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5대 일간지 투표 독려 사설에 숨은 '동상이몽' < 비평 < 뉴스 < 큐레이션기사 - 미디어스

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주요메뉴

본문영역

비평

주어만 없는 '지지선언'에서 '없는 자의 투표권'에 대한 우려까지

5대 일간지 투표 독려 사설에 숨은 '동상이몽'

2012. 04. 10 by 김완 기자

‘4.11 총선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경향신문 사설)를 생각할 때, ‘내일 투표는 특별히 더 중요하다.’(중앙일보 사설) ‘국민이 달라져야 저질 선거판 바꿀 수 있다’(조선일보 사설)는 믿음으로 ‘젊은 세대는 ‘10년 뒤 짊어질 나라’를 생각하며‘, ’노년 세대는 ‘자손의 미래 삶’ 걱정하며 투표를‘(동아일보 사설)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없는 사람들의 투표권 박탈을 계속 방치할 건가‘(한겨레 사설) 되돌아봐야 한다.

10일자 5대 일간지의 사설 제목으로 엮은 문장이다. 얼핏 가치중립적으로 읽히고, 제각각 선의로 투표를 독려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저 제목들은 그러나 이번 투표를 바라보는 각 언론들의 정파성과 지향이 담겨있다. 선거를 하루 앞두고, 일간지들이 어떤 자세로 임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경향 vs 중앙, 총선의 시대적 과제를 보는 전혀 다른 시선

▲ 10일자 경향신문 사설(좌)과 중앙일보 사설(우)

경향은 “이번 총선의 핵심 의제는 이명박 정권의 집권 4년에 대한 심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반면, 중앙은 “총선과 대선 결과가 한꺼번에 상승작용을 일으킬 경우 차기 정권의 모습은 여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우선 우려했다. 경향은 ‘심판론’에 입각한 선택을 강조한 반면 중앙은 ‘심판론’에 입각한 선택이 일으킬 정치적 소용돌이를 염려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경향과 중앙은 ‘시대적 과제가 매우 특별한 선거’라는 공통된 인식을 그러나 전혀 다르게 구성하고 있다. 경향은 이번 선거의 시대 인식으로 “개혁·진보 진영이 일찍부터 이른바 ‘2013년 체제’의 구축을 강조”해왔단 점을 부각하며 이번 선거의 의미를 “민주주의의 향배를 가르는 분수령”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중앙은 정치판 전체가 진보 쪽으로 한 발짝 옮겨간 상황에서 “이번 총선에 뛰어든 정당의 경우 북한을 보는 시각차가 크다”는 점을 부각하며 (야권이 승리할 경우)“무상보육·의료에 이어 고교 의무 교육화와 반값 대학등록금 등 복지에 대한 수요는 폭증할 것”이라며 총선에 대한 “접근방식은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 사안”이라고 불안감을 전파했다.

조선 and 동아, 주어만 없을 뿐 명백한 지지선언

중앙이 그나마 최근 안철수와의 접점 형성에 공을 들이며, 정치권의 좌클릭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면, 조선과 동아는 선거를 하루 앞두고 예외 없이 극렬한 정파성을 드러냈다. 조선의 경우 얼핏 새누리당의 부적격 후보들을 솎아내야 한다는 메시지처럼 읽히기도 하는 ‘국민이 달라져야 저질 선거판 바꿀 수 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정치 혐오증을 자극하는 원형질 같은 문장들을 쏟아내다가는 갑자기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최루탄을 던지고, 해머·전기톱을 휘둘러도 국민은 그걸 탓할 자격이 없다”며 이번 선거에서 “국민은 자신의 한 표로 의회 민주주의와 상용(相容) 불가능한 이물질(異物質) 같은 후보, 국민을 진흙탕으로 끌고 가는 오염원(汚染源) 같은 후보, 자라나는 청소년까지 타락시키는 패륜적(悖倫的) 후보만은 걸러내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훈계했다. 누구라고 딱히 지정하진 않았지만 누굴 지칭하는지 대충은 알 수 있는 문맥이다.

조선이 정치 혐오증을 자극하며, 야권 일반을 공격하는 자세를 취했다면 동아는 보다 정교하게 세대를 나눠 투표의 지침을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젊은 세대 ‘10년 뒤 짊어질 나라’ 생각하며 투표를‘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궤변‘에 가까운 얘기를 쏟아냈다. 동아는 현재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은 초조함과 불안감 때문에 ‘경쟁 없는 사회’를 꿈꾸는 젊은이도 적지 않다”며 개탄하며 밑도 끝동 없이 “기회가 많고 경쟁도 치열한 사회가 젊은 세대에게 유리하다”며 “지금 우리에게 대학 등록금과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고 해서 반값 등록금을 도입하고 비정규직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젊은 세대의 10년 후를 돕는 길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 10일자 동아일보 사설

이어 동아는 재정위기에 높인 스페인의 사회당이 ‘완벽한 복지국가’ 구호로 환심을 사 집권했지만 최근 잇달아 응징을 당했다는 사례를 뽑아 “내 힘으로 운명을 개척하겠다는 패기를 가진 젊은 세대라면 “정부가 다 해줄게”라는 식의 정책이 과연 옳은지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강조하며 ”10년 후 세금까지 미리 당겨 써버릴 태세인 지금의 정치는 지금의 젊은 세대를 가까운 장래에 최대의 희생자로 만들 것“이라는 묵시록을 전했다.

복지에 대한 동아의 문제의식은 노년층에 대한 투표 독려에서도 이어졌다. ‘노년 세대 ‘자손의 미래 삶’ 걱정하며 투표를‘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동아는 “현재 중장년층과 노년층은 한국 경제가 이룩한 고도성장의 주역”으로 “숱한 위협에 맞서 나라를 지켜냈고 맨손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세대”라고 한껏 추켜세우며, “이번 총선에서도 중·노년 유권자가 ‘자손의 미래 삶’을 걱정하며 투표해 나라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어가 없다 뿐이지 구체적으로 누굴 찍어야 한단 메시지가 분명히 전파되는 문장들이다.

▲ 10일자 조선일보 사설(좌)과 한겨레 사설(우)

그리고 민주주의의 원칙과 현실 사이의 괴리 환기한 한겨레

다른 일간지들이 정파성을 은유하며 투표 독려를 권한 사설을 쓴데 반해 한겨레는 선거 민주주의의 원론을 환기해 눈길을 끌었다. 한겨레는 “민주주의는 유권자의 참여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원칙을 강조하며 정부를 향해 “기업들의 투표권 방해 행위 적발과 시정 조처를 넘어 더욱 적극적인 투표권 보장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많이 배운 사람도 못 배운 사람도 똑같이 한 표를 행사하는 민주주의의 잔치”라는 선거 의미를 살리고자 한다면 “이 잔치에서 배제되는 사람들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한겨레의 문제의식은 민주주의의 원론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묻는 것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의식이 아닐까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