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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신아람 기자·오승렬 PD

'정명석 성폭력 사건' JTBC 취재진이 못다 한 말

2022. 08. 04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2000년 초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 총재의 성범죄 사건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정 총재는 오랜 해외 도피 생활 끝에 체포돼 2009년 법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18년 만기 출소했다. 그런데 최근 정 총재가 또다시 성폭행 혐의로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어떻게 된 일일까?

지난 7월 11일부터 정명석 총재의 성범죄 의혹 보도를 이어오고 있는 JTBC 신아람 기자와 오승렬 PD를 7월 27일 서울 상암 JTBC 사옥에서 만나 취재 이야기를 들어봤다. 

[단독] JMS 정명석 '성폭력 육성파일'…
[단독] JMS 정명석 '성폭력 육성파일'…"사랑으로 날 섬겨야" 세뇌 (JTBC 뉴스룸 7월 11일 자 보도)

JMS 정명석 '성폭력 육성파일' 보도 나간 후 반응이 어떤가요?

오승렬 PD(이하 오): “JMS 탈퇴자분들 반응이 상당히 좋아요. 탈퇴자분들에게서 감사 메일 같은 것도 굉장히 많이 받고 있고요. 근데 JMS 쪽에서 회사로 찾아와 소송을 걸거나 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라서 사실 그게 좀 섭섭하다고 해야 되나요?”

JMS에서는 반응이 없는 건가요?

오: “반응이 아예 없는 건 아닌데, 이전에 JMS의 악명을 많이 들었거든요. 보도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소송 걸고 회사 찾아와서 괴롭힌다고 해요. 그런데 저희 쪽 보도가 너무 꼼꼼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안 보여요.”

신아람 기자(이하 신): “보도 앞두고 관계자들이 회사에 찾아와서 무언가를 열심히 얘기했고 저희도 열심히 들었어요. 그 주장에 대해서도 추가 취재해서 보도했고요. 방송 막아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했다가 취하했죠.”

정명석 총재 성범죄 보도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어요?

오: “처음에 피해자 인터뷰를 연결해 줄 수 있다는 제보가 와서 연락하게 됐죠. 피해사실 고백 같은 경우, 저희 보도 전에 피해자 분이 기자회견을 먼저 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더 다룰 만한 내용이 있을까 싶어 큰 기대는 안 하고 갔거든요. 피해자 측과 꽤 오래 얘기를 나눴는데, 음성 파일이 있다는 사실을 저한테 알려줬어요.”

JTBC 신아람 기자 (사진제공=JTBC)
JTBC 신아람 기자 (사진제공=JTBC)

이전에 JMS에 대해서 알고 있었나요?

오: “한국 사이비 종교계에 큰 획을 그었고, 또 성 문제로 이슈를 크게 일으켰던 종교 정도로 알고 있었죠.”

신: “어렸을 때 사건이라 징역 10년 형 받은 성범죄 사건에 대해 나중에 알게 됐고요. 이번에 보도 나간 후에 주변에서 거기 위험하니 몸조심하라고 연락이 왔는데, 찾아보니 JMS가 1978년에 출발했다고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어요. 특히 대학교 동아리 활동을 많이 했고, 성 문제로 1999년에 서울대 동아리가 자진해산 결정을 내렸던 큰 사건도 있었다고 알고 있었어요.”

JMS와 정명석 총재 잘 모르는 분 많을 것 같은데, 간략하게 소개해 주세요.

신: “홈페이지에 기독교복음선교회라는 이름으로 나와요. 1978년에 출발했고 국내 300여 개 교회에 신도들이 있다고 합니다. 해외에도 신도들이 많아서 저희한테 입장문 줄 때 신도가 20만 명이라고 했어요. 신흥 종교로 봐야겠죠.”

JMS가 정명석인가요?

오: “다들 정명석이겠거니 생각하는데, 기독교복음선교회 측에서는 공식적으로 Jesus Morning Star라고 해요.”

꿰맞추다 보니 Jesus Morning Star가 나온 거 아닐까요?

오: “상식적으로 꿰맞춘 것 같긴 한데 그쪽의 공식적인 입장이니 존중해주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신: “내부에서 정명석 씨를 선생님으로 많이 부르더라고요. 그가 ‘재림 예수’ 의미로 엄청난 지위를 갖고 있다는 건 객관적으로도 저희가 여러 증거를 통해 확인했고, 기독교복음선교회는 정명석이라고 볼 수 있죠.”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기독교복음선교회에서 정명석 씨는 하나님인가요?

오: “저희가 그렇게 물어보면 거기선 아니라고 얘기하긴 해요. 그런데 내부 영상 같은 것들을 확인해보면 정명석 씨를 주님이라고 부른다거나, 정명석 씨 스스로 메시아라고 하는 영상들이 굉장히 많아요.

신: “JMS는 ‘우리는 기독교의 기본 원리를 따랐고 정명석 총재를 통해서 하나님이 역사하신다는 의미다’라고 주장해요. 그런데 저희가 취재한 바로는, JMS에 몸담았던 주요 인물들이 얘기하기를 ‘정명석이 신랑이다. 그래서 정명석 사랑하는 게 하나님을 사랑하는 거다.’라고 해요. 그래서 성범죄를 하나님의 사랑이라고 미화하는 거예요.” .

내부에선 진짜 정명석을 하나님으로 믿고 있나요?

오: “확실히 믿고 있는 것 같아요. 정명석의 성범죄에 대해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신자가 80%는 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리는 기성교회와 조금 다른 교리를 가진 교회에 다니고 있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순수하고 착하고 열성적이야. 나는 이 교회가 좋아’라는 마인드로 다니는 사람들이 대다수예요. 그 사람들은 정명석이 최소한 대단히 비범한 능력을 지녔거나 뛰어난 인물이라고 확실하게 믿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90분짜리 음성 파일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요?

오: “음성 파일 내용을 JMS 쪽에서 기를 쓰고 알아내려고 합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 못 드리지만, 굉장히 노골적으로 성적 상황을 암시하고 묘사하고 표현하는 내용들로 가득해요. JMS 쪽에서는 저희 보도가 앞뒤 맥락 잘라서 왜곡하고, 아주 일부분만 드러내서 오해하게 했다는 식의 반박을 했는데 전혀 아니고요. 굉장히 성적인 상황과 묘사와 표현들로 가득합니다.”

[이슈체크] '월명동 성전'의 비밀, '90분 육성' 어떻게 입수했나 (JTBC 뉴스룸 7월 11일 자 보도)
[이슈체크] '월명동 성전'의 비밀, '90분 육성' 어떻게 입수했나 (JTBC 뉴스룸 7월 11일 자 보도)

피해자가 녹음한 건가요?

오: “피해자가 녹음했습니다.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말하자면, 성범죄가 지속되니 어느 순간 피해자는 사이비 종교가 맞다는 확신이 들었고, 여기(JMS)에서 나가기 위해 그리고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 녹음을 한 게 맞아요. 중요한 건 요즘 JMS 쪽 보안이 엄청 강력해졌다고 해요. 그래서 설교 시간이라든가 정명석을 만날 때 핸드폰 같은 걸 못 가지고 들어가거든요. 근데 이 피해자는 정명석의 신뢰를 얻은 상태였고, 그러다 보니 핸드폰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었죠.”

90분짜리 녹음파일 말고 더 있을 가능성이 있지 않나요?

오: “녹음파일은 그거밖에 없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정말 마지막 순간에 녹음한 것이기도 하고, 녹음파일이 더 있었으면 아마 경찰에 추가로 제출했을 것 같은데 추가로 제출된 녹음파일은 없다고 알고 있어요.”

신: “취재하면서 놀라웠던 포인트가 두 가지 있었어요. 첫 번째는 해당 피해 여성이 월명동 성전 나가겠다고 하자, 인사하고 가라고 하면서 또 정명석에게 데려갔대요. 그 상황에서 또 성폭력 피해를 당하게 하고요. 정말 부적절한, 분개할만한 내용이었습니다. 또 그 녹취 파일이 의미 있는 점이, 단순한 어떤 성적인 대화만 들어 있는 게 아니고 성범죄를 정당화하는 내용이 그대로 다 녹아 있거든요. 때문에 보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내보냈어요. 혹시나 성적인 사건으로 단순히 주목받기 위해 보도한다거나 자극적인 보도로 오해받지 않으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고, 보도할 수 있는 부분만 내보냈어요.”

JMS 측에서 피해자한테 정명석에게 인사하고 가라고 했다면, 공범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오: “확실히 공범이죠. 사실 보도할 때 아람 선배가 성범죄까지만 쓰지 말고 ‘성착취’라는 단어를 쓰자고 했는데 저는 그 의견에 너무 공감했어요. 정명석이 이상한 사람이라 혼자 그런 일들을 벌인 게 아니고, 주변에 완전히 조직적인 조력이 계속 있었어요. 저는 ‘조직범죄’라고 생각해요.”

출소 뒤 전자발찌 차고 있었지만 이전과 똑같이 성범죄를 저지른 거잖아요. 전자발찌는 무용지물인가요?

신: “전자발찌는 말 그대로 ‘위치 추적’ 전자장치여서, 훼손됐거나 훼손하려고 했거나 아니면 정상적인 이동 경로에서 벗어났을 때만 경보음이 울려요. 근데 이 성범죄가 벌어진 장소가 정명석이 거주지로 등록한 월명동 성전이거든요. 그러니까 사실은 알 길이 없는 거죠.”

[단독] 피해자가 성중독? JMS '엉터리 진단서'로 조사 요구한 경찰 (JTBC 뉴스룸 7월 18일 자 보도)
[단독] 피해자가 성중독? JMS '엉터리 진단서'로 조사 요구한 경찰 (JTBC 뉴스룸 7월 18일 자 보도)

기독교복음선교회 측은 피해자를 문제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나 봐요?

오: “보도 보면 나오지만 (JMS 관계자가) 저희 회사에 찾아왔잖아요. 반론하겠다고 온 거죠. 그런데 한 20분 정도 계속 피해자를 욕하는 거예요. ‘세상 사람들이 이 피해자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아서 오해를 좀 풀어드리려고 왔다. 이 피해자는 남자만 보면 성적으로 생각하고 또 양성애자다’라는 말을 합니다.”

그러니까 그쪽에서는 정명석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건가요?

오: “그렇죠. 그런 식으로, 그런 취지로도 얘기를 했어요.”

성범죄 사실을 완전히 부인하는 건가요?

신: “성범죄는 없었고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던 해당 신도 ‘격려’ 차원이었다면서, 본인들이 또 대형 로펌 변호인단을 여러 명 선임해서 의견서도 두껍게 냈는데 ‘허위 고소로 고령의 정명석 씨가 너무나도 큰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격려했다는 의미가 뭔가요?

신: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던 신도 다독이며 격려했다. 성범죄 혐의는 완전 부인하는 거죠.”

오: “성적인 행위 자체가 없었다는 게 그쪽 주장이에요. 피해자가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서 정명석 씨를 괴롭히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성범죄 정황이 담긴 녹취 파일이 있다는 거잖아요.

오: “그쪽은 녹취 파일 내용을 몰라요. 일단 우기고 보는 것 같은데, 알게 되면 JMS 쪽에서도 전략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JTBC 오승렬 PD (사진제공=JTBC)
JTBC 오승렬 PD (사진제공=JTBC)

지난주 정명석 총재가 경찰 출석해 조사받았나 보더라고요. 넉 달만인데 너무 늦잖아요. 혹시 경찰과 기독교복음선교회의 관계는 취재하셨나요?

오: “취재는 했어요. 피의자 조사가 넉 달 만에 이뤄진 건 너무 늦죠. 경찰은 조금 늦었다고 판단할 수도 있긴 하고요. 또 다른 측면에서 JMS 쪽에서 의도한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수사를 늦추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경찰이 JMS와 유착이 있었느냐는 조금 너무 나간 생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후속 보도 계획이 있나요?

오: “후속 보도를 무조건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지금 생각하는 내용은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설익은 단계라서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취재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신: “종교의 자유라는 게 있잖아요. 최근에 제가 들은 말이 ‘원래 그 피해자가 가지고 있어야 할 종교의 자유를 그들이 침해하고 있는 거다.’란 거거든요. 또 성폭력 사건 자체를 객관적으로 보다 보니 보도할 가치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피해자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건 어쩔 수 없는 부분 같아요.”

오: “법리적인 판단에서의 범죄 성립 여부도 중요해요. 그런데 넓은 의미의 ‘성착취’가 계속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정명석의 성범죄에 대해서 명시적인 동의 과정을 거친 여성 신도들도 분명 있었을 거예요. 그건 법리적으로는 처벌할 수 없지만, 세상의 관점에서는 명백한 피해자거든요. 이런 성착취가 계속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종교로서 과연 존립할 가치가 있는 건지’ 회의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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