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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은성 KBS 한국어연구부 부장, 김도연 아나운서

"우리말 가치 높이는 것은 공영방송 역할"

2022. 10. 07 by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는 2011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청소년 언어문화 개선 교육 사업 <찾아가는 바른 우리말 선생님>을 진행하고 있다. KBS 아나운서들이 우리말 선생님을 맡았다. 현재까지 43만여 명이 해당 교육을 수강했으며 수업에 참여한 학생과 교사들의 만족도(2021년 학생 만족도 93.8%, 선생님 만족도 99.5%)는 매우 높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과 2021년은 유튜브 라이브, 기제작 프로그램 등을 통한 비대면 교육이 진행됐다. 

<찾아가는 바른 우리말 선생님>은 올해 전국 450개 학교(예상 수강인원 4만5000명)를 대상으로 ‘올바른 언어 습관’과 ‘소통’을 주제로 강의할 예정이다. 또 대면 교육을 재개해 아나운서 선생님이 강의를 진행한다. 지난 9월 15일 인천 부흥 중학교에서 김도연 아나운서의 첫 대면 강의가 열렸다.

KBS 한국어연구부는 <찾아가는 바른 우리말 선생님> 수업 외에 언어순화 방송프로그램 <바른말 고운말>, <교과서 낭독> 등 다양한 우리말 공익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디어스는 김은성 KBS 한국어연구부장과 김도연 아나운서를 만나 <찾아가는 바른 우리말 선생님>과 KBS의 한국어 공익사업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김은성 KBS 한국어연구부 부장 김도연 아나운서

<찾아가는 우리말 선생님> 수업은 어떻게 시작됐나?

김은성 부장: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아나운서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강의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래서 저희 단독 사업으로 시작하게 됐다. 원래는 100개 정도의 학교에 강의를 나갔는데, 2020년 코로나가 생기면서 비대면 강의 강의로 전환했다. 그러다 올해 코로나19가 약간 진정되면서 대면 강의를 재개하게 됐다. 450개 신청 학교 중 5개 학교를 선정했다. 그중 첫 수업을 김도연 아나운서가 맡았다. 

코로나 이후 첫 대면 강의를 진행했는데 비대면 강의와 차이점은?

김도연 아나운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말 수업이다 보니 학생들의 참여도가 중요하다. 그래서 수업 중간 학생들이 강의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학생과 소통하려고 한다. 작년, 재작년 유튜브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할 때는 학생들이 댓글로 참여할 수밖에 없어 기술상 지연되는 부분이 있었다. 친구들이 수업 내용을 잘 이해하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현장에 다시 나가 수업을 해보니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아서 수업 분위기도 좋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하면서 즐거워하는 게 느껴져 강의하는 입장에서도 뜻깊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본업이 아닌데 수업에 어려운 점은 없나?

김도연 아나운서: 일단 수업 커리큘럼은 강의를 나가는 아나운서가 자체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기본 수업 내용은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 소속 아나운서들이 함께 참여해서 구성한다. 그리고 수업에 필요한 자료 영상, 수업 PPT 등을 제작한다. 학생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영상 수업 자료를 제작할 때 유튜버, 연예인을 출연시키기도 한다.

처음 수업에 나갔을 때 아무래도 실제 학생들을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상품도 준비해서 나갔다. 그런데 막상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아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그래도 매번 상품은 준비해서 간다. 오랜만에 대면 강의여서 살짝 긴장했다. 중학교 1학년들을 만났는데 학생들이 참여도도 높고, 열심히 해줘서 생각보다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수업의 커리큘럼은 어떻게 되나?

김도연 아나운서: 맞춤법 이런 것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즘 신조어· 비속어가 너무 넘쳐나고 있다 보니 시대변화에 맞게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바른 말을 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매력적으로 말할 수 있을까’ ‘수많은 정보 속에서 어떻게 하면 가짜와 진짜를 가려낼 수 있을까’ 이런 방법들에 대해 주제를 잡고 강의한다.

'찾아가는 바른 우리말 선생님' 수업 장면(사진=KBS)
'찾아가는 바른 우리말 선생님' 수업 장면(사진=KBS)

교육의 중점 목표는?

김은성 부장: 일단 청소년 시기가 언어를 습득하는 시기다 보니, 언어를 배울 때 잘 배우게 하자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잡고 있다. 표준어를 어떻게 쓰는 게 바른 언어인지, 표준어 무엇인지, 우리말의 원칙과 기준을 가르쳐주려고 노력한다. 초창기에는 신조어, 비속어라든지 쓰지 말아야 하는 언어들에 대해 가르쳐 주는 수업들이 많았다. 최근에는 수업 방향을 약간 바꾸어서 ‘우리말의 아름다움’ ‘너가 말을 잘하면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어’와 같은 기획으로 바꾸었다. 그래서 올해 수업 주제 중 하나가 ‘매력적인 말하기’다. 

미디어리터러시가 우리말 수업에 있어 흥미롭다

김은성 부장: 수업 대상이 초등학생 중학생이기 때문에, 현재 유튜브나 SNS상에 있는 많은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한 번 더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수준 정도로 가르치고 있다. 

김도연 아나운서: 최근에 가짜 뉴스가 이슈가 많이 되고 있다. 그래서 올해에는 미디어리터러시 성격의 수업 내용을 포함했다. ‘수많은 허위 정보 중에서 참과 거짓을 어떻게 구별해내는지’, '일단 내가 얻은 정보가 확실하지 않을 경우 남에게 전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등 이런 면을 가르쳤다.

학교는 어떻게 선정하나?

김은성 부장: 일단 교육부에 선정할 학교를 요청한다. 아무래도 아나운서가 직접 강의하고, 수업의 질이 높으니 이미 강의를 들었던 학교가 다시 신청하는 경우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 그렇지만, 학교를 직접 선정하게 되면 다른 이슈가 있기 때문에 교육부가 학교를 선정하고 있다. 다만 저희가 학교 요청을 할 때 교육부에 지역성을 최대한 안배해달라고 요청한다. 일례로 2018년으로 기억하는데 그해에는 울릉도, 연평도와 같은 격오지로 수업하러 갔던 적도 있다. 

'찾아가는 바른 우리말 선생님' 강의 장면 (사진=KBS)
'찾아가는 바른 우리말 선생님' 강의 장면 (사진=KBS)

선생님은 어떻게 선발하나?

김도연 아나운서: 일단 자원자를 먼저 받는다. 근데 아나운서실에 80명가량이 있어서 대부분 자원자로 해결된다. KBS는 지역총국이 있으니 지역 수업에 해당 지역 아나운서가 가는 경우도 있다. 

‘심심한 사과' 논란 등 최근 문해력에 관한 논란이 있었는데, 수업에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나?

김은성 부장: 한자 교육이 지금 단절된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 아이들은 모른다. 또 하나는 기성세대가 갖고 있는 언어의 능력치와 쓰는 용어들과 아이들이 사용하는 신조어 간의 충돌지점이 있다. 

저는 아나운서들이 그 중간 지점에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다. 표준어를 연구하는 분들은 기존 우리말을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어는 계속 바뀌는 생물이라는 생각이다. 신조어가 무조건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아나운서들은 방송 현장에 있다보니 다양한 것을 느끼고, 어느 것이 좋은지, 새로운 용어는 무엇이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으니 중간 지점에서 그것을 잘 조율하는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김도연 아나운서: 실제 아나운서가 강의에 중점을 두는 부분이 바른 언어생활이다. 예컨대 줄임말, 신조어, 비속어 등이 세대 간의 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지 않나, 현장 교육은 그런 부분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맞추고 있다.

학생들이나 학교의 반응은?

김도연 아나운서: 주로 선생님들의 후기를 많이 받았다. ‘수업의 어떤 점이 학생들이 바른 우리말을 쓰는 것에 대해 이해도가 높아진 것 같다’ 등의 의견이 많았다. 수업에 참여한 학교에서 또 수업을 해달라는 경우도 자주 있다. 이런 반응들을 봤을 때 ‘내 수업이 어딘가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올해부터는 수업을 들은 학생들에게 수업 전후로 나의 언어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등과 같은 수업 후기를 영상으로 찍어서 SNS나 KBS 홈페이지에 올리게 하고 있다. 그러면 학생을 선정해 상품을 준다. 

김은성 부장: 일단 저희가 만든 콘텐츠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이 좋다. 

수업을 통해 느낀 점은? 

김도연 아나운서: 일단 현장에 실제로 나가면 학생들이 생각보다 좋아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본업이 있는 상황에서 사실 누구를 가르치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나가면 아이들의 반응이 너무 좋고, 어떤 친구들은 총기 가득한 눈으로 봐준다. 이 수업이 우리말 교육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지만, 학생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준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런 모습들을 덕분에 보람을 크게 느낀다.

한국어 포스터 화면
한국어 포스터 화면

한국어연구부는 어떤 곳인가?

김은성 부장: 1986년 설립됐고, 언론사 중 유일한 ‘우리말’ 관련 공식 조직이다. 방송언어 순화와 고품격 한국어 확산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들은 진행하고 있다. 우리말 교육, 연구, 방송 진행 및 제작을 주 업무로 하고 있고, 한국어교육 사업팀과 한국어연구 사업팀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말의 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국민의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현재 총 38명의 아나운서가 참여하고 있다. 국어기본법에 따른 국어문화원이 22개가 있는데 한국어연구부가 그중 한 곳이다. 저는 국어문화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찾아가는 바른 우리말 선생님> 사업 외에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설명을 부탁한다

김은성 부장: 1998년부터 매달 한국어 포스터를 제작하고 있다. 올해 기존 종이였던 포스터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퀴즈 형식의 전자게시판용 사이지니(엘리베이터나, 공공장소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를 제작해서 배포하고 있다. 올 8월까지 KBS 본사 및 지역 총국, 전국 초·중·고 및 대학교 1만 2000개 곳, 전국 아파트 2만6000개 엘리베이터 스크린 등에 설치했다. 이밖에 국립 한글 박물관, 국립 국어원, 국토교통부, 코레일, 전국 철도역사 등에도 설치하고 있다. 사실 올해 핵심 사업이고 애정이 가장 크다. 

또 KBS 출연자를 위한 8분 분량의 언어 교육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방송언어의 기본 원칙, 피해야 할 표현, 심의 지적 사항, 차별 언어 등 방송 출연자들이 놓치기 쉬운 내용들로 구성돼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대면 교육 진행이 불가능해지면서 <찾아가는 바른 우리말 선생님> 교육 영상을 제작해 KBS 아나운서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이번에 만들고 있는 <한글날 특집> 방송도 있다. 10월 9일 1TV 밤 8시 10분 예정이다. <한글날 특집>은 한글에 대한 감사함, 우수성에 대해 알리는 것이 주제다. 왜 고맙냐면 한글이 쉬워서, 아름다워서, 듣기 좋아서 고맙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신동엽 씨가 메인 MC고, 김도연 아나운서를 포함한 아나운서 3명이 진행을 맡는다.

KBS '출연자 언어교육 영상' 갈무리
KBS '출연자 언어교육 영상' 갈무리

<교과서 낭독> 사업도 있다고 들었다

김은성 부장: 교육부와 업무 협약으로 시작된 사업이다. 작년 5월 아나운서 38명과, KBS 사회공헌부 PD 11명이 투입돼 2021년 2학기 국어 초등교과서 16권에 실린 162개 제재를 녹음했다. 

또 작년 11월에도 22년도 1학기 국어교과서에 실린 173개 제재를 아나운서 59명 등이 녹음했다. 이렇게 녹음된 제재들은 교육부와 저작권 문제, 활용 방안 등에 대해 논의를 거쳐 KBS 아나운서 홈페이지에 탑재를 했다. 이런 <교과서 낭독> 자료들은 학생, 학부모, 외국인 등이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어연구부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비해 인지도는 부족한 것 같다

김은성 부장: 사실 한국어연구부가 있는 듯 없는 듯 공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다. 저희는 나름대로 홍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에  반응이 있는 것 중 하나가 아파트 엘리베이터와 전국의 학교에 한국어 퀴즈 형태의 디지털 포스터를 배포한 것이다. 

그동안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고 보나?

김은성 부장: 측정할 수는 없지만, 방송을 직접 하고, 언어를 잘하는 아나운서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기획해서 아이들을 직접 만난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것 같다. 이름 자체가 찾아가는 바른 우리말 선생님이잖나. 또 아나운서에 대한 동경들이 있어서 아무래도 아나운서가 직접 강의를 하는 것 자체로 많은 파급력이 있다고 본다. 

독자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김은성 부장: KBS 한국어연구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말을 잘 지키고, 다양한 교육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셨으면 좋겠다. 이번 41회 세종문화상 한국문화 부문에서 한국어연구부가 상을 받게 됐다. 그동안의 노력을 조금 인정받은 것 같다. 공영방송 아나운서의 사명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말을 잘 지키고, 또 알리고 세대 간의 언어들을 잘 아울러서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그리고 다양하고 풍성한 KBS 한국어 콘텐츠는  아나운서 홈페이지에 탑재되어 있으니 활용해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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