서 처음에 강요식으로 한 것 같다. 인원보충을 위해 거의 반강제로 투입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A 씨와 같은 공장에서 근무한 연인 B 씨도 한국일보에 자신의 여자친구를 ‘소녀가장’으로 표현한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자친구는 주변에서 흔히 보는 20대 초반 사회초년생이었다”며 “특성화고 조리학과를 졸업한 뒤 제빵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대학보다 취직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B 씨는 열악한 야간 근무환경을 지적했다. B 씨는 야간에 일을 다 끝내야 주간 작업에 차질이 없어 늘 시간에 쫓겼다며 “가뜩이나 사고가 난 날엔 야간조 인원이 2, 3명 부족했다”고 말했다. 화섬노조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야간근무 인력이 부족해 회사에 충원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17일 SPL 평택공장에서 한 직원이 이틀 전 20대 근무자 사망사고 발생한 사고 기계 옆 같은 기종의 소스 교반기를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17일 SPL 평택공장에서 한 직원이 이틀 전 20대 근무자 사망사고 발생한 사고 기계 옆 같은 기종의 소스 교반기를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조선일보, 사망사고 나흘 만에 단신보도

조선일보는 사망 사건 다음날인 16일 SPC 브랜드 파리바게뜨가 영국 런던에 진출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18일 사망 사건을 처음으로 보도했는데 단신이었다.

21일 현재까지 조선일보의 관련 보도는 11건이다. 이 중 3건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사과했다는 소식, 화섬노조 관계자들이 SPC 본사에 진입을 시도했다는 내용이다. 한겨레와 한국일보의 관련 보도는 각각 33건과 22건이었다.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은 21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첫 사고가 났을 때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보수지는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았고, 이후에도 단신으로 전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탁 소장은 “이 같은 소극적 보도를 하는 이유는 ‘SPC 빵공장 사망 사건’ 소식이 정부의 중대재해법 무력화 시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의심했다. 그는 “실제로 사건이 일어나기 전 언론보도를 보면 중대재해법 무력화는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형사 처벌 대상을 최고경영자에서 안전보건최고책임자로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고용노동부에 전달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는 중대재해법 무력화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탁 소장은 “윤 정부가 출범하면서 노동개혁, 규제 완화를 얘기했던 대표적인 것이 중대재해법, 주52시간제, 최저임금 세 가지인데 이 문제들이 SPC 노동자 사망 사건의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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