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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이명박 정부의 진짜 불안요소가 드러났다

'대선자금', 권력집단 동질성 해체한 최시중의 메시지

2012. 04. 24 by 김완 기자
▲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권력의 속성을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을 압도하는 가장 기본적인 정서는 권력 내부 집단의 ‘동질성’이다. 특히나 한국적 민주주의의 현실은 권력 집단 안에 동질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권력을 잡을 수 없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87년 이후 진행된 권력의 변천사는 기본적으로 ‘상도동-동교동-486-영포라인’으로 이어지던 권력집단 내부의 동질성의 변화라고 설명할 수도 있다. 권력집단의 강고한 동질성은 정치적 ‘기회’를 만드는 동인인 동시에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는 바탕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규정도 ‘동질성’이다.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탓인지 아니면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등장하기 전까지 보수 정치권의 비주류였기 때문인지, 이 동질성은 아예 이명박 정부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 되어버렸다. 인수위 시절 등장한 ‘고소영’ ‘강부자’를 비롯해 임기 내내 회자된 ‘s라인’, ‘영포라인’ 등은 모두 이명박 정부의 강고한 동질성을 설명하는 말들이기도 했다.

물론, 앞서 설명한대로 이명박 정부 이전 권력에도 동질성은 존재했다. 가장 가까운 참여정부만 하더라도 특정한 그룹과 세력이 권력을 유지해갔고, 언론은 이를 ‘회전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그 동질성의 성격을 살펴보면 분명한 차이가 관찰된다. 참여정부의 동질성은 보다 ‘가치 지향적’인 것이었다. 젊은 시절부터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꿈을 꿨던 이들이 리더에게 자신을 의탁하고 연합한 형태였다. 그래서 세상이 그들에게 ‘너희들은 변했고, 너희가 바꾸려는 세상은 틀렸다’고 한들 권력 내부는 많이 흔들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언론인 이대근은 “리더를 중심으로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는 동질성과 ‘이권’과 ‘자리분배’를 중심으로 한 동질성”의 차이에 대해 설명했던바 있다. 전자의 경우 “친밀도가 높아도 가치가 훼손될 때 이견이 나올 수 있는 반면, 이권과 자리 분배로 결집한 세력은 그것이 충족되는 한 침묵”한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당시 권력 내부에서 가장 극렬한 이견이 발생했던 때는 ‘대연정’과 ‘한미FTA’ 같은 가치형 이슈들이었다. 권력 말기 비리 문제에 관한 그들은 대오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많이 다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자마자부터 ‘레임덕’에 관한 말들이 많았다. 출범 첫 해 벌어진 촛불집회의 경우 정권의 밑동을 흔드는 일대 사건이었다. 하지만 권력 내부에 이견은 없었다. 이후 4대강 사업을 비롯해 종편 사업 추진 등 일련의 과정은 민주적 가치에 대한 재앙적 실정이라는 비판이 무성했지만 이때도 역시 이견은 표출되지 않았다. 가치의 문제에 있어서 이 정부는 일사분란 했고 별 탈 없이 지금까지 왔다.

정권을 향한 상시적 레임덕 조롱과 대통령의 형편없는 인기에도 불구하고 총선에선 여당이 단독 과반을 했다는 것은 지금의 권력 집단이 비판자들의 주장과는 상관없이 기능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외형적으로는 이 정부는 별다른 갈등 없이 국정을 운영해왔다. 심지어 ‘미래권력’이라고 불리지만 지지난 총선에서 ‘학살공천’을 당하며 야인 아닌 야인의 세월을 보냈던 박근혜 비대위원장 마저 이명박과의 본격적인 결별을 선언하지 않고 있는 상태가 아닌가.

그런데, 바로 이 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총선 이후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이만하면 됐다’는 안도감으로 전환되는 찰나에 봇물처럼 정권 실세들의 비리 혐의가 폭로되고 있다. 대통령의 멘토로 ‘6인 회의’의 멤버이기도 했던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의 금품 수수 혐의는 대번에 ‘대선 자금’의 뇌관을 태우고 있다. 그리고 하루 만에 친이계 소장파의 핵심 브레인이라고 할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룸싸롱 접대설이 터져 나왔다. 여성 연예인과 함께했단 구체적 정황이 폭로되며 권력의 도덕성이 가장 선정적인 방식으로 나락으로 추락하는 모양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워낙에 갑작스런 일이다 보니 추측과 추론은 엇갈리고 있다. 어떤 언론은 ‘박근혜 대선 가도를 정리하는 작업’의 일환이라고 하고 또 어떤 언론은 ‘본격화된 대통령 버리기’라고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주군을 바꾸는 ‘사정당국의 자발적 충성 경쟁’이 아니냐고 보는 이들도 있다. 전반적으로 주인이 바뀌고 있는 여권이 조기에 위기관리를 시작했다고 보는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 지향적 해석들은 모두 그럴싸하지만 결국 결정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근본적 한계 또한 갖고 있다. 권력집단의 교체 과정에서 힘이 작용한다는 것은 분명한 가설이겠지만, 그렇다면 그 힘은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행사하고 있는 것이냐는 구체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아직까지는 ‘음모론’을 벗어나기 힘들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 내내 철저한 아웃사이더로 지내온 친박계가 총선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은 지금 동시 다발적으로 검경과 언론을 움직여 여론의 흐름을 기획해낼 수 있는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회의적이다. 복잡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사회 현실에서 막연히 한 집단의 실력을 너무 과대평가해선 곤란하다.

그래서 오히려 최근 며칠간의 흐름을 짚어보며, 이 권력집단의 기본적 속성으로 다시 돌아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철저하게 이권과 자리 분배로 결집된 세력이 더 이상 나눠 먹을 콩고물이 없게 되자 발생하고 있는 필연적 권력 누수가 아닌지 말이다. 최 전 방통위원장은 자신의 수수 혐의가 보도되자 즉각 “대선 자금으로 썼다”고 밝혔다. 청와대를 향한 가장 고강도의 물귀신 작전이자, 최상급의 협박이 아니라고 할 수 없는 언급이다. 이 권력집단에서 언론정책을 총괄했던 그가 자신의 발언이 어떻게 읽히고 받아들여질지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긴 어렵다. 분명한 메시지가 있는 언급이다.

최 전 위원장의 언급은 돈의 성격을 ‘대선자금’으로 지정하며 사건의 범위를 후보 경선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권력의 맛을 받던 그가 돈으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더 이상 배분받을 이권과 자리가 없는 그가 가볍게 자신이 만들고 지켜왔던 권력을 버리고 있단 점이다. 청와대가 최 전 위원장의 발언을 ‘불쾌감’ 표했다는 것은 동질성이 깨진 것에 대한 당혹감일 것이다. 이권과 자리 분배로 결집한 세력의 가장 큰 불안요소가 바야흐로 세상에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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