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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박근혜의 불가사의한 힘은 어디에 연유했는가?

박근혜만 못했던 민주당의 필연적 실패

2012. 04. 13 by 김완 기자

반대 진영의 사람들은 아예 그녀를 ‘수첩공주’라고 불러왔다. 이번 선거 기간 중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쫓아다녔던 정치부 기자들은 “유세 내용을 외울 지경”이라고 조소한다. 양식있는 정치학자들은 그녀가 “대통령 감은 못 된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그녀는 또 이겼다. 모두가 어렵다고 할 때, 새누리당을 기꺼이 원내 과반 정당으로 끌어올렸다. 이 불가사의한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며, 무엇에 연유하는 것일까?

▲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 ⓒ연합뉴스

‘박근혜vs박근혜’ 정국의 도래

총선 결과가 발표된 이후 거의 모든 언론이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보수 언론은 염치불문하고 박력 있는 ‘박비어천가’를 올리고 있다. 진보적 성향의 매체들은 다소 떨떠름한 표정으로 ‘한계론’을 환기하고 있다.

주저하고 있지만 진보 매체의 분석은 타당하다. 그녀의 확장력이 서울과 수도권에서 미풍에 그쳤다는 점은 많은 것을 얘기한다. 산토끼를 잡기에 그녀는 용이하지 않다. 평소 ‘7(새누리당):2(야권)’의 상황이던 부산지역이 ‘5.5:4.5’의 상황이 된 것 역시 문제적이다. 결과적으로 ‘낙동강 벨트’를 지켜냈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암운도 깔린다. 지금이야 더할 나위 없어 보이지만 그녀의 안마당도 안전지대라고 하긴 불안해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 진영은 이제 박근혜를 다시 바라봐야 한다. 그녀를 낮춰보던 시선도 고쳐 잡아야 한다. 사실, ‘수첩’을 보지 않고 대권을 바라볼 수 있었던 정치인은 김대중과 노무현 정도였다. ‘머리는 빌려 쓰면 된다’던 YS가 대통령이 된 것이 벌써 20년 전이다. 오피니언 리더들이 지겨워하는 그녀의 ‘내용 반복’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에겐 새롭다. 지겨워하는 어떤 이도 새로워 하는 많은 이도 같은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리다.

‘박근혜의, 박근혜의 의한, 박근혜를 위한’ 선거이긴 했는데...

박근혜를 이명박의 연장으로 선전하는 ‘프레임’으론 결코 박근혜를 넘어설 수 없음이 확인된 4.11 총선이었다. 스스로 ‘대세론’을 쓰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의 의미가 ‘박근혜의, 박근혜의 의한, 박근혜를 위한’ 선거였단 점을 부인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 대세론은 ‘허구’와 같은 것이라고 시간이 지날수록 박근혜의 ‘허상’이 드러날 것이라는 당위론과 낙관주의로는 결코 박근혜를 아프게 할 수 없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새누리당 이준석 비대위원은 문대성, 김형태 후보를 부적격자로 지목하고 출당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기획된 것이었는지, 단순한 립 서비스였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비상한 정치 감각임에는 틀림없다. 박 비대위원장은 “선거 중에 약속한 것을 지켜내겠다”는 것을 총선 소감으로 밝혔다. 이 역시 매우 대중 친화적인 정치적 메시지였다.

박근혜의 성공이 아닌 민주당의 실패로 읽어야

단언하건데, 박 비대위원장이 이런 행보를 해나간다면 민주당이 설 자리는 불행하게도 없다. 이명박 정부 동안 박 비대위원장은 ‘여당 속의 야당’의 위상을 지녔다. 민주당이 사실상 아무런 존재감이 없던 시절, 박 비대위원장은 꽤 오래도록 여당 내의 원칙주의자로 표상되며 ‘핍박’을 견디는 이미지로 그려졌다. 충청권에서 새누리당이 선전한 연유도 박 위원장이 핍박을 견디며 ‘세종시를 지켜냈다’는 아주 간단한 이미지 효과에 기인한 바가 컸다.

이번 선거 기간 중에는 공교롭게도 야권이 박 위원장의 이런 이미지를 강화시켜줬다. 박 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 때, 민주당은 ‘계파 나눠먹기’를 했다. 박 비대위원장이 참신한 인물들을 당에 끌어들였을 때, 민주당은 지나간 인물들을 귀환시켰다. 박 비대위원장이 조소를 견디며 시종일관 ‘미래’를 말할 때, 민주당은 환호에 도취되어 ‘과거’만 환기했다.

박근혜보다 중요한 민주당 그 자체의 문제

이번 선거의 결과를 분석하며 박 비대위원장에게만 의미를 부여하는 상황은 반쪽짜리 상황 인식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상에 본질이 압살되는 결과일 수 있단 얘기다. 박근혜에 대한 과잉도 과소도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그 보다 앞서 이번 선거에 드러난 본질은 민주당에 대한 못 미더움이다. 정권 심판론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높은 도시 지역에서는 그래도 야권을 택했지만 그렇지 못한 지역에서는 별 다른 이야기꺼리를 만들어내지 못한 민주당보다는 색깔과 사람을 바꾼 새누리당을 택한 경향성이 두드러졌다.

‘수첩공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야권은 그녀의 수첩만큼의 내용도 보여주지 못했다면 더더욱 말이다. 지겹더라도 ‘미래’가 반복되는 게 낫다. 선거 때마다 ‘과거’만 주구장창 늘어놓는 집단이야말로 경쟁력이 없다. ‘대통령 감’에 대한 판결은 민심이 하는 것이지 전문가 능력 시험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박근혜는 이명박이 만들어 놓은 의석을 15석 가까이 까먹었다. 대단한 ‘성공’이라기보다는 의미 있는 ‘수성’정도지만 그나마 인구의 절반이 사는 지역에선 경쟁력에 의문부호가 찍혀 불안하다. 여기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박근혜의 힘은 불가사의하다기 보단 야권이 너무 지리멸렬하고 지지부진한 상황에 대한 반작용일 뿐이다. 지금 경계해야할 것은 박근혜의 작용으로 야권이 다시 밀려나기 시작하는 또 다른 반작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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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mesis 2012-04-17 08:18:06
그 4만석조차 투표함 바꿔치기 달성한 수치라면 더더욱 내심으론 불안하지 않을까. 비리 부패 정권에서 귾임없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터질 것이라고 본다. 의외의 연명이고 발목잡을 숫자지만 범죄집단은 퇴출의 길로 접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rose 2012-04-14 04:11:57
이런 초등학생수준의 글을..박근혜가 이명박이 만들어놓은 의석 15개 까먹었다? 그래서 어찌보면 수성한거다? 만들어라 만들어.. 그리고 수도권에서..서울에선 4만석밖에 차이없었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