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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강재훈 KBS '시사 직격' PD

‘전세 사기’ 취재서 만난 회장님 추적기

2022. 10. 20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전세는 세계적으로 드문, 우리나라의 독특한 주거 임대차제도로 내 집 마련 전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그런데 최근 전세보증금을 통째로 빼앗길 위기에 처한 세입자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전세사기 입증이 쉽지 않고, 법적 절차를 거친다 해도 실제 피해 구제에 한계가 있어 피해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7일 KBS 1TV <시사 직격>은 ‘집 없는 죄- 전세보증금과 회장님’ 편 (☞ 방송보기)을 방송했다. 인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 세입자들 이야기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는 그 아파트에서 벌어진 전세사기 사건 상황과 ○○종합건설 남 회장 추적기를 담았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강재훈 PD를 만나 ‘전세 사기’ 관련 취재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강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KBS 1TV 〈시사 직격〉 ‘집 없는 죄- 전세보증금과 회장님’ 편
KBS 1TV 〈시사 직격〉 ‘집 없는 죄- 전세보증금과 회장님’ 편

‘집 없는 죄- 전세보증금과 회장님’ 편, 방송 끝낸 소회가 궁금합니다.

“방송 준비하면서 매우 어려웠던 지점이 이걸 법적으로 ‘사기’라고 말할 수 있냐는 부분이었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기라고 말하는 것과 법적으로 사기를 규정하는 건 다른 영역이잖아요. 사례자분들의 사연은 사기라고 말할 수 있는 소지가 많았지만, 법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그렇게 볼 수 있을까 하는 지점이 있었어요.

때문에 저희 입장에서 집주인 분들이나 공인중개사 등 관련 있는 분들을 모두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 지어 말하긴 어려웠어요. 그래서 최대한 취재하며 이분들 얘기를 듣고자 했지만 그러지 못했죠. 일단 만남 자체가 굉장히 어려웠고 만나도 대답을 안 하셔서 애초 듣고자 했던 걸 다 담아내지 못했어요. 그게 첫 번째 아쉬웠던 점이었고요. 두 번째로, 방송을 구성하며 종합해서 보니까 어떤 부분에서 종종 빠진 게 느껴져서 아쉽더라고요. 아쉬움이 좀 많았던 방송이었습니다.”

전세 사기 취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최근 전세 사기에 관한 뉴스가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는데, 관련해서 우리가 조사해보자고 하던 찰나에 제보자분들이 조사한 자료를 보여주시면서 저희 쪽으로 제보를 주셨어요. 자료를 검토해보니 충분히 의심할 만한 구석이 많다 싶어서 취재하고 방송하게 됐습니다.”

전세 사기의 개념이 뭔가요?

“일반적인 전세 사기의 수법 같은 경우, 세입자가 계약할 때 확인해보니 등기부등본이 깨끗한 거예요. 그래서 계약을 진행했는데 집주인이 그날 이 집을 다른 사람한테 매매한 거죠. 근데 이 매매를 하는 사람이 소위 ‘갭투자’ 방식으로 해서 자기 돈이 하나도 안 들어가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3억에 전세 계약을 했는데 집주인은 사실 이 집을 팔고 싶은 거죠. 그래서 3억에 전세를 계약하고 동시에 다른 사람한테 팔아요. 다른 사람은 갭투자 방식으로 여기 들어온 사람인데, 원래 집주인이 자기가 2억 5천만 먹을 테니까 이 5천은 네가 가져라, 대신 네가 집주인을 하라고 하는 거예요. 그러면 그 사람 같은 경우 당연히 투자비를 안 들이고도 5천만 원을 가질 수 있는 데다 집까지 소유하게 되는 거잖아요.

근데 세입자가 계약기간 2년 뒤에 나가려고 하는데, 이 새로운 집주인은 ‘(보증금)돌려줄 돈이 없다. 그러니 이 집을 경매로 넘겨 거기서 해결하든가 아니면 당신이 직접 이 집을 사거나 매매해서 나가라’라는 식으로 나와서 전세금을 못 받게 되는 상황이 되는 거죠.”

강재훈 KBS 〈시사 직격〉PD
강재훈 KBS 〈시사 직격〉PD

처음에 어떤 내용부터 취재하셨나요?

“제보자분들을 직접 만나 그분들이 그간 조사한 자료를 같이 보면서 하나씩 설명을 들었죠. 처음에는 문서로 된 것만 받았었으니까 어떻게 된 상황인지 확인하면서 취재를 시작했어요.”

사전에 관련 내용 공부도 필요했을 것 같은데.

“제보자분들 사례를 들고 먼저 부동산 쪽 전문 변호사분께 찾아가서 ‘지금 이런 상황인데 이걸 혹시 전세 사기로 볼 수 있느냐’부터 시작해서, 부동산에 관한 기본 지식을 듣고 그 후 계속 취재했죠.”

인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방송을 시작하셨는데?

“저희한테 제보해준 그분들 얘기에서 시작된 취재였기 때문에 방송 시작을 그렇게 가져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고요. 저희가 이분들의 얘기가 맞는지 확인해보고 공인중개사와 집주인 등 엮인 많은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서 만나보는 구성이라, 앞부분에서 그 세입자분들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시청자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줘야 되는 게 필요하더라고요.”

처음에 제보 내용 들었을 때 어떠셨어요?

“수사기관이 아닌 곳에서 할 수 있는 거의 ‘최대치’의 조사를 제보자분들이 해놓은 상태였어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다 찾아내셨지’라고 생각했고요. 저희가 직접 자료를 확인해보면서 이분들이 생각하는 시나리오가 진짜일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KBS 1TV 〈시사 직격〉 ‘집 없는 죄- 전세보증금과 회장님’ 편
KBS 1TV 〈시사 직격〉 ‘집 없는 죄- 전세보증금과 회장님’ 편

방송 보니 세입자들이 임대인을 안 만나고 전세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 같던데 이례적인 일 아닌가요?

“이례적인 일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변호사분들 얘기를 들어보니, 임대인이 다주택 소유자라거나 시간 내기 어렵다고 하면 대리인 두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일반적인 경우냐라고 하니, 사실 대부분의 경우 임대인분들을 직접 만나서 하는 계약을 진행한대요. 이례적인 것까지는 아니지만 흔한 경우도 아니죠.”

미추홀구 임차인들이 전세 계약 당시 중개인에게서 이행보증서를 받았잖아요. 이 이행보증서는 법적 효력이 없나요?

“변호사님한테 여쭤봤는데 법적 효력이 없는 건 아닌 것 같았어요. 여러 조건 같은 게 맞아 떨어져야 되지 않나 해요.”

법적 효력이 있다면 문제없지 않나요?

“법적 효력은 ‘존재한다’고 변호사님이 확인해 주셨어요. 그렇지만 이것이 중개 사고로 인해 발생한 문제로서 배상 책임이 있는지를 따져야 하고, 중개사고라 하더라도 공인중개사 협회에서 지정하는 사고 보장금액이 존재하므로 전액을 돌려받긴 쉽지 않을 거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임대인 김철수(가명) 씨는 어떤 인물인가요?

“방송에 나왔던 것처럼 지금도 공인중개업을 하는 사람이고요. 제보자분들의 A 아파트 전체의 임대인으로 돼 있어요. 거긴 한 동짜리 아파트예요. 공인중개사 개인이 한 동짜리 아파트 전체 임대인이라고 상상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사실 그 점이 매우 이상하게 보인 영역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아직도 공인중개업 하니까 만나서 얘기를 듣고자 노력했는데, 저희 방송에서 보신 대로죠.”

5개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역할 바꿔가며 전세 계약을 진행했다고 나오던데, 이들이 계획적으로 움직인 건가요?

“저희는 계획적이고 조직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그 일대에 여러 공인중개사사무소가 있는데 왜 그 다섯 군데에서만 계약을 진행했을까도 의심스러웠죠.”

KBS 1TV 〈시사 직격〉 ‘집 없는 죄- 전세보증금과 회장님’ 편
KBS 1TV 〈시사 직격〉 ‘집 없는 죄- 전세보증금과 회장님’ 편

5개 공인중개사무소 배후에 남 회장이 존재하는 건가요?

“저희가 추측한 게 그런 방향이었어요. 왜냐하면 이 사건 관련자들이 남 회장이란 사람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직접적인 관련은 아니더라도 건너건너 연관 있는 사람들인데다가, 전세 사기의 일반적인 수법이 건축사나 건축주 쪽과 공인중개사나 분양대행사 같은 곳이 짜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 남 회장이란 사람도 건축회사를 하고 있고, 공인중개사무소 5개와 다 연관이 있는 사람이죠. 그렇다 보니 저희 생각으로는 당연히 의심이 들었었고요.

그 5개 부동산 중에 한 군데에서 변호사 통해 이야기하라고 했던 장면이 있는데, 그 변호사가 남 회장 측 변호사로 저희와 인터뷰했던 한웅 변호사예요. 남 회장의 대리인인 변호사라고 하면, 이 부동산과 남 회장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겠구나라고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라고 생각해요.”

남 회장은 강원도에서 사업하고 있나 봐요?

“남 회장이 대표로 있는 종합건설이 강원도 동해에서 사업을 하는 회사의 모회사예요. 실제로 포털사이트에서 남 회장 이름을 검색해 보면 강원도 동해 개발사업 대표로 나오기도 하고, 동해 사업이 많은 기사에서 보도가 됐습니다.”

남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의 실체가 불분명한가요?

“저희가 동해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던 남 회장의 다른 회사를 찾아가 봤는데 회사라면 당연히 영업하고 있어야 할 시간에 찾아갔음에도 사람이 없었고, 관련된 분들에게 물어보니 요즘 안 보이고 연락도 잘 안 받는다고 얘기하더라고요.”

KBS 1TV 〈시사 직격〉 ‘집 없는 죄- 전세보증금과 회장님’ 편
KBS 1TV 〈시사 직격〉 ‘집 없는 죄- 전세보증금과 회장님’ 편

페이퍼 컴퍼니일 수도 있나요?

“방송에 나왔던 동해 쪽 기업 같은 경우에는 페이퍼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실제로 토지 입찰도 하고 사업 준비를 다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개발 인허가와 관련된 문제들로 인해 좌초된 상황이 아닌가 해요. 사실 이상했던 건 인천에 있는 종합건설 회사예요. 찾아갔을 때 종합건설이라고는 붙어 있는데 (교회라서) 위치를 옮겼나라는 생각이 들었었으니까요.”

거기에 교회가 있었죠. 교회를 남 회장이 설립한 것 같던데요?

“회사 검색을 해보면 거기가 주소지로 나오고, 앞에 ○○종합건설이란 명패도 붙어 있어서 들어갔는데 교회였어요. 그때 만난 분들이 (남 회장이) 이 교회를 만든 분은 맞다고 말씀하셨고, 그러니까 교회와 관계가 있는 거죠. 근데 그분이 교회와 종합건설은 별개의 조직이라 자기도 종합건설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잘 모른다고 하셨어요.”

건물에 교회 간판은 없었나요?

“종합건설 간판만 있고 교회 간판은 전혀 없었죠. 문을 열어봤는데 열려서 보니 저희 방송에 나왔던 것처럼 십자가가 있었고 안에 공간이 굉장히 넓더라고요. 그래서 종합건설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KBS 1TV 〈시사 직격〉 ‘집 없는 죄- 전세보증금과 회장님’ 편
KBS 1TV 〈시사 직격〉 ‘집 없는 죄- 전세보증금과 회장님’ 편

9월 1일 국토교통부가 ‘전세사기 피해방지 방안’을 내놨지만 미추홀구 사례는 구제 못 받는다던데 사각지대인가요?

“9월 1일 국토부에서 발표한 방안은 예방과 처벌 이런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미추홀구 사례는 이미 벌어진 일이고 피해자에 대한 구제는 부족한 안이라고 알고 있어요. 게다가 이게 법적으로 전세 사기라고 하기 어려운 상황이잖아요. 사기를 입증하기 어려운, 소위 ‘깡통 전세’ 피해 구제는 부족한 대책이라고 들었습니다.”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전세 사기라는 게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거고요. 제가 취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어요. 어떤 문제가 생겼다고 하면 피해자라고 이야기하는 분 얘기도 듣고, 피해자 쪽에서 가해자라 지목하는 쪽 얘기도 들어야 하는데 그런 취재규정을 지키기 어려웠어요. 또 확실히 범죄라고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사안에 대해 방송을 제작하다 보니 어떻게든 균형을 맞춰보려고 노력해야 했다는 게 어려웠습니다.”

취재했지만 방송에 못 담은 내용이 있을까요?

“이 미추홀구 사례 말고 일반적인 전세 사기 피해자분들도 만나 뵙고 얘기를 들었어요. 앞서 말한 ‘동시 매매’ 관련해서 피해를 보신 분들 취재를 했는데 그분들 얘기를 다 담지 못한 게 조금 아쉬운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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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라 2022-12-03 13:04:42
제발 끝까지 관심갖고 꾸준히 이 이야기를 다루어주세요.
피해자들은 피해를 입었음에도 피해사실에 대해서 모든 증빙을 직접 다 해야하며 이마저도 가해자의 개인정보 보호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계속 이대로 방치한다면 전세 사기는 나날이 법의 헛점을 이용해서 발전해 나갈거고 지금보다 더한 피해자들이 발생할겁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박주애 2022-12-03 10:44:36
언론에서 관심이 사라지면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외치거나 본인이 피해자라고 인지하는거 자체가 어려워 집니다.
단타성이 아닌 방송 후반에 현재 그후.. 등으로 꾸준히 다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